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풍 우려 속 신중론·정부도 "예비비 절차 문제없다"…靑 내부선 '부글부글'
민주, 지지층 반대 속 여론전…예비비 통과가 1차 관문, '인수위법' 교통정리 될까
"5월 10일에 완전개방, 물리적 불가능" 지적도…당분간 신경전 계속될듯
[대통령실 용산 이전] 청와대 앞 시민들 |
(서울=연합뉴스) 임형섭 홍준석 기자 = 청와대는 20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 계획을 발표한 것에 대해 반응을 삼갔다.
내부에서는 윤 당선인 측이 중대한 사안을 일방적으로 발표했다며 불만섞인 목소리도 터져 나왔지만, 섣부르게 제동에 나설 경우 오히려 여론의 역풍에 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최대한 신중한 대응 기조를 유지한 것으로 보인다.
대신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윤 당선인의 발표를 강력히 비난하는 등 청와대와 달리 적극적인 여론전을 벌였다.
특히 윤 당선인의 이번 발표가 현행 법률에 저촉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어 향후 논의 진행 과정에서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 역풍 우려 속 지켜보는 靑…내부선 '부글부글'
청와대는 윤 당선인의 발표에 대해 이날 어떤 언급도 내놓지 않았다.
이날 참모들 회의에서는 이 문제를 두고 의견이 오간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는 입장을 정하는 논의라기보다는 상황을 공유하기 위한 대화 성격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무엇보다 문 대통령이 최근 참모들을 향해 "당선인 측의 공약이나 국정운영 방안에 대해 개별적 의사 표현을 하지 말라"고 지시한 만큼, 참모들은 이 문제에 대해서도 발언을 극도로 삼가는 모습이다.
자칫 청와대가 윤 당선인의 구상에 발목을 잡는 구도가 만들어진다면 비난 여론이 청와대를 향하며 역풍에 처할 우려가 있는 만큼, 충분히 사전 논의를 거친 뒤에 대응을 하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대통령 집무실 이전의 경우 2017년 문 대통령의 공약이기도 했기 때문에 청와대가 반대할 명분이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럼에도 청와대 물밑에서는 집무실 이전 너무 성급하게 결정한 것 아니냐며 못마땅해하는 기류가 읽힌다.
윤 당선인 측이 이번 결정을 내리며 청와대 측과 협의를 거치지 않은 점이나, 결과적으로 지금의 청와대가 소통이 부족했던 것처럼 비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인식도 엿보인다.
◇ 예비비 1차 고비, '인수위법' 해석이 뇌관 될수도…민주당은 총공세
정치권에서는 우선 조만간 열릴 국무회의에서 윤 당선인 측이 요청하는 496억원 규모의 예비비 집행 안건이 무난하게 의결되는지 여부가 향후 집무실 이전 논의가 원활하게 흘러가기 위한 1차 고비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로서는 예비비 의결이 무산될 가능성이 크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예비비 신청에 절차상 문제가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이후 청와대나 여권 내부 기류에 따라 최종 의결권을 갖고 있는 문 대통령이 예비비 의결을 하지 않을 가능성도 배제하기는 어렵다는 관측도 함께 제기된다.
만일 문 대통령이 집무실 이전 행보에 '제동'을 걸게 될 경우, 양측 사이에서는 인수위의 권한을 규정해 놓은 '대통령직 인수에 관한 법률'(인수위법)에 대한 해석 차이가 가장 첨예한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윤 당선인이나 인수위가 집무실이나 국방부, 합참의 이전을 결정하는 게 인수위법에서 정한 권한의 범위와 충돌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인수위법에 따르면 인수위는 ▲ 정부의 조직·기능 및 예산현황의 파악 ▲ 새 정부의 정책기조를 설정하기 위한 준비▲ 대통령의 취임행사 등 관련 업무의 준비▲ 대통령당선인의 요청에 따른 국무총리 및 국무위원 후보자에 대한 검증 ▲ 그 밖에 대통령직 인수에 필요한 사항을 그 업무 범위로 하고 있다.
윤 당선인 측에서는 청와대·국방부·합참의 이전작업 역시 마지막 조항인 '그 밖에 대통령직 인수에 필요한 사항'에 포함된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윤 당선인은 이날 회견에서 "예비비나 이전 문제에 대해선 인수인계 업무의 하나라고 보고 현 정부에 협조를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여권 내에서는 이같은 논리는 수용하기 어렵다는 얘기가 공공연하게 나오고 있다.
청와대 참모들 사이에서도 드러내놓고 말하지는 못하고 있지만 법적으로 현직 대통령이 군 통수권자인데, 협의없이 국방부나 합참의 이전을 결정하는 것은 월권이라는 불만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민주당에서는 더 강경한 목소리가 나온다.
장경태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대통령의 권한은 소급해서 쓸 수 없다. 당선인은 정부 수반도, 군 통수권자도 아니다"라며 "부처 지휘권, 예산 편성권, 군 작전권까지 모두 사용하겠다는 건 불가능하다"라고 밝혔다.
김영배 의원은 "대한민국 헌법과 법률 어디에도 당선인이 현 국군 통수권자와 협의 없이 국가안보시설과 국방 자원의 이동 배치에 대해 일방통보할 권한을 찾을 수 없다"며 대통령의 국군 통수권을 규정한 헌법 제74조와 국군조직법 제6조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정청래 의원도 페이스북에 "대통령 당선인은 예산집행권이 없다. 무슨 권한으로, 무슨 돈으로 집무실을 옮기겠다는 것이냐"며 "이전 비용은 국회 의결도 거쳐야 한다. 님은 아직 대통령이 아니다"라고 비난했다.
다만 민주당 공세가 거센 것과 별개로, 예비비 사용은 국회 의결 사항이 아닌 만큼 제동을 걸 것인지 여부는 민주당이 아닌 청와대에 달려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아울러 여권 내에서도 지나치게 반대로만 일관할 필요는 없다는 목소리도 조금씩 흘러나오고 있다.
이석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대통령 집무실 이전은 진영에 갇혀 다툴 일이 아니다. 구중궁궐 구조는 과거부터 논란이 돼 왔다"며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이 긴밀한 상의를 하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 "5월 10일 물리적으로 불가능" 지적도…당분간 긴장관계 지속
예비비 의결이라는 1차 고비를 넘어가더라도 이후 청와대 집무실 이전이 완료되기까지는 험로가 기다리고 있다.
여권 내에서는 윤 당선인의 공언대로 임기 시작일인 5월 10일부터 바로 청와대 완전공개가 가능할 것인지도 의문이라는 지적이 공공연하게 나오고 있다.
문 대통령의 임기가 5월 9일 오후 12시까지라는 점에서 참모들도 대부분 5월 9일 오후까지 지금 청와대 건물에서 근무를 할텐데, 아무 사전준비 없이 10일에 바로 청와대를 열 수 있겠느냐는 점에서다.
결국 5월 10일 완전 공개를 위해서는 그 이전에 인수위 측이 청와대의 협조를 얻어 '사전 준비'를 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다시 양측의 신경전이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
이런 가운데 결국 이런 복잡한 문제는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이 '정치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의 회동이 한 차례 불발되긴 했지만, 조만간 회동 일정이 다시 잡힐 경우 집무실 이전 및 청와대 개방 문제도 주요 의제로 다뤄질 수 있다는 것이다.
hysu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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