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교육분과 김창경 인수위원, 이명박 정부 시절 카이스트-생명연 통폐합 추진
-한양대 교수 출신, 청와대 과기비서관·교과부 차관 역임
-연구 효율화, 산학연 네트워크 활성화 명분 구조조정 검토했다 반대 부딪혀
-출연연 연구원들 "독선적 인사, 또 다시 통폐합 들고 나올까 두렵다"
윤석열 20대 대통령 당선인 국정인수위원회 과학기술교육분과 위원으로 임명된 김창경 한양대 교수. |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윤석열 20대 대통령 당선인이 국정인수위원회를 가동한 가운데, 국책 연구기관-특성화대학 통폐합 논란이 재현될 조짐이다. 이명박 정부때 이를 추진했던 핵심 인사인 김창경 한양대 교수가 인수위 과학기술교육분과 위원에 임명되자 정부 출연연구기관 등 관계자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는 것이다.
23일 과학기술계에 따르면, 김 위원은 서울대·매사추세츠공과대(MIT)를 졸업한 후 한양대 교수로 일하다가 2008년 이명박 정부 당시 청와대 과학기술비서관을 지냈고, 2010년부터 2012년까지는 교육과학기술부 2차관을 역임했다. 특히 김 위원은 당시 이명박 정부가 적극 검토했던 국책 연구기관ㆍ특성화대학 구조조정을 추진한 핵심 인사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그는 MIT 선배인 서남표 당시 한국과학기술원(KAISTㆍ카이스트) 총장 등과 함께 한국생명공학연구원과 카이스트를 통폐합해 연구중심대학을 만들어 효율화하고 개발된 기술들을 적극적으로 산업화하자는 안을 적극 추진했다. 2000년대 초반까지 인근 하버드대에 뒤지던 MIT대가 보스턴시가 적극 추진한 산학연 협력 네트워크 사업인 '보스턴 바이오 밸리'의 주축이 되면서 대박을 터뜨린 것을 참고해 이같은 구조조정안을 계획한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연구기관-특성화대 통폐합안은 강한 반발에 부딪혀 무산되고 말았다. 당시 생명연 노조 등은 당사자의 의견이 배제된 물리적 강제 통합은 바람직하지 않고, 특성화대와 출연연은 성격과 특성이 달라 통합보다는 협력하는 게 낫다며 반대했다.
이밖에도 당시 이명박 정부는 핵융합연구소 등 부설 기관들을 통합하려고 하는 등 강력한 구조조정 정책을 검토했지만 대부분 좌절됐다. 11개 출연연을 관할했던 지식경제부도 용역을 통해 ▲연구회중심 대형화 ▲민영화 ▲유사기능 연구원 간 통폐합 등의 방안을 마련했었지만 실현되지는 않았다. 또 박희태 당시 국회의장이 한국해양연구원과 한국해양대를 통합하자는 법안을 제출했지만 역시 연구원들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혀 결국 철회됐었다.
이같은 이력을 가진 김 위원이 다시 차기 정부 국정 운영의 틀을 정할 인수위 과학기술교육분과 위원에 임명되자 구조조정과 연구 효율화를 명분으로 한 국책 연구기관-특성화대 통폐합 논의가 다시 추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한 국책연구원 관계자는 "김 위원은 남의 말을 안 듣고 자기가 하고 싶은 데로만 하는 인사로 유명하다"며 "피했으면 하는 사람이었는데 다시 마주치게 됐다. 과학기술정책이 실패했던 이명박정부 시즌2로 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고 비판했다. 다른 한 국책연 연구원도 "인수위원들의 면모를 보면 진정한 의미의 과학기술 정책 전문가가 한 명도 없다"면서 "과학기술중심 국가 건설이라는 윤 당선인의 공약과는 거리가 멀고 이명박 정부의 핵심 인사들이 그대로 다시 돌아오면서 연구 현장의 목소리는 소외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위원은 생명연-카이스트 등 국책 연구기관-특성화대 통폐합 재추진 우려에 대한 의견을 묻는 아시아경제의 전화 및 문자 문의에 답하지 않았다. 김 위원의 부친이 윤 당선인의 부친과 함께 연세대 교수를 지내 두 사람도 오랜 인연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부인 김미경 전 이화여대 교수와 4촌 사이다. 이번 대선에선 국민의힘 선대위 정책총괄본부 4차산업혁명선도정책본부장으로 위촉돼 윤 당선인의 디지털플랫폼 정부 공약을 기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안철수 인수위원장의 최측근으로 과학정책 전문가인 신용현 인수위 대변인은 지난 14일 과학기술단체들의 초청으로 열린 토론회에서 의미 심장한 발언을 한 바 있다, 그는 과학기술계에서 연구 자율성 보장과 지원 확대를 바라지만 정치권 등 다른 쪽에서는 성과를 내는 효율성을 요구하고 있어 상반된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 그러면서 "과학자들이 신뢰를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하고 있는 데 반대 급부가 있어야 한다. 신뢰를 받으려면 연구 부정을 용납하지 않고, 열심히 하는 과학자의 상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신 대변인은 한국표준과학연구원장 출신이다.
한편 김 위원은 기사가 나간 후 문자를 통해 과학기술계에 대한 우려를 일축했다. 그는 "인수위에서 과학기술 분야가 아닌 교육 분야를 담당하고 있다면서 국책연구기관 통폐합은 내 업무가 아니다"고 말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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