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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8 (금)

이슈 미얀마 민주화 시위

미국, 미얀마 군부의 로힝야족 탄압 '제노사이드'로 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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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경향신문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21일(현지시간) 워싱턴의 홀로코스트 박물관을 방문해 미얀마 소수민족 로힝야족이 겪은 수난에 관한 전시물을 둘러보고 있다. 워싱턴|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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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21일(현지시간) 미얀마 군부가 과거 소수민족 로힝야족에 제노사이드(집단학살)를 자행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이날 로향야족이 당한 차별과 탄압에 관한 전시가 열리고 있는 워싱턴의 홀로코스트 박물관을 방문해 이같이 밝혔다.

블링컨 장관은 로힝야족을 향한 공격은 광범위하고 체계적이었다면서 “이런 끔찍한 행위에 책임 있는 이들이 답해야 하는 날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슬람교를 믿는 로힝야족은 불교를 신봉하는 미얀마의 주류 민족인 버마족과 역사적으로 사이가 좋지 않았다. 버마족과 사이가 좋지 않은 미얀마 내 다른 소수민족 역시 로힝야족 배척·탄압에는 동참했다.

과거 미얀마 군사정권은 로힝야족에게 산아제한, 강제이주와 살해 등을 저질렀고, 아웅산 수치가 이끄는 민주정부가 민주정부가 들어선 뒤에도 로힝야족 탄압은 계속됐다.

2017년 8월 미얀마 라카인주에서 로힝야족 무장세력이 탄압에 반발해 경찰 초소를 습격하자 정부군은 대대적인 토벌 작전에 나섰다.

이로 인해 최소 70만명이 살던 곳을 떠나 인근 방글라데시로 피란했고, 이 과정에서 미얀마군으로부터 집단학살과 강간, 방화 등의 공격을 받았다.

블링컨 장관은 9000명 이상의 로힝야족이 사망했으며, 미얀마 군부가 2016년 가한 탄압까지 합하면 미얀마를 떠난 로힝야족이 100만명에 가깝다고 밝혔다.

블링컨 장관은 미국 조사관이 1000명 이상의 로힝야족 난민들을 인터뷰한 자료를 보면 조직적이고 광범위한 공격이 자행됐다면서 인터뷰에 응한 로힝야족 절반이 성폭력을 목격했고, 3분의 1은 미얀마군에 의한 살해 장면을 목격했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응답자 5명 가운데 1명은 100명 이상이 살해당하는 장면을 목격했다고 답했다.

미얀마군의 로힝야족 탄압이 알려진 직후 많은 나라가 규탄하면서 제노사이드로 규정했지만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인 2018년과 2020년 이 문제에 대해 검토했음에도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이 때문에 미얀마가 미국과 경쟁하고 있는 중국 쪽으로 기울 것을 우려해 이 사안을 제노사이드로 규정하길 주저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미얀마에서는 지난해 2월 군사 쿠데타가 발생해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이 정권을 장악한 상태다.

블링컨 장관은 미얀마 군부를 제노사이드 주범으로 지목해 비난하면서도 아웅산 수지 전 국가고문에 대해선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았다. 오랜 세월 독재와 싸운 공로로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아웅산 수지는 2017년 미얀마 군부의 로힝야족 탄압 당시 사실상의 국가 최고 지도자였으며, 로힝야족 학살을 묵인·방조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미국이 공식적으로 제노사이드로 규정한 것은 로힝야족 탄압이 여덟번째라면서 이로 인해 가해자를 처벌하기 위한 국제적 조사를 촉진시키고 미얀마 군부에 대한 추가 제재가 뒤따를 전망이라고 전했다.

워싱턴|김재중 특파원 herm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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