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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차기 대선 경쟁

"어디서 지금 술 먹자는 거냐"…尹·장제원 시작은 악연이었다 [尹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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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의 관계는 원래 악연으로 시작했다.

한때 ‘윤석열 저격수’를 자처했던 장 실장이 윤 당선인의 대선 승리에 결정적 기여를 하고 윤석열 정부의 국정운영 밑그림 작업을 총괄 지휘하는 것은 운명의 장난처럼 비춰지기도 한다.



“장 의원님, 소주 한잔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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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부산 이마트 사상점 앞 유세에서 어퍼컷 세리머니를 하는 윤석열 당선인. 오른쪽은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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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당선인과 장 실장의 살벌했던 첫 만남은 2018년 10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서울중앙지검 국정감사장에서 야당 법사위원으로 참석한 장 실장은 피감기관장이던 윤 당선인을 향해 장모 최모씨의 잔고증명서 위조 의혹을 제기했다. 분위기는 험악했다.

▶장제원 자유한국당 법사위원=“윤석열 지검장의 장모가 잔고 증명서를 위조했다는 게 밝혀졌습니다. 윤 지검장 본인의 도덕성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윤석열 지검장=“그게 어떻게 제 도덕성의 문제입니까. 제가 관련돼 있다는 증거가 있습니까.”



▶장 위원=“본인의 주변이, 우리 국민 300억원의 돈이 지금…”



▶윤 지검장=“아무리 국감장이지만 이것은 좀 너무하시는 것 아닙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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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제원 의원이 2018년 10월 19일 오전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서울고등검찰청, 서울중앙지방검찰청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에게 질의하고 있다. 이날 장 의원은 윤 지검장의 장모가 사기 혐의가 있음에도 수사가 제대로 진행되고 있지 않다며 윤 지검장의 배후 의혹을 제기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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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무대 뒤편 분위기는 달랐다. 국감이 끝난 직후 윤 당선인은 장 실장을 찾아가 “장 의원님을 평소에 좋아했다. 나중에 소주 한잔하시자”고 제안했고, 이에 장 실장은 “피감기관장이 어디서 지금 술 먹자고 하는 거냐”며 웃으며 응수했다고 한다. 이날 약속은 얼마 뒤 실제 술자리로 이어졌다. 장 실장의 서울 여의도고 동기동창인 권익환 변호사가 함께했다.

이듬해 7월 윤 당선인은 검찰총장으로 지명돼 다시 국회에 섰다. 장 실장은 이때도 법사위원으로 인사청문회에 참여했다. 당시 김진태 법사위 간사 등 야당 의원들은 윤 당선인 관련 의혹 자료를 밤새워 준비했다고 한다. 하지만 첫 질의에 나선 장 실장은 “지난 국정감사 때 장모님 얘기를 제가 했는데, 참 불행하게도 장모님 사건에 윤석열 후보자께서 배후에 있다는 그 고리를 못 풀었다”며 “그래서 오늘 장모님 얘기는 안 하려고 그런다”고 사과했다.



검찰총장 사퇴 뒤 尹이 먼저 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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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은 누구.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두 사람은 이후에도 가끔 식사를 하는 등 인연을 이어왔다고 한다. 그러다 2019년 8월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이 조국 법무부 장관에 대한 수사에 착수하면서 정치환경이 급변했다. 그해 10월 대검찰청 국정감사장에서 장 실장은 마주한 윤 당선인에게 이렇게 말했다.

“세 번째지요. 첫 번째는 중앙지검장 때 국정감사 때, 두 번째는 청문회 때, 세 번째는 오늘인데. 제가 그 두 번은 굉장히 좀 적대감을 가지고 왔어요. 쓴소리도 많이 했고 또 전투력도 활활 타올랐고. 그런데 오늘 서초동으로 오면서 짠한 생각이 들더라고요. 총장님이 얼마나 힘들까. 제가 윤석열이라는 사람한테 이런 감정이 들 수 있을까. 저 스스로 놀랐습니다.”

지난해 3월 윤 당선인이 검찰총장직을 던진 뒤 장 실장은 윤 당선인에게 먼저 연락하지 않았다고 한다. “마음 정리할 시간이 필요할 것 같았다”는 게 장 실장의 말이다. 되레 먼저 연락을 취한 건 윤 당선인이었다. 그는 검찰총장 사퇴 석 달 뒤인 지난해 6월 중순쯤 장 실장에게 연락해 정진석 국회부의장, 권성동 의원과 함께 윤 당선인을 만났다고 한다. 그 자리에서 윤 당선인은 함께 자리한 세 사람에게 “도와달라”고 부탁했다.

세 사람 중 선수(選數)가 가장 낮은 장 실장이 윤 당선인의 캠프에 종합상황실장으로 합류했다. 당시 윤 당선인의 캠프는 각자가 윤 당선인에게 직보하는 등 위계질서가 거의 무너진 상태였다고 한다. 이에 장 실장은 캠프 합류 뒤 군기부터 잡았다. 당시 캠프에서 활동했던 한 인사는 “장 실장이 출근 첫날 ‘앞으로 보고체계를 무시하면 다 자르겠다’고 엄포를 놓은 뒤부터 캠프가 정상적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고 기억했다. 다만 “그 뒤부터 장 실장에 대한 견제, 뒷말도 늘었다”고 했다.

“텔레그램 메신저 목록에 뜬 윤 당선인의 녹색불이 사라지기 전에 먼저 잠들어본 적이 없다”는 게 올해 초 어느 날 장 실장 회고였다. 텔레그램에 온라인 접속 중인 인사의 프로필엔 녹색불이 들어온다. 윤 당선인이 잠들기 전엔 늘 비상 대기 상태였다는 의미다.

그만큼 열심히 일했지만, 장 실장은 경선 도중 하차했다. 아들인 용준씨(가수 ‘노엘’)가 집행유예 기간 무면허 운전과 경찰관 폭행 혐의로 입건됐기 때문이다. 당시 윤 당선인이 만류했으나 장 실장은 “결국 후보의 허락을 득하지 못하고 직을 내려놓는다”며 “자식을 잘못 키운 아비의 죄를 깊이 반성하며 자숙의 시간을 갖겠다”고 했다. 장 실장에 대한 불만이 컸던 일부 캠프 및 국민의힘 인사들은 손뼉을 쳤다.



단일화 성사 뒤 복귀…초대 대통령 비서실장 전망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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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오른쪽)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회동을 마친 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를 나서며 장제원 대통령 당선인 비서실장과 악수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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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실장에 대해 정치권에선 흔히 그가 윤 당선인 주변의 ‘매파’ 역할을 했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윤 당선인 측 핵심관계자들은 “오히려 가장 윤 당선인의 중심을 잡아준 사람이 바로 장 실장”이라고 말한다. 경선 당시 “전두환 전 대통령이 정치는 잘했다”는 윤 당선인의 발언이 ‘전두환 옹호’ 논란으로 번지자, 야인이던 장 실장은 직접 윤 당선인이 머무르고 있는 지방 숙소를 찾아가 대국민 사과에 나서라고 설득했다고 한다.

지난해 12월 선대위 구성을 두고 윤 당선인과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이준석 당 대표가 신경전을 벌일 당시에도 “쉽게 이길 수 있는 길을 왜 돌아서 가려고 하느냐. 김 전 위원장과 이 대표와 함께 손을 잡고 가야 한다”고 적극적으로 설득한 이가 바로 장 실장이었다.

대선 막판, 장 실장은 윤 당선인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간의 극적 후보단일화를 성사시키며 화려하게 복귀했다. 수차례 협상 결렬에도 불구하고 안 대표 측 이태규 의원과 희망의 끈을 놓지 않은 결과다. 윤 당선인과 안 대표가 마주 앉기 직전인 2일 늦은 밤, 장 실장은 윤 당선인이 촬영 중이던 서울 강남의 스튜디오를 찾아가 단일화를 설득했다. 안 대표의 의중에 대해 ‘반신반의’하던 윤 당선인은 “제가 책임지겠다”는 장 실장의 확신에 마음을 굳혔다고 한다.

윤 당선인은 대선 승리를 확정 지은 10일 낮, 첫 인사를 통해 장 실장을 당선인 비서실장에 공식 지명했다. 장 실장이 “공동인수위, 공동정부”를 약속했던 안 대표는 윤석열 정부 국정운영의 밑그림을 그릴 인수위원장이 됐다. 윤 당선인 측 핵심관계자는 “장 실장의 비서실장 기용은 대선 공신에 대한 포상이 아니라, 장 실장이 기획한 윤석열 정부의 청사진을 윤 당선인이 승인한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장 실장이 현역 의원직을 포기하고 초대 대통령 비서실장을 맡을 것이란 전망까지 나온다.

김기정 기자 kim.ki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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