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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7 (일)

[대통령실 용산 이전] 구중궁궐 논란에 역대 정권마다 "옮기겠다"고 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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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S·DJ도 서울청사 집무 검토하다 중단…문대통령 '광화문시대' 공약도 백지화

건물구조 두고 "권위적·비효율적" 지적 되풀이…전례 고려해 '빠른 결정' 내린듯

"자전거 타고 가서 보고" "테니스 쳐도 되겠구먼"…많은 일화도 남겨

연합뉴스

'영욕의 70년' 靑, 이제 역사 속으로
(서울=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0일 대통령실의 용산 이전을 공식화하면서 70년 넘게 권력의 정점 바로 옆에서 그 명멸을 지켜봐 온 청와대도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사진은 청와대 본관. 2022.3.20 [연합뉴스 자료사진] photo@yna.co.kr



(서울=연합뉴스) 임형섭 기자 =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0일 내놓은 '대통령 집무실 이전' 계획은 사실 역대 정부가 교체될 때마다 새 대통령이 주요 공약으로 검토해 온 사안이다.

'구중궁궐'이라는 비유가 나올 정도로 정치권에서는 여야를 떠나 지금의 청와대 구조가 문제가 있다는 것에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이 때문에 역대 대통령들은 임기 초 '민심에서 멀어지지 않겠다'며 하나같이 청와대 이전을 추진해 왔지만, 고비마다 경호 문제 등 현실적 어려움이 부상하며 누구도 실제로 청와대를 떠나지는 못했다.

우선 1992년 대선에서 당선된 김영삼(YS) 전 대통령은 후보 시절 청와대가 아닌 서울청사에서 집무를 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으나 실제 청와대 집무실은 옮기지 못했다.

대신 김 전 대통령은 채 청와대 주변 도로 및 인왕산을 개방하고 안가를 철거한 뒤 사랑방을 개관했다.

김대중(DJ) 전 대통령 역시 당선 직후인 1998년 초 청와대 외에 광화문 정부종합청사와 과천 제2정부종합청사에 집무실을 마련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청와대에 갇혀있지 않고 적극적으로 각료들을 만나겠다는 생각이었다.

다만 경호와 비용 부분에서의 문제로 새 집무실 마련 사업이 중단됐고 결국 서울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는 것으로 방침을 정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경우에도 청와대 내부 구조를 바꾸려 했으나 이 역시 중간에 그만둔 바가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도 임기 초반 서울청사 별관에 집무실, 비서실, 경호실 등을 이전하는 방안을 검토하다가 국회 승인 문제와 비용 문제 등이 부상하며 이를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장 적극적으로 청와대 이전을 추진했던 것은 문재인 대통령이었다.

문 대통령은 2017년 대선 때 집무실을 광화문으로 옮길 것을 공약했고, 유홍준 명지대 석좌교수 등을 자문위원으로 하는 '광화문 대통령 시대 위원회'를 꾸려 본격적인 검토 과정을 거쳤다.

그럼에도 집권 3년차인 2019년 1월 유 석좌교수가 브리핑을 통해 "청와대 영빈관·본관·헬기장 등 집무실 이외 주요기능 대체부지를 광화문 인근에서 찾을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공약 백지화를 공식화했다.

이처럼 역대 대통령들이 매번 청와대를 '손질'하려 한 배경으로는 청와대의 건물 배치의 구조적 비효율성을 꼽을 수 있다.

현재 청와대는 대통령이 사용하는 본관, 대통령이 거주하는 관저, 외국 정상을 맞는 영빈관, 비서들이 사용하는 여민관, 외빈접견 오찬 등을 위한 상춘재, 각종 행사를 소화할 수 있는 잔디밭인 녹지원, 기자들이 상주하는 춘추관 등으로 구성돼 있다.

그동안 정치권에서는 청와대 건물들 사이의 거리가 너무 멀어 대통령과 참모들 사이의 소통이 저해될 수밖에 없고, 이런 현상이 심해지며 대통령이 점차 민심에서 멀어진다는 우려가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실제로 문 대통령 이전까지의 대통령들이 사용해 온 본관 집무실에서 비서동까지 자동차로 5분, 도보로 10분 정도 시간이 걸린 것으로 알려졌다.

2016년 국정농단 사태 때에는 김장수 당시 국가안보실장이 국회에 출석, 세월호 참사 발생 때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서면보고를 했다고 증언하면서 서면보고서 전달 방식에 대해 "보고서를 들고 뛰거나 자전거를 타고 갔다. 대통령의 소재를 모를 때는 통상 그렇게 해왔다"고 해 청와대 구조가 입길에 오르기도 했다.

대신 문 대통령이 취임한 뒤에는 비서동에 대통령 집무실을 만들어 이같은 문제를 완화했다.

건물 하나하나의 크기가 너무 크다는 점도 청와대의 비효율성을 보여주는 대목으로 꼽힌다.

거대한 크기의 건물이 대통령의 권위를 보여줄지는 모르지만, 오히려 참모들이 이런 권위에 압도될 경우 자유분방한 의사소통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취임 후 집무실을 보고 "테니스를 쳐도 되겠구먼"이라고 언급하거나, 김영삼 전 대통령이 청와대 본관에 도착한 뒤 비서에게 "사무실에 어떻게 가노"라고 물었다는 일화도 남아 있다.

윤 당선인이 이날 기자회견에서 "일단 청와대 경내로 들어가면 제왕적 권력의 상징인 청와대를 벗어나는 것이 더욱 어려워지리라 생각한다"며 취임 즉시 새 집무실에서 근무하겠다고 밝힌 것 역시 역대 대통령들의 전례를 분석한 결과 시간을 더 끌어서는 청와대 이전에 성공할 수 없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hysu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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