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막는 생활습관
현대 의학의 발전과 함께 암 치료법도 눈부시게 발전했지만, 예방만큼 암을 확실하게 물리치는 방법은 아직 없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암 발생의 ‘3’분의 ‘2’는 예방이 가능하거나 조기 진단·치료로 완치할 수 있고, 3분의 ‘1’은 적절한 치료로 완화를 기대할 수 있다. 이에 보건복지부와 국립암센터는 암 극복을 상징하는 숫자(3·2·1)를 담아 매년 3월 21일을 ‘암 예방의 날’로 제정하고, 암 예방의 중요성을 알리고 있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인 법. 암 예방의 첫걸음은 암의 위험·예방 요소부터 아는 것이다. 암 예방의 날을 맞아 암의 위험·예방 요소를 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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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위험 요소
흡연
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에 따르면 모든 암의 발병 원인 중 30%는 흡연이다. 구강암·인두암의 92%, 기관지암·폐암의 90%, 식도암의 78%, 후두암의 81%, 췌장암의 30%, 방광암·신장암의 50%가 흡연 때문에 생긴다. 담배에는 69종의 발암물질과 4000여 종의 화학물질이 들어 있다. 이들 물질은 체내에서 세포 돌연변이를 유발하고, 무한 증식하는 세포인 암세포를 만들어낸다. 금연이 힘들다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보자. 니코틴 대체요법은 니코틴을 외부에서 공급해 금단 증상을 줄이는 방법으로 니코틴 패치·껌 등을 활용한다. 금연 보조약물인 ‘부프로피온’은 금연일 일주일 전부터 복용하면 흡연 욕구를 줄인다.
짜거나 탄 음식
암 발병 원인의 30%는 잘못된 식습관이다. 짠 음식은 위 점막을 손상하고 위염을 유발해 위암 발생 위험을 높인다. 한국인의 소금 섭취량은 12g 정도로, 권장 섭취량(5g 이하)보다 많다. 암 예방을 위해 국물은 가능한 한 건더기만 건져 먹는다. 조리할 땐 소금 사용을 줄이고 식초나 레몬즙을 활용하면 신맛이 짠맛을 일부 대체할 수 있다. 나트륨을 배출하는 영양소가 칼륨이다. 토마토·바나나 등에 칼륨이 풍부하다. 탄 음식에는 1군 발암물질인 벤조피렌이 있는데 유전자 변형을 일으킨다. 벤조피렌은 고기를 구울 때 고기 겉이 타면서 생성된다. 고기를 구울 땐 숯불에 직접 굽기보다는 가급적 프라이팬을 사용해 불과의 직접적인 접촉을 막는 게 좋다. 고기의 탄 부분은 섭취 전 제거한다.
음주
술은 1군 발암물질이다. 조금만 마셔도 간암·유방암·대장암·구강암·식도암 발생 위험을 높인다. 마신 술의 알코올은 체내에서 아세트알데히드로 바뀐다. 아세트알데히드는 구강·식도·간 등 체내 접촉 부위의 DNA를 손상해 암 발병 위험을 높인다. 음주로 DNA 손상 정도가 크면 복원되지 못한 일부가 암이 될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남성의 모든 암 중 10분의 1, 여성에서는 33분의 1이 음주와 관련이 있다. 암 발병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금주가 최선이지만 힘들다면 남성은 하루 두 잔, 여성은 하루 한 잔까지만 마시도록 한다. 음주 후 2~3일간은 술을 마시지 말고 간을 쉬게 해야 한다.
비만
남성은 위암·전립샘암이, 여성은 유방암(폐경 후)·자궁암·자궁경부암·난소암이 비만과 관련된다. 살이 찔수록 체내 산화 스트레스가 높아지는데, 이는 세포의 성장 주기를 망가뜨린다. 또 만성 염증을 유발해 암세포가 자라날 ‘텃밭’을 만든다. 또 체지방이 많을수록 성호르몬·인슐린·성장인자 등 호르몬이 비정상적으로 증가해 암 유발 위험을 높인다. 비만세포는 여성호르몬 유사물질을 분비해 유방암·난소암을 일으킬 위험을 높인다고 보고된다. 우리나라 성인(19~64세)의 하루 영양 권장 섭취량은 남성 2200~2600㎉, 여성 1800~2100㎉다. 활동량이 비교적 적은 직장인이라면 남성은 2000㎉, 여성은 1800㎉까지 칼로리 섭취량을 제한해야 살이 찌는 것을 막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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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예방 요소
풍부한 채소 식단
채소·과일의 섭취를 늘리면 암 발생률이 5~12% 감소한다. 식물성 식품 위주의 식단이 유방암 발병 위험을 15% 낮춘다. 암 예방을 위해선 채소에 많은 항산화 영양소, 피토케미컬(식물 생리활성물질), 식이섬유를 챙겨야 한다. 비타민 A·C·E와 카로티노이드·셀레늄은 체내 활성산소를 없애고 세포·DNA의 손상을 막는다. 피토케미컬은 식물에 미량 든 성분으로 체내에서 항산화, 해독, 면역 기능 증진, 호르몬 역할 조절, 박테리아·바이러스 사멸 등 다양한 기능을 수행한다. 식이섬유는 장의 운동량을 늘려 변비를 막고 발암물질이 장을 빠르게 통과하게 해 배설을 촉진한다. 신선한 채소·과일을 하루 2번 이상 섭취한다.
땀날 정도의 운동
운동량이 많은 여성이 그렇지 않은 여성보다 대장암·유방암 등의 발병 위험이 25%가량 낮다. 규칙적인 신체 활동은 대장의 연동운동을 활성화해 발암물질의 배변을 촉진하며, 여성의 경우 폐경 후 에스트로겐이 유방 조직에 미치는 영향을 줄여준다. 암 예방을 위한 운동 강도는 ‘메트(MET)’라는 기준에 근거해 권고된다. 1MET는 평균 체격의 사람이 아무것도 하지 않고 안정 상태를 유지하는 데 소요되는 대사량을 말한다. WHO와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3~5.9METs의 강도로 일주일에 최소 150분 운동하는 것을 권장한다. 이는 주 5회 이상, 하루 30분 이상, 땀이 날 정도로 걷거나 운동해야 한다는 것이다.
주기적인 검진
암을 조기에만 발견하면 90% 이상은 완치가 가능하다. 암이 국한 부위에 생기는 1~2기에 발견되는 경우 5년 생존율이 91%이지만 암이 원격 부위에 퍼진 4기 암은 24.4% 수준이다. 보건복지부의 ‘국가 암 검진’ 사업은 암을 조기에 발견해 치료율을 높이고, 암으로 인한 부담과 사망을 줄이기 위해 국가에서 검진을 제공하며 위암·대장암·간암·폐암·유방암·자궁경부암이 대상이다. 특정 암에 대한 가족력이 있다면 조금 이른 나이부터 개별적으로 검진받는 게 좋다. 검진 주기를 빠뜨리지 않으려면 자신만의 검진 리스트를 작성하는 것도 방법이다.
예방접종
암 환자 10명 중 1~2명은 병원체 침입으로 인한 만성적인 감염으로 발병한다. B·C형 간염 바이러스, 사람유두종 바이러스(HPV), 헬리코박터균 등은 1군 발암물질이다. B형 간염과 HPV를 막는 백신이 개발돼 있다. B형 간염으로 인해 간 경화가 진행된 환자 가운데 1년에 2~7%는 간암으로, 간 경화를 동반하지 않은 B형 간염 환자는 1%가 간암으로 진행한다. 자궁경부암 백신은 HPV 감염으로 인한 자궁경부암을 80~90% 예방하며 기타 생식기 암과 구강암·인후암·두경부암 등도 막을 수 있다. 현재 국가 백신 사업으로 만 13~17세 여성 청소년과 만 18~26세 저소득층 여성은 자궁경부암 백신을 무료로 맞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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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움말=명승권 국립암센터 암예방검진센터장, 김도일 한림대성심병원 유방내분비암센터 교수, 이창범 한양대구리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 김도영 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김연석 가천대 길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정심교 기자 simky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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