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첫 업무를 볼 집무실이 곧 결정된다. 용산 국방부 신청사가 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진 가운데, 윤 당선인이 17일 종로구 당선인 집무실 인근 식당에서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 박주선 대통령 취임식 준비위원장, 김병준 지역균형발전특별위원장 등과 산책하며 시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사진 국민의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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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5월 10일 출근할 첫 대통령 집무실의 장소가 늦어도 이번 주말 중엔 최종적으로 확정된다. 윤 당선인은 17일 오후 통의동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사무실에서 안철수 인수위원장과 함께 청와대 집무실 이전 방안에 대한 최종 보고를 받았다. 이날 보고안엔 유력한 1안인 '용산 국방부 신청사'외에 광화문 외교부 청사도 포함됐다.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은 보고가 끝난 뒤 "청와대 이전 후보지를 외교부 청사와 국방부 청사로 압축하고 해당 분과 인수위원들이 18일 현장 점검에 나설 예정"이라 밝혔다. 당선인은 이날 최종 결정을 내리진 않았지만, 당선인 핵심 관계자에 따르면 용산 이전 안을 택할 가능성이 여전히 크다. 당선인이 최종 결정을 하면 주말 중엔 윤 당선인이 직접 '용산 이전안'을 발표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당선인 측 관계자는 “용산에 대통령 집무실을 설치하고 주한미군으로부터 반환 받은 용산기지 부지에 공원을 조성해 미국의 백악관과 같이 시민들이 대통령과 참모들의 집무실을 볼 수 있는 한국형 프레지덴셜 에리어도 조성할 것”이라 말했다. 당선인 측은 이를 위해 대통령집무실과 주변 공원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있는 미국 백악관실 모델을 집중 연구했다고 한다.
윤 당선인이 ‘용산 집무실’을 최종 선택하면 지난 1월 “새로운 대통령실은 광화문 정부청사에 구축하고 청와대는 국민께 돌려드릴 것”이라 선언했던 ‘광화문 시대’ 공약은 지켜지지 못하게 된다. 대선 기간 “약속을 지키는 대통령이 되겠다”며 4년 전 ‘광화문 시대’ 공약을 철회했던 문재인 정부를 비판한 당선인에겐 다소 뼈아픈 지점이다. 당장 여당 국방위원회 소속 위원들은 “집무실 졸속 이전 추진은 전형적인 대통령발 갑질”이라며 “국방부와 합참의 부대 이전에 따른 직간접적인 예산이 1조 원 이상 소요될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당선인 측은 “100억~200억원 정도면 이전이 가능하다”고 반박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대통령 집무실을 청와대에서 서울 용산 국방부 신청사로 이전하는 방안을 사실상 확정한 것으로 17일 전해졌다. 사진은 이날 국방부 신청사 모습.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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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선인 측 관계자들에 따르면 윤 당선인이 용산을 택한 건 여러 ‘현실적 제약’과 함께 ‘용산 공원’이란 매력적 요소 때문이었다.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장소보다는 청와대를 왜 나와야 하는 가에 대한 설명을 드리는 게 낫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구중궁궐’이라 불려온 청와대에서 나오는 것 자체에 큰 의미가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당초 ‘광화문 정부청사 집무실·삼청동 총리공관 관저’안을 추진했던 당선인 측이 용산 국방부 청사로 급선회한 가장 큰 이유는 ‘광화문 집무실’이 초래할 주변 시민들의 불편함이었다.
광화문 정부청사에서 대통령이 업무를 볼 경우 경호 문제로 재밍(전파방해)이 발생한다. 재밍이 나오면 주변 건물에서 휴대폰과 노트북 사용이 어려워지는데, 기업이 밀집해있고 미·일 대사관까지 있는 광화문에선 무시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 광화문 외교부 청사도 대안으로 제시됐지만 역시 비슷한 어려움에 부딪혔다. 당선인은 대선 기간 “기초적 검토는 마친 상태”라고 했지만, 현실의 벽은 높았다. 당선인 측은 “당선인이 시민들과 약속을 한 만큼 광화문 집무실을 거듭 주장했지만, 이 문제를 해결할 방안이 마땅치 않았다”고 했다.
지난 10일 경복궁 뒤로 보이는 청와대의 모습. 윤석열 당선인은 임기가 시작되는 5월 10일 청와대가 아닌 국방부 신청사에 마련된 새로운 집무실에서 업무를 볼 가능성이 높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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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집무실을 사용할 경우 기존 청와대 위기관리센터 상황실(지하 벙커)과 헬기장 등을 계속 활용해야 하는 점도 문제였다. 시민들에게 약속한 ‘청와대 완전 개방’을 지킬 수 없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광화문 내 지하주차장 문제로 발생할 경호의 어려움과 정부 청사를 사용하던 직원들의 이전 비용도 문제가 됐다고 한다.
반면 국방부 신청사의 경우 재밍과 경호 문제에서 자유롭고, 국방부 지하 벙커와 헬기장을 사용할 수 있어 청와대 완전 개방이 가능한 점이 장점으로 꼽혔다. 이전과 관련해서도 국방부는 과천으로, 합동참모본부는 수도방위사령부로 옮길 경우, 광화문 안과 비교해 비용 역시 큰 폭으로 줄어든다고 했다.
특히 당선인은 주한미군이 반환 중인 용산기지 부지에 조성될 공원에 큰 매력을 느꼈다고 한다. 용산 집무실 주변의 담을 허물고, 공원을 조성하면 백악관과 같이 시민들이 대통령의 집무실을 볼 수 있는 ‘한국형 프레지덴셜 에리어’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당선인 측은 또한 새 집무실 1층에도 백악관과 같이 기자실과 브리핑룸을 설치해 국민과 소통하고, 윤 당선인이 공약한 각 분야 최고의 전문가들이 일하는 민관합동위원회 사무실도 마련 할 것이라고 했다.
윤석열 당선인, 용산 국방청사 집무실 유력.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
윤 당선인은 국방부 청사로 집무실을 옮기게 되면 한동안은 한남동 육군참모총장 공관이나 국방부 장관 공관을 사용할 예정이다. 공원 착공이 완료되면 공원 안에 작은 대통령 관저도 만들 예정이다. 당선인 측 핵심 관계자는 “출퇴근을 국민과 함께하고, 저녁엔 강아지와 산책도 하며 대통령이 시민 속으로 돌아가려는 컨셉”이라고 말했다.
주한미군은 2020년 12월을 기점으로 현재까지 전체 용산 미군기지(약 196만㎡)의 약 11%를 반환한 상태다. 정부는 올해 상반기까지 총 50만㎡의 미군 기지를 돌려받을 예정이다. 당선인 측 관계자는 “부지를 돌려받는 대로 올해 하반기 안에 예산을 투입해 최대한 빨리 공원 조성 공사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주변 고도제한도 국방부가 있을 때와 차이를 두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국립중앙박물관에 붙어 있는 용산 미군기지 메인 포스트의 모습.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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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이 현실적인 방안이라도 당선인의 사실상 1호 공약이었던 ‘광화문 이전’이 철회되는 것에 후폭풍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용산에 조성될 공원 건설 시점이 불투명하고, 광화문보다 시민과의 접근성이 떨어진단 지적도 피할 수 없어 보인다. 벌써 일부 시민들 사이에선 “청와대 구중궁궐에서 국방부 구중궁궐로 옮기는 것 아니냐”며 불필요한 세금 낭비란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 전직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지금 윤 당선인에게 가장 중요한 건 청와대 이전이 아닌 민생과 코로나19”라며 “청와대 이전 문제는 완급 조절을 해도 될 문제인데 너무 서두르는 것 같다”고 말했다.
■ '청와대 이전 공약' 어떻게 나왔나
당선인 측 일부 참모들에 따르면 ‘청와대 이전’ 공약은 지난해 고(故) 이어령 초대 문화부 장관의 중앙SUNDAY 인터뷰가 하나의 계기가 됐다고 한다. 1월 초 코로나19 대응 방안에 대한 이 전 장관의 말을 담은 참모들의 보고서가 윤석열 당선인의 결심에 한 몫을 이어졌다는 것이다.
당시 거론된 이 전 장관의 인터뷰(“코로나 코너 돌면 상생ㆍ공존의 생명화 시대 펼쳐질 것”)엔 이런 대목이 나온다.
“코로나는 언젠가는 갑니다. 이 수난의 기간을 어떻게 보내는 가에 따라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흥하는 국가와 쇠하는 국가가 갈리게 됩니다.”
당시 정책본부 핵심관계자 등 참모들은 윤 당선인에게 이 인터뷰를 언급하며 코로나19에 대처하는 새로운 관점을 요구했다고 한다. 코로나19를 불가역적 변화로 인식하고 여기서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건의했다. 이를 위해선 기존의 부처가 분절돼 일하는 청와대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고, 이것이 '청와대 이전'공약에 영향을 끼쳤다고 전했다.
실제 윤 당선은 지난 1월 27일 ‘청와대 이전’ 정치 개혁 공약을 발표하며 “코로나 위기는 사회 각 분야에 불가역적 변화를 만들어내고 있고, 이를 선진국으로 도약할 기회로 만들어가야 하는데 공무원들끼리만 모여서는 문제 해결과 대안을 만들어 가는 데 한계가 있다”는 말을 했다.
현일훈·김기정·박태인기자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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