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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 "거짓말땐 대화공개" 尹측 "공개해라"…최악의 진실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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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보직 인사와 청와대 이전 문제를 놓고 신·구(新舊) 권력이 정면 충돌한 상황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23일 새 한국은행 총재 후보로 이창용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ㆍ태평양 담당 국장을 전격 지명했다. 31일 임기가 만료되는 이주열 현 총재의 후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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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현 국민소통수석이 23일 청와대 브리핑룸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이번달 임기가 만료되는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후임으로 이창용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태평양 담당국장을 지명했다고 밝히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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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총재 인선 문제는 감사원 감사위원,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상임위원 인선과 함께 문 대통령과 윤석열 당선인의 지난 16일 청와대 회동을 무산시킨 주요 테마로 꼽혀왔다.

그런데 이창용 후보자의 인사 과정에서 양측간 협의가 있었는지 등을 놓고 청와대와 당선인 측이 180도 다른 입장을 내놓으면서, 이날의 원포인트 인사는 양측의 갈등만 증폭시키는 결과를 낳게 됐다.

청와대는 이날 이 후보자 지명을 발표하며 “한은 총재의 직위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당선인 측의 의견을 들어 내정자를 발표했다”고 밝혔다. 윤 당선인의 의견을 받아들여 인선이 이뤄졌다는 뜻이다. 반면 당선인 측은 “청와대와 협의하거나 추천한 바가 없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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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금융감독원 연수원에 마련된 당선인 집무실로 출근하며 장제원 비서실장과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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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인사 협의 과정에 대해 양측은 전혀 다른 말을 했다.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은 기자들과 만나 “정식으로 당선인에게 추천을 요청하고, (당선인이) 수락해 추천하는 방식의 상호 협의나 절차가 전혀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발표(오후 12시10분) 10분 전에 전화가 와서 발표한다고 (통보)했다”며 “일방적으로 발표하려면 마음대로 하시라, 우리는 그런 분 추천하고 동의한 적 없다고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전 협의 과정에서)‘이창용 씨 어때요’라고 해서 ‘좋은 사람같다’고 한 것을 가지고 당선인의 의견을 받았다고 하는게 납득이 가느냐”고 했다.

장 실장에 따르면 윤 당선인도 이날 청와대의 인사 발표에 대해 “장 실장이 추천을 했느냐. 인사권자인 내 결재가 없었는데 무슨 추천이냐”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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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10일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유영민 대통령 비서실장과 이철희 정무수석을 접견 하고 있다. 이날 유 비서실장은 윤 당선인에게 문재인 대통령의 축하난을 전달했다. 국회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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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도 발표 직전 통화에서 장 실장이 후보자의 지명에 반대한다는 의사를 피력했다는 점은 인정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아침에 문 대통령에게 (인사 발표를)보고한 뒤 11시쯤 (장 실장에게) 전화해 인사 발표 사실을 알렸다”며 “그런데 발표한다고 하니 (이창용 후보자 지명에)합의한 적 없다, (한은 총재로 지명할)사람이 바뀌었다, (감사위원, 선관위 상임위원 등)다른 인사와 패키지로 해야지 왜 한은 총재만 따로 발표를 하느냐는 등의 3가지를 섞어서 말했다”고 주장했다.

장 실장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인사 발표가 이뤄진 것에 대해선 이 고위관계자는 “통화 전에 문 대통령에게 (당선인이 원하는 인사라는 취지로) 보고했고, 내부 인사 절차를 마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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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새 한국은행 총재 후보로 이창용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ㆍ태평양담당 국장을 지명한 23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의 모습.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한은 총재 후보자 지명에 대해 "총재직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당선인 측의 의견을 들어서 내정자를 발표하게 됐다"고 전했지만 윤 당선인 측은 대변인실 공지를 통해 "청와대와 협의하거나 추천한 바 없다"고 밝혔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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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설명한 그동안의 논의 과정은 장 실장의 말과는 달랐다.

그는 “그동안의 협상 과정에서 장 실장에게 총재 후보자와 관련해 '원하는 사람이 이창용 IMF국장이냐,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냐’고 물었더니, 장 실장이 이창용이라고 답했다”고 말했다. 김소영 교수는 현재 인수위 경제1분과의 인수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그는 이어 “장 실장은 ‘이창용 국장에 대한 인사검증을 했느냐’고 물었고 ‘금통위원 후보로 거론될 때 검증한 결과 문제가 없었다’고 답했다”며 “당선인쪽에서도 이미 이 국장에게 한은 총재를 할 의사가 있는지 확인했다고 들었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진실공방을 할 생각이 전혀 없다. (장 실장이)자꾸 거짓말을 하면 청와대도 (장 실장과의 대화 내용을) 다 공개하겠다”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전격적인 한은 총재 인사 발표의 의도를 놓고도 양측이 대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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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3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집무실 앞에 설치된 프레스다방을 찾아 취재진과 즉석 차담회를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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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고위관계자는 “당선인 측이 원하는 인사를 원하는대로 해주면 선물이 될 것이고, (협상도)잘 풀릴 수 있겠다고 생각했는데 당황스럽다”고 했다. 회동 무산 등 신·구 권력투쟁 국면을 해결할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한 조치였다는 주장이다.

반면 장 실장은 “화해의 제스처라고 하는데 동의할 수 없다”며 “궁극적으로 감사위원 한 명을 임명하기 위한 명분 쌓기용밖에 해석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은 총재 인선에 비해 양측이 더 날카롭게 대립하고 있는 감사위원 인선을 놓고 보다 유리한 입장에 서기 위해 청와대가 의도적으로 한은 총재 인선을 발표했다는 주장이다.

감사원장을 포함 전체 7명 중 2명이 공석인 감사위원 인선은 양 측간 충돌의 최대 뇌관으로 꼽힌다. 현재 감사위원 5명 중 3명은 ‘친여 성향’으로 분류된다.

2명을 채우는 문제를 놓고, 청와대는 “감사위원 두자리가 비었으니, 양측에서 한명씩 추천해 협의해보자"고 제안했다. 반면 윤 당선인 측은 "문 대통령이 (현 여권)성향이 분명한 사람을 임명해 4대3 구조를 만들면 앞으로 어떤 감사가 진행될 수 있겠느냐”며 '알박기'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정치권에선 '청와대가 감사위원 후보로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 출신인 이남구 감사원 제2사무차장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는데,인수위의 핵심관계자는 “절대 동의할 수 없다"고 못박았다. 이런 양측의 주장이 맞서면서 감사위원 인선 관련 논의는 실무협의에서 전혀 진전이 없었다고 한다.

여권에선 “당선인 측에서 청와대 추천 인사에 대한 ‘비토권’을 요청했다"는 얘기가 흘러나오지만, 당선인 측에선 “비토를 표명한 일도 없다”고 부인했다.

윤 당선인 측 관계자는 “거짓말을 하면 대화 내용을 공개한다”는 청와대 인사의 발언에 “뭘 공개할지 모르겠지만, 공개하라고 하라”며 양측간 감정적 균열만 더 커졌다. 과거 정권 인수인계 과정에선 상상도 못한 전면전이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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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적으로 쉬운 테마였던 한은 총재 인선을 놓고도 양측이 격하게 충돌하면서, "감사위원 인사나 대통령 집무실 이전 등 더 어려운 이슈를 다뤄야할 대통령과 당선인의 회동은 더 어려워진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정치권에서 제기되고 있다.

문 대통령이 이날 오전 참모회의에서 "당선인과 언제든 조건 없이 해야 한다"는 취지로 말했다지만 윤 당선인 측에선 "겉으로는 열려있다, 조건 없이 만나자면서 계속 공격성 행동을 하고 있다. 실무 협상을 하고 돌아서자 마자 청와대가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문제를)공개적으로 공격했다"며 진정성을 전혀 믿지 못하는 분위기다.

강태화ㆍ현일훈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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