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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2 (화)

이슈 초중고 개학·등교 이모저모

가족 확진됐어도 등교…“다 퍼지면 어떡해” 불안팽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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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 미접종한 유·초등생 세부 등교방침 필요”

확진가족도 등교 보내기 꺼려 “사회적시선 겁나”

교사들의 업무 부담도 한계치

전문가 “숨은 감염자 확산세 키울 수 있어”

[이데일리 정두리 기자] “아직 백신접종도 못한 아이들 집단감염이라도 걸리면 어쩌나요. 불안하다 못해 두렵죠.”

지난 14일부터 같이 사는 가족이 코로나19에 확진돼도 학생은 백신접종 여부와 상관없이 등교할 수 있게 되면서 학교 현장에선 불안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국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연일 30만명대를 넘어서는 상황 속에서 학부모들은 아이가 매일 등교할 때마다 불안감을 떨칠 수 없다는 반응이다. 극심한 혼란 속에 방역 관리까지 떠맡게 된 교사들의 업무 부담도 한계치에 다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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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등 동거인이 코로나19에 확진됐더라도 학생들은 등교가 가능해진 14일 오전 서울 시내의 한 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이 등교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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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 미접종한 유·초등생 세부 등교방침 필요해”

동거가족 중 확진자가 발생한 학생, 교직원도 백신접종 여부와 관계없이 등교가 가능해지면서 교육 현장의 집단감염 우려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특히 아직 만 5살 이상에서 11살 어린이들의 백신 접종이 시작되지 않은 상황에서, 교내 방역지침이 완화되자 유·초등학교를 중심으로 학부모들의 반감이 거세다.

초등학생 저학년 아이를 키우는 한모(40)씨는 “지금 코로나가 정점이라고 하는데, 한 학급에 수십 명이 몰려있는 교실이 안전하다고만 할 수 있겠느냐”면서 “가족 중에 확진자가 있는 학생들도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니, 아이를 학교에 보낼 때마다 정부 지침을 따르는 게 맞는건지 회의가 든다”고 토로했다.

최근 코로나19 확진으로 자가격리를 하고 있다는 학부모 강모씨(36)씨는 아이를 학교에 보내면서도 민폐가 아닐까 걱정이 앞선다. 강씨는 “아이는 음성이 나와서 학교에 등교해도 된다지만 잠복기 때문에 걱정”이라면서 “내 아이가 혹여나 집단감염의 시발점이 되는 건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출결관리·학습진도를 놓칠 순 없고 이래저래 스트레스”라고 한숨을 쉬었다.

상황이 이렇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아직 백신 미접종 대상인 유·초등학생의 경우 세부 등교방침이 필요하다는 청원글도 등장했다.

한 청원인은 “14일부터는 동거가족이 확진돼도 등교가 가능하다고 한다. 하지만 백신을 접종하지 않은 유·초등학생의 경우 어린이집, 유치원, 학교에서 집단감염은 불 보듯 뻔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초등학교 급식실은) 아무리 칸막이가 있다고 하나 100명이 넘는 아이들이 함께 모여 식사를 한다. 그 많은 학생 중에 잠복기에 있는 학생이 단 1명이라도 있다면, 집단감염이 일어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백신을 접종한 중고등학교와 백신을 접종하지 못한 유초등학교를 분리해 등교방침을 따로 만들어야 한다. 제발 정책을 세울 때 좀 더 세심히 살펴봐 달라”고 촉구했다.

극심한 혼란 속에 교사들도 업무 부담을 호소하고 있다. 이들은 기존 수업 외에도 △자가진단키트 배부 △코로나19 증상 사유 정리 △출결 관련 데이터 보고 △학부모 수시상담 △자가진단앱 관리 등 학생 방역관리를 도맡고 있다.

일산 한 중학교 교사 정모(37)씨는 “아침마다 담임들은 학부모와 학생들에게 코로나19 관련으로 전화하느라 눈코 뜰 새가 없다”면서 “자가진단앱에 등교중지가 뜨면 출석 인정결석 처리가 되기 때문에 해당 사유를 정리하는 것은 물론, 출결 관련 서류를 따로 정리해서 보고해야 하는 등 매일 격무에 시달리고 있다. 자가진단키트를 종류별로 일일이 다 조합해서 나눠줘야하는 것도 선생의 몫”이라고 호소했다.

평택 모 중학교 교사 이모(34)씨는 “가족 확진에도 학생 등교가 가능해지면서 학생, 학부모, 선생 모두가 불안한 건 마찬가지”라면서 “특히 교사 확진의 경우 수업을 대체할 사람이 없어서 비상인 상황”이라고 했다.

전문가들 “숨은 학생 감염자 확산세 더 커질 수 있어”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현재 오미크론의 가족 내 감염률은 30% 후반∼40% 초반으로 추정된다. 전문가들은 동거인의 감염률이 30~40%에 달하는 상황에서 확진 개연성이 큰 학생의 등교를 할 수 있게 하는 것은 숨은 감염자가 늘어 확산세가 더 커질 것이라고 우려한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아이들은 본인도 모르게 코로나를 앓고 지나가는 경우가 상당히 많은데, 계속 등교를 하면 감염이 될 확률은 높을 수밖에 없다”면서 “유·초등학생은 아직 백신도 맞지 상황에서 학교 방역지침이 완화되면 확산세는 더욱 심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확진 가족의 학생의 경우 일주일은 원격 수업을 하고, 만약에 원격 수업을 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매일 신속항원검사를 하는 것을 교내 방역의 의무로 둬야 한다”면서 “이건 교사도 마찬가지”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학급 안에서 20명 학생 중에 3명 이상이 확진이 나오면 그 학급은 일주일간 원격 수업을 하는 것을 권고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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