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과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2008년 2월 18일 오전 청와대 안 대통령 관저에서 지난 해 말 첫 만남 이후 50여일 만에 다시 만나 국정현안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이 자리에는 문재인 비서실장과 유우익 비서실장 내정자가 배석했다. 중앙포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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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로 예정됐던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오찬 회동이 무산됐다. 인사권 등을 두고 견해차가 컸던 게 문제가 됐는데, 또다시 권력 교체기의 신·구 권력간 갈등이 반복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과거에도 정권 재창출 시기보다 정권 교체기엔 신권력과 구권력 사이에 크고 작은 잡음이 나왔다. 10년 만에 정권이 교체된 17대 대선(2007년) 뒤에도 그랬다.
노무현 당시 대통령과 이명박 당선인 간 회동은 대선 9일 만인 2007년 12월 28일에 이뤄지고, 이듬해 2월 18일에 두 번째 회동도 했다. 겉으로 보기엔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 하지만 실제 분위기는 달랐다는 점이 이명박 전 대통령이 2015년 발간한 회고록 『대통령의 시간 2008-2013』에서 확인됐다.
이 전 대통령은 “2008년 2월 18일 일말의 기대를 안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찾아갔지만 뒷맛이 씁쓸했다. 한·미 양국 대통령이 쇠고기 협상을 몇 차례에 걸쳐 타결하기로 약속한 일인데 이를 마무리 짓지 않은 채 퇴임하겠다니…”라고 썼다. 노 전 대통령이 제대로 마무리 짓지 않은 바람에 이 전 대통령이 임기 초 광우병 사태로 홍역을 치렀다는 취지였다. 당시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지만, 정부 이양기에 신·구 권력 간 갈등이 있었던 사실은 확인된 셈이다.
이런 갈등은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뒤에도 ‘사초(史草) 폐기’로 이어진다. 노 전 대통령이 퇴임하면서 봉하마을로 대통령 기록물을 복제해 간 게 화근이 됐다. 노 전 대통령은 기록물 반환 요구를 거부하며 대치했고, 양측의 갈등은 노 전 대통령에 대한 뇌물 수수 관련 수사로 이어졌다.
2012년 당시 민주통합당 문재인ㆍ 새누리당 박근혜 대통령 후보가 12월 4일 서울 여의도 MBC 스튜디오에서 방송토론을 하기에 앞서 손을 잡고 사진찍고 있다. 중앙포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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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10년 만의 정권 교체였던 19대 대선(2017년) 이후는 특히 신·구 권력 간 갈등이 첨예화했던 시기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으로 보궐 선거 성격으로 치러진 대선에서 당선된 문재인 대통령은 당선인 신분 없이 바로 대통령에 취임한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하자마자 ‘적폐 청산’이라는 명분으로 보수 정부 인사들에 대한 대규모 수사를 진행했다. 박 전 대통령과 이 전 대통령의 구속도 이뤄진다.
하지만 정권 교체라고 해서 항상 정부 이양기에 갈등이 불거졌던 건 아니다. 김영삼(YS)·김대중(DJ) 전 대통령은 정부 이양의 모범적인 사례로 평가받는다. 정적(政敵)이긴 했지만 민주화 운동의 동지였던 YS와 DJ는 15대 대선(1997년)을 치른 지 이틀 만에 만나 국제통화기금(IMF) 합의사항 이행을 비롯한 6개 합의사항을 발표했다. 두 사람은 9일 뒤인 12월 29일에도 만나 부부간 만찬을 함께했다. 이후에도 YS와 DJ는 6번을 더 만나 DJ 대통령 취임 전까지 8차례 정례 회동을 가지며 협치할 수 있는 방안을 논의했다.
윤성민 기자 yoon.s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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