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7.07 (일)

"제왕적 대통령 벗어나야"…尹 '용산 집무실', 권력구조 개혁할까

댓글 3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머니투데이 박소연 기자] [the300]일각 반대 여론에도 정면돌파…"청와대 들어가면 공간에 지배받아"

머니투데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0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국금융연수원 별관에 마련된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청와대 대통령 집무실의 용산 국방부 청사 이전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청와대에 들어가면 그 공간에 지배받고 기존에 해오던대로 될 수밖에 없지 않겠나."

윤석열 제20대 대통령 당선인은 20일 대통령 집무실을 용산 국방부 청사로 관저를 한남동으로 옮기는 방안을 공식 발표하며 이같이 말했다. 윤 당선인은 일각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대통령 당선 11일 만에 집무실 이전을 확정하며 "공간이 의식을 지배한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폐쇄적인 구조의 청와대를 벗어나야만 '제왕적 대통령'에서 벗어나 '국민 속으로' 들어갈 수 있다는 신념을 피력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윤 당선인의 대통령 집무실 이전이 실질적인 대통령 권력구조의 개편으로 이어져야만 국민들로부터 진정성을 인정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면돌파' 尹 "결단 않으면 제왕적 대통령 못 벗어나"

머니투데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윤 당선인은 이날 종로구 한국금융연수원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회견장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용산 대통령 시대'의 당위성을 역설했다. 더불어민주당 등 일각의 비판 여론을 의식한 듯 약 48분간 직접 새 대통령 집무실 조감도가 그려진 판넬을 가리키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아냈다.

윤 당선인은 '여론이 안 좋으면 (대통령실 이전을) 철회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선거 과정에서 청와대를 국민께 돌려드리겠다고 말씀드렸고 국민들께서 많은 지지를 보내셨다"며 "여론조사를 하는 것보다 어느정도 정부를 담당할 사람의 자기 철학과 결단도 중요하다"며 사실상 후퇴할 의향이 없음을 밝혔다. 그는 '제왕적 대통령제를 내려놓는 방식이 제왕적'이라는 기자의 지적에도 "결단하지 않으면 제왕적 통제를 벗어나기 어렵다"며 정면돌파 의지를 밝혔다.

윤 당선인은 회견 곳곳에서 소통 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국민들께서 (용산)공원 산책에 나와서 대통령이 일하고 있는 모습과 공간을 얼마든 바라볼 수 있게 하는 정신적 교감 자체가 중요하다"며 "국가 최고 의사결정자가 일하는 모습을 국민들이 지켜볼 수 있고 노출돼 있다는 것 자체가 우리나라 민주주의의 발전을 훨씬 앞당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尹 집무실·비서실·프레스센터 한 건물에…민관합동위 소통 강화

머니투데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윤 당선인은 시종일관 청와대에 대한 부정적 의견을 피력했다. 당선인 대변인실은 보충자료에서 "청와대는 국민보다 대통령에 초점을 둔 권위주의의 잔재로 제왕적 대통령제의 상징"이라며 "국민과 단절되고 국민 위에 군림하며 소수의 참모에 의존하게 만들고 있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제왕적 대통령'에서 '일하는 대통령'으로, 국민과 참모, 민간 전문가와 소통하기 위해 국민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라고 대통령실 이전 필요성을 설명했다.

윤 당선인은 구체적인 소통 활성화 방안도 밝혔다. 기존 청와대에 분리돼 있던 대통령 본관, 비서동, 춘추관(기자실)을 국방부 청사 본관 한 건물로 합치는 것이 핵심이다. 청사 본관 2층 장관·차관실 등에 집무실과 비서실이 마련되고 1층엔 출입기자실 등 프레스센터가 들어선다. 청와대 직원 수를 줄이고 민관합동위원회 사무국, 회의실을 많이 만들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윤 당선인은 "저는 건물 1층에 (기자실을) 배치해서 여러분이 보안 수칙만 잘 지켜주면 필요시 언제든, 제가 1층에 가서 여러분들을 통해 국민들과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소통을 하겠다"고 말했다.

머니투데이



중요한 건 물리적 거리보다 '의지'…대통령 권력구조 개혁으로 이어져야

정치권 안팎에선 소통 강화에 대한 기대감과 함께 국가 안보 공백과 예산 문제, 교통 체증 등 시민 불편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공존한다.

제왕적 대통령제를 개선하기 위해 중요한 것은 공간의 이전보다 대통령의 의지란 것이다. 특히 광화문이 아닌 국방부로 이전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여론 수렴이 부족했던 데다, 국방부 대통령실은 청와대 못지않게 시민들과 괴리된 공간이란 지적도 나온다.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교수는 "청와대에서 이전한다는 취지는 국민들 목소리를 경청하기 위해서인데 군사시설인 용산에 가면 소통이 더 어렵지 않겠나. 차라리 비서동을 옮기면 된다"며 "소통에 있어 물리적 거리보다 더 중요한 건 대통령의 의지"라고 말했다.

머니투데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차재원 부산가톨릭대 교수는 "국민 속으로 간다면 광화문으로 가는 게 맞았다. 북한 도발이 가시화되는데 국방부, 합참 이전을 감수하면서 안보 환경의 공백을 초래할 수 있는 용산 이전을 하는 게 맞나"라며 "권력구조를 바꾸기 위해선 제도 보완과 개혁을 추진하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집무실 이전은 많은 부작용을 낳을 수 있어서 실제 윤 당선인의 취임 후 국민 소통을 지켜봐야 본 뜻을 알 수 있을 것"이라며 "국민들을 설득하지 못한다면 2008년 이명박 전 대통령처럼 집권 초기 국정운영 동력을 상실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윤 당선인이 대통령 권력구조를 개편하겠단 의지를 집무실 이전뿐 아니라 다양한 경로로 밝히는 만큼 한국 대통령사에 한 획을 긋는 개혁의 계기가 될 수 있단 의견도 나온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은 "비서진 수를 대폭 줄이고 민정수석실도 폐지하는 등 권력구조를 전체적으로 개편해 나가는 대한민국 권력관계 리모델링의 신호탄이 아닌가 싶다"며 "검찰 개혁, 법무부 개편, 의회 존중, 책임장관제 등을 거론하고 있는데 집무실 이전에 그치지 않고 권력구조의 변화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그는 "예산과 경호 문제, 시민 불편 등을 상충할 정도의 효과를 거둘지 국민들이 평가할 것"이라며 "성공한다면 대한민국 헌정사에 한 획을 긋는 업적이 될 것인데 두 달 안에 판가름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소연 기자 soyunp@mt.co.kr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