약재의 가치는 무엇보다 효능에 달렸다. 효과가 좋아야 많이 쓰이고 사람들이 찾는다. 게다가 효능이 다양하고, 효능마다 평소 건강에서 챙겨야 하는 핵심적인 부분이라면 대체 불가의 약재가 된다. 가치는 대체할 존재가 없을 때 그만큼 올라가고 대체재가 많으면 떨어지는 법이다. 침향이라는 존재가 그렇다. ‘기력 회복’과 ‘심신 진정’이라는 틀에 갇혀 있던 침향은 최근 연구를 통해 뇌 손상 예방, 면역 증진 등의 효과까지 입증됐다. 새로운 효능이 계속 확인되고 있는 보기 드문 전통 약재다.
기력 회복, 심신 진정 증명된 약재 '동의보감' 등 의서에 효과 기록돼 최근 새 연구결과 속속 나와 주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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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향은 사실 이미 역사적으로 증명돼 온 약재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중국의 전통 의서, 역사서에 그 효능과 가치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동의보감'에는 침향에 대해 “뜨겁고 맛이 맵고 독이 없다. 찬 바람으로 마비된 증상이나 구토·설사로 팔다리에 쥐가 나는 것을 고쳐주며 정신을 평안하게 해준다”고 기록돼 있다.
명나라 의서 '본초강목'에는 “정신을 맑게 하고 심신을 안정시켜 주며 위를 따뜻하게 하고 기를 잘 통하게 한다. 간 질환 치료에 효과가 있다”고 쓰여 있다. 그래서 송나라 신종이 당시 중풍을 앓고 있던 문종(고려 11대 왕)의 치료를 위한 약품 중 하나로 침향을 보냈을 정도('고려도경')로 귀하게 여겨졌다.
스트레스 호르몬 낮추고 면역세포 활성화
침향이 새로운 가치의 전환점을 맞은 것은 최근이다. 2020년 8월 국제분자과학회지 온라인판에 대전대 대전한방병원 동서생명과학연구원 이진석·손창규 교수팀의 연구결과가 신호탄이다.
연구팀은 수컷 쥐 50마리를 10마리씩 다섯 그룹으로 나눠 스트레스를 가하지 않은 한 그룹을 제외한 네 그룹에 매일
6시간씩 11일 동안 반복적으로 스트레스를 가하고 침향 추출물의 농도를 달리해 투여했다. 그리고 쥐의 뇌 조직과 혈청을 적출해 혈중 코르티코스테론(스트레스 호르몬) 및 뇌 해마의 손상도를 비교했다.
그 결과 코르티코스테론 농도가 스트레스를 받기 전보다 5.2배 증가한 일반 쥐 그룹과 달리 침향 추출물을 높은 농도(80㎎/㎏)로 투여한 그룹은 뇌의 활성산소가 가장 현저히 줄었다. 혈중 코르티코스테론 농도는 실험 전 수준에 가깝게 회복됐다. 연구팀은 “스트레스는 뇌의 면역 세포인 ‘미세아교세포’를 과활성화해 염증성 사이토카인을 분비하고 이로 인해 생성된 염증이 뇌의 산화적 손상을 일으키는데, 침향 추출물이 미세아교세포의 활성을 억제해 이러한 손상을 막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스트레스로 인한 뇌 손상을 침향이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듬해에 밝혀진 것은 바로 침향의 면역 증진 효과다. 동의대 항노화연구소, 동의대 한의과대학 생화학교실 공동 연구진이 지난해 7월 생명과학회지에 발표한 연구결과를 통해서다.
연구팀은 인도네시아 칼리만탄 정글 지역에서 수집된 침향 2종(Aquilariamalaccensis)을 감압·농축해 얻은 추출물로 쥐의 대식세포(RAW 264.7)를 처리해 24시간 동안 배양했다. 그 후 연구팀은 침향 추출물의 처리 농도가 증가함에 따라 대식세포에 긴 방추형 사상위족이 생기는 것을 확인했다. 대식세포의 이 같은 변화는 ‘공격형 대식세포’로 불리는 M1 표현형으로 분극화한 것을 의미한다. 특히 M1 표현형이 생기는 것은 인체가 면역계 자극을 통해 방어체계를 강화하는 수단이다. 침향 추출물을 통한 이 같은 변화는 홍삼 추출물보다도 영향력이 큰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진은 “2종의 침향 추출물 모두 홍삼 추출물 대비 저농도에서도 M1 표현형을 획득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이 연구에서는 대식세포의 식작용 활성이 침향 추출물 처리 농도에 따라 증가하고, 10㎍/mL로 처리된 경우 대식세포의 식작용이 침향 종에 따라 각각 2.6배, 1.5배 증가한다는 사실까지 확인했다. 특히 침향 추출물이 염증성 매개인자와 사이토카인 생성을 증가시킨다는 점도 확인했다. 연구팀은 “이 연구 결과는 침향의 면역 증진 가능성을 보여줄 수 있는 근거로 활용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제품 선택 시 자체 관리 기준 살펴봐야
하지만 약재는 종과 관리 수준에 따라 품질이 확연히 달라진다. 한때 중국산 한약재에서 허용 기준치를 훨씬 초과하는 중금속이 검출돼 논란이 된 바 있다. 일반 한약재의 경우 한약재 안전 및 품질관리 규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들 규정과 기준치에 못 미치는 약재가 여전히 존재한다.
침향의 경우 국내 품질 기준은 더 느슨하다. 기대만큼 엄격하지 않은 편이다. 국내에서 침향과 품질을 담보하는 규격은 약전에 담긴 규격이 거의 유일하다. 약전에서는 침향의 규격에 대해 건조 함량 8% 이하, 회분 2% 이하, 묽은에탄올엑스 18% 이상, 납(5ppm)·비소(3ppm)·수은(0.2ppm)·카드뮴(0.3 ppm) 등 중금속 함량 상향 기준 등이 명시돼 있는 게 고작이다.
품질 선별 기준이라기보다는 최소한의 안전 기준인 셈이다. 따라서 침향을 원료로 한 제품이라고 같은 품질과 같은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침향 관련 제품을 구입할 때는 약전 기준 외에 별도로 자체적인 품질관리 시스템을 통해 생산되는 제품을 구입하는 것이 좋다.
류장훈 기자 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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