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공원' 조성안 다각도 검토…'장제스 기념관' 모델 거론
일제가 가져가려 한 석불좌상·이승만 전 대통령이 현판글씨 쓴 오운정
'스토리' 많은 유적들…경복궁 등과 '시너지 효과' 기대
2021년 6월 24일 촬영한 청와대 본관. [연합뉴스 자료사진] |
(서울=연합뉴스) 임형섭 이슬기 기자 =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대통령 집무실을 용산으로 옮기고 지금의 청와대를 완전 개방하기로 하면서, 청와대 부지에 들어설 '국민 공원'의 모습에도 관심이 쏠린다.
당선인 측에서는 청와대 본관을 대만에 있는 '장제스 기념관(장개석 기념관·중정기념관)' 처럼 과거 대통령들을 기리기 위한 기념관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여기에 청와대 내부는 물론 청와대 인근에도 경복궁 등 조선시대 문화유적이 즐비해 있다.
결국 이 곳을 찾는 시민들이 조선시대 궁궐부터 정부수립 이후 대통령들의 집무실까지 한 번에 둘러볼 수 있는 '역사 문화 공간'을 조성하겠다는 게 윤 당선인 측의 구상으로 보인다.
타이베이 중정기념당 [연합뉴스 자료사진] |
◇ 靑 본관, '대통령 기념관' 될까…'장제스 기념관' 모델
우선 청와대의 핵심으로 볼 수 있는 본관의 경우 윤 당선인 측에서는 '대통령 기념관'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은 21일 삼청동 인수위 사무실에서 브리핑을 통해 "장개석(장제스·蔣介石) 전 대만 총통의 경우 기록관에서 자동차 등이 공개됐던 것으로 안다"며 이와 유사한 모델을 고려하고 있음을 밝혔다.
김 대변인은 "기록관이든, 기념관이든, 박물관이든 온 국민이 (과거 대통령을) 기록하고 새기는 장소가 될 것"이라며 "그 가치는 상상 이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금도 상당히 많은 아이디어가 들어오는데, 어떻게 본관 등을 자라나는 아이들의 산 교육의 장으로, 대한민국 국민에게 자긍심을 줄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드느냐에 대해 앞으로도 많은 의견을 부탁드린다"고 했다.
'장제스 기념관'은 장제스 전 총통의 업적을 기리고자 대만 정부가 1980년 문을 연 기념관이다.
장제스 전 총통의 생전 집무실이 그대로 재현돼 있으며 사진과 유품 등도 볼 수 있어 관광객들의 필수 방문 장소로도 꼽힌다.
여기에 매 시각 정시에 근위병 교대식이 벌어지는 것은 물론, 기념관 앞 광장은 시민공원으로 활용되며 다양한 야외행사가 열리고 있다.
이 장제스 기념관처럼 청와대도 본관에 마련하는 역대 대통령 기념관이 청와대 내부 잔디밭인 녹지원, 외빈 접견들을 위한 한식 가옥인 상춘재 등과 조화를 이루며 시민들의 휴식공간으로 자리매김 할 수 있다는 게 윤 당선인 측의 기대다.
청와대 내 칠궁의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
◇ 수궁터·칠궁 등 문화유산도…대통령 기념관과 '시너지' 낼까
청와대 안팎으로는 조선시대부터 내려온 역사 유적도 상당수 위치하고 있다.
우선 청와대 경내 대통령 관저 뒤편에는 국가지정문화재 보물 1977호로 지정된 석불좌상이 있다. 지정 명칭은 '경주 방형대좌 석조여래좌상'이다.
이 불상은 9세기에 조성된 것으로 추정되며 높이 108㎝, 어깨너비 54.5㎝, 무릎 너비 86㎝로 풍만한 얼굴과 약간 치켜 올라간 듯한 눈이 특징이다.
이 불상은 본래 경주에 있었으나 1913년 경주금융조합 이사였던 오히라(小平)가 데라우치 마사타케(寺內正毅) 조선총독에게 바쳐 서울 남산 총독관저가 있던 왜성대로 옮겨졌다.
이후 1939년 경복궁에 새 총독관저(현 청와대)가 지어지면서 현재의 위치로 이전된 것으로 전하며 1974년 서울시 유형문화재로 지정됐다.
특히 데라우치 총독이 일본으로 이 불상을 일본으로 가져가려 했으나, 당시 언론이 비판여론을 일으켜 보물을 지킨 것으로도 유명하다.
이 불상은 지난 2017년 문재인 대통령이 관저 뒤편을 산책하던 중 이 불상의 가치를 재평가해볼 것을 당부하면서 보물로 지정받게 됐다. 문 대통령은 참여정부 당시 민정수석으로 재직할 때부터 이 불상에 많은 관심을 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20년에는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당시 원내대표, 미래통합당(국민의힘의 전신) 주호영 당시 원내대표가 청와대를 방문했을 때 문 대통령과 여야 원내대표 세 명이 이 불상을 찾아 합장을 해 눈길을 끌었다.
인근에는 청와대 내 정자인 오운정도 자리하고 있다.
오운정은 흥선대원군이 경복궁 중건 당시에 함께 건립한 정자로, 이 현판 글씨는 이승만 전 대통령이 쓴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청와대 내부 서남쪽에는 조선시대 왕을 낳은 후궁의 위패를 모신 '칠궁'이 있다.
이곳은 숙종의 후궁이자 영조의 생모인 숙빈 최씨의 신위를 모신 육상궁(毓祥宮)을 비롯, 저경궁(儲慶宮·선조의 후궁 인빈 김씨), 대빈궁(大嬪宮·숙종의 후궁 희빈 장씨) 등을 모시는 7개의 사당으로 구성돼 있다.
이 칠궁은 종묘와 더불어 조선 시대 묘사제도 연구에 귀중한 자료로 평가받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수궁(守宮)터는 과거 일제가 세웠던 조선총독부 건물을 김영삼 전 대통령이 허물면서 옛 경복궁 후원의 모습을 재현해 조성한 곳이다.
조선시대 유적은 아니지만 1993년 김영삼 전 대통령이 청와대 안가(안전가옥)를 허물고 조성한 무궁화동산 역시 명소로 꼽힌다.
청와대 주변까지 시선을 넓혀보면 경복궁이나 돈의문 등 더욱 다양한 역사유적들을 볼 수 있다.
이같은 유적을 중심으로 한 '역사탐방'이 청와대 내부에 마련될 것으로 보이는 '대통령 기념관'과 시너지 효과를 낼지도 주목된다.
윤 당선인 측에서는 5월 10일 등산로와 함께 청와대가 개방되는 만큼, 시민들이 등산을 하며 자연을 즐기고 동시에 유적지들이나 및 대통령 기념관을 둘러보며 '역사탐방'까지 즐길 수 있는 복합 휴식 공간으로 청와대가 재탄생하기를 기대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hysu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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