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3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원회 사무실 앞에 설치된 프레스다방을 찾아 둘러보고 있다. /사진=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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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23일 이창용 신임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를 지명한 가운데 윤석열 당선인 측과의 협의 여부가 진실공방으로 비화되며 갈등이 더욱 증폭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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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한은 총재 인사, 당선인 의견 물어"…尹측 "협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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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의 뒤를 이을 신임 총재 후보로 이창용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태평양 담당 국장을 지명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한은 총재 인사와 관련해 협의를 했느냐'는 질문에 "대통령의 인사에 관한 사항이라 자세한 사항은 답변드리기 곤란하지만 한은 총재 직위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당선인 측의 의견을 들어 내정자를 발표하게 됐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9년 1월28일 오후 청와대에서 이창용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ㆍ태평양 담당 국장과 면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청와대 제공) /사진=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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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는 한은 총재 인사에 정치적 의도가 개입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한국은행 총재는 당연직 금융통화위원회 위원으로서 정치적 중립성이 보장돼 있는 만큼 어떤 정부이냐와 관계 없이 3월 31일 임기 도래가 예정돼 있기 때문에 임명 절차를 생각할 때 사전에 후임 총재 인선 작업이 필요했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향후 임명 절차에 대해선 한국은행법 제33조에 따라서 국무회의 심의와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대통령께서 임명하도록 돼 있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의 회동 불발 원인 중 하나가 한은 총재 인사권에 대한 입장차로 알려졌다. 후임자 인선을 위해 윤 당선인과의 사전 협의가 필요하다는 문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장제원 비서실장과 이철희 정무수석이 실무협상을 벌여왔다.
양측은 한은 총재를 비롯해 2명의 감사원 감사위원,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상임위원 등 총 4곳의 주요 고위직 인선을 조율해왔다. 한은 총재 후보자 인선에 관해서는 대체적으로 이견이 좁혀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후보자로 지명된 이 국장은 이명박 정부 출범 당시 인수위원회 인수위원과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을 잇따라 맡았던 전력이 있어 윤 당선인 측에서 크게 문제삼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왔다.
그러나 윤 당선인 측이 즉각 "한국은행 총재 인사 관련 청와대와 협의하거나 추천한 바 없다"고 반박하며 갈등이 재점화되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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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 "거짓말 하면 다 공개" vs 장제원 "이철희, 발표 10분 전 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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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제원 국민의힘 법사위 간사가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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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윤 당선인 측과) 진실공방은 할 생각이 없다"면서도 "자꾸 그렇게 거짓말을 하면 다 공개할 것"이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윤 당선인 측에) 한국은행 총재 이름이 언론에 많이 나오길래 두 사람을 물어봤다. 둘 중 누구냐 했더니 (윤 당선인 측이) 이창용이라고 해서 이창용을 (인선)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쪽 인사를 원하는 대로 해주면 선물이 될 것 같기도 하고, 계기가 되어 잘 풀릴 수 있겠다 싶었는데 당황스럽다"고 덧붙였다.
반면 장 비서실장은 이날 오후 통의동 인수위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 수석이 '이창용씨 어때요' 해서 (제가) '좋은 분이죠'라고 한 게 끝"이라며 "협의를 거쳐서 추천 절차를 밟은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장 실장은 '이철희 수석과 통화했느냐'는 질문에 "(한은 총재 관련) 발표하기 한 10분 전 전화가 와서 발표하겠다고 해서 (제가) '아니 무슨 소리냐'며 웃었다"며 "일방적으로 발표하려고 해서 '마음대로 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희는 뭐 추천하거나 동의하지 못하는 인사라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장 실장은 "(청와대가 당선인측과 협의했다고) 이야기를 하는 의도가 뭐냐"며 "언론에서 화해의 제스처라고 분석하는데 저는 동의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감사원 감사위원 임명 강행을 위한 명분 쌓기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이렇게 하는 이유를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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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당선인측 "靑 회동 재개 진정성 느낄 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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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와 인수위가 정권 교체기에 대통령 집무실의 이전을 놓고 대립양상을 보이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용산 국방부 청사로 대통령 집무실을 이전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청와대는 촉박한 시일 등을 이유로 사실상 반대 입장을 내놨다. 사진은 22일 청와대 모습. /사진=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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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당선인측은 회동 재개와 관련해 청와대가 진정성을 보이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윤 당선인측 관계자는 회동과 관련해 "(청와대의) 진정성을 전혀 느낄 수 없다"고 밝혔다. 또 감사위원 임명과 관련해선 "궁극적으로 당선인과 일할 분 아닌가. 임명을 하고 떠나겠다는 건 알박기"라고 꼬집었다.
이 관계자는 "감사위원 한 명 임명하기 위한 명분쌓기로 이런 일을 벌이고 있지 않나 해석된다"며 "다른 한 명 (후보)에대해 비토를 표명할 일이 없다.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저희가 다른 분을 추천하면 교체해주실 건가. 그러면 저희와 협의했단 말에 진정성을 느끼겠다"고 응수했다. 이어 "청와대 용산 이전도 얼마든 얘기할 공간과 창구가 있는데 이렇게 거부를 하고 인사 문제에 있어서도 오늘 꼭 이렇게 팔표해야 할 이유가 있었나"라고 비판했다. 청와대 측이 회동 재개의 의지가 없다는 주장이다.
대통령 집무실의 용산 이전 문제로 현 대통령과 당선인 측이 한 차례 충돌한데 이어 한은 총재 인사 문제를 놓고 진실공방이 벌어지면서 갈등의 골이 깊어지게 됐다. 윤 당선인과 문 대통령의 회동이 장기 표류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박소연 기자 soyun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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