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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4 (목)

[연합시론] '집무실 이전' 정치공방 벗어나 신구권력 협력적 대화로 풀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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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민주당 비대위 회의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집무실 용산 이전 발표를 놓고 여야 간 말싸움이 거칠다.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비대위원장은 21일 "(용산 이전은) 민생에 백해무익하고 국가안보에 재앙과 같은 선택"이라며 "'한국에 K-트럼프가 나섰다'는 말이 떠돌고, 항간에는 '레임덕이 아니라 취임덕에 빠질 것'이라는 말까지 나온다"고 비난했다. 일부 여권 인사들은 "풍수가의 자문에 의한 것"이라며 '무속 프레임'을 끄집어내는가 하면, "안 쓸 거면 (청와대를) 우리가 쓰겠다"는 비아냥 섞인 비난까지 서슴지 않는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아직 출범도 하지 않은 새 정권의 발목을 잡는 데 혈안이 될 것이 아니라 문재인 대통령이 지키지 못했던 '광화문 대통령' 약속을 이제라도 지킬 수 있도록 협조해야 마땅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대통령직인수위 청와대 이전 태스크포스 팀장인 윤한홍 의원도 "500억 원도 안 되는 이전 사업을 1조 원이 든다고 하는데 광우병 (사태가) 생각나기도 하고, (민주당이)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여기에 청와대가 이날 국가안전보장회의(NSC) 확대관계장관회의 결과를 발표하며 "새 정부 출범까지 얼마 남지 않은 촉박한 시일 안에 국방부, 합참, 대통령 집무실과 비서실 등 보좌기구, 경호처 등을 이전한다는 계획은 무리한 면이 있어 보인다"고 논란에 가세했다. 사실상 새 정부 출범 전 집무실 이전에 제동을 걸고 나선 것이다. 이런 공방을 보면 아직도 여야는 최악의 네거티브 선거라 불렸던 지난 대선의 연장선상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못한 것 같다. 대선 직후 0.73% 포인트의 승부를 보면서 '협치'를 말했던 것과는 정반대의 모습이다.

윤 당선인이 선거 직후 여러 화급한 현안에도 불구하고 집무실 이전에 과도하게 몰입한 것 아니냐는 지적, 국방부 청사 인력의 이동에 따른 안보 공백 우려, 이전 비용 문제 등 집무실 이전에 대한 비판의 소지는 적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와대가 권력 집중의 원천이 됐던 굴곡의 현대사, 국민과의 소통을 요구하는 시대정신에 비춰볼 때 '탈(脫) 청와대'가 갖는 정치적 상징성은 비용과 절차의 어려움을 뛰어넘는다는 것이 많은 이들의 판단이다. 10년 전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구중궁궐 같은 청와대를 나와 국민들 속으로 들어가 소통하고 함께하겠다"며 광화문 청사 이전을 약속했던 것과 윤 당선인의 집무실 이전 추진의 근본적 취지나 정신은 대동소이할 것이다.

집무실 이전 문제가 대통령 취임도 하기 전인 당선인에게 '레임덕' 운운하면서 반드시 뜻을 꺾어 주저앉히지 않으면 안 될 만큼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중대 사안인지, 새 정부 출범을 반드시 새 집무실에서 하는 것이 차기 거대 야당의 반발을 무릅쓰고 반드시 실천해야 할 심각한 사안인지 국민은 아리송하다. 오히려 지방선거를 두 달 앞두고 여야가 주도권 싸움을 벌이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더 설득력 있어 보인다.

지금은 안정적이고 순탄한 정권교체가 무엇보다 시급하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오전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당선인의 공약이나 국정운영 방향을 존중한다"면서 "저희는 광화문 시대를 열겠다는 약속을 못 지켰지만, 윤 당선인의 의지는 지켜지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런데 불과 몇 시간 후에 NSC 회의 브리핑에서 "무리한 면이 있어 보인다"고 했다. 개인 의견과 회의 결과가 달랐거나, 청와대와 여권의 기조가 바뀌었거나 두 가지 중 한 가지 일 것이다. 국민들은 지난 16일로 예정됐던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 간 회동이 무산된 후 신구권력 충돌로 순조로운 정권 이양이 어려워진 것 아니냐는 우려를 해왔다. 그런데 집무실 이전 문제로 양측의 갈등은 한층 고조되고 있다. 여야 정치권은 '국민의 뜻'을 내세워 서로 으르렁대지만, 그 탓에 불안하고 긴장된 삶을 사는 것은 국민이다. 하루빨리 협력적 대화를 통해 이 실타래를 풀어내는 것이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의 국민에 대한 예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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