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색깔론 버리고 실력만을 봐야”
“文정부 좋은 정책도 가져다가 써야”
최상목 전 기획재정부 차관은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에 이렇게 조언했다. 당시 이데일리는 각계각층 전문가들에게 `새로운 정부에 바라는 점`을 취재했다. 최 전 차관은 문재인 정부가 성공하려면 보수 쪽 인재와 좋은 정책도 함께 쓰라고 지적했다. 손꼽히는 기재부 에이스의 일침에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그가 이렇게 권했던 이유는 간단했다. 역발상을 할수록 국민으로부터 환영을 받을 것이란 이유에서다. 보수정부에서 고위직을 맡은 공직자이더라도 문재인 정부가 전문성을 보고 인재를 발탁하라는 것이었다. 이렇게 인재가 등용되면 자연스럽게 세련된 정책이 나올 수밖에 없다. 결국 이 혜택은 국민 모두에게 돌아간다.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사진=뉴시스) |
하지만 문재인 정부의 초반 분위기는 엄혹했다. 적폐청산 목소리에 합리적 이성은 파묻혔다. 특히 세종 관가는 숨죽였다. 박근혜 정부의 국정과제를 이행했던 공직자나 공공기관 직원들은 좌천 위기에 떨었다. 민주노총·한국노총은 10명의 공공기관장 명단을 공개하며 적폐 기관장 청산을 요구했다. 이후 이른바 `캠코더(캠프·코드·더불어민주당)` 인사가 잇따랐다.
진보 정부에서 보수 정부로 바뀔 때도 다르지 않았다. 노무현 정부에서 이명박 정부로 바뀌자 대대적인 물갈이가 시작됐다. 널리 인재를 구하지 않고 주로 개인적 인연에 따라 사람을 꽂았다. `점령군`이란 말까지 나왔다. `고소영(고려대·소망교회·영남)`, `강부자(강남 땅 부자)` 논란이 일었다. 이 결과 촛불집회를 거치면서 첫 해 대통령 지지율이 20%대까지 급락했다.
배제의 정치가 만든 결과였다. 당시 정권 교체기에 만났던 공직자들은 “이전 정부의 국책과제를 이행했다는 이유로 책임을 묻는 게 말이 되는가”라고 반문했다. “이렇게 되면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전 정권에서 일한 사람들은 적폐 세력이 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왔다. 특정 정권의 꼬리표를 붙이고 배제할수록 불만은 커지고, 제대로 된 일의 성과물도 나올 수 없다.
지금은 어떨까. 새로운 정부에 대한 국민적 기대가 크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두 개의 대한민국`이 될 것이란 걱정에서다. 여성가족부 폐지를 놓고는 정면충돌 양상이다. 정부·공공기관 자리 싸움은 더 치열하다. `윤석열정부에서 몇몇 기업들이 수사선 상에 오를 것`이란 루머까지 나돌아 기업들은 숨죽이고 있다. 공수가 바뀌었을뿐 과거 정부의 모습이 어른거린다.
윤석열 당선인은 장성민 세계와동북아평화포럼 이사장을 `쓴소리 특보`로 임명하는 등 소통을 예고했다. 안철수 대통령직 인수위원장은 “인수위원회는 점령군이 아니다”고 말했다. 경제1분과 간사로 화려하게 복귀한 최상목 전 차관은 과거 정부의 좋은 인재·경제정책을 쓸지 시험대에 올랐다.
이제는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줘야 할 때다. 성공한 정부를 만들려면 과거 정부의 폐단을 반복해선 안 된다. 실력 있는 공무원·공공기관 임직원이라면 정권에 관계없이 기용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의 인재, 좋은 정책을 가져다가 쓸수록 윤석열 정부가 국민의 박수를 받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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