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토니아도 러 어깃장에 실패"…NYT "이스라엘, 페가수스 전략적 사용"
우크라 대통령 화상 연설 지켜보는 이스라엘인들 |
(서울=연합뉴스) 이의진 기자 = 이스라엘이 러시아와 관계를 고려해 수년간 휴대전화 해킹 스파이웨어 '페가수스'를 구매하겠다는 우크라이나와 에스토니아의 요청을 거절해왔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3일(현지시간) 복수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페가수스는 이스라엘 보안기업 NSO그룹이 만든 휴대전화 해킹용 스파이웨어다.
이를 통해 휴대전화를 해킹하면 이메일, 문자 메시지, 연락처, 위치 정보, 사진, 동영상 등을 빼내는 것은 물론 카메라와 마이크 감청까지 가능하다.
수년전부터 우크라이나와 에스토니아는 페가수스 구매를 희망해왔으며, 이는 대(對)러시아 작전의 일환으로 러시아인의 휴대전화를 해킹하기 위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NYT는 전했다.
이에 이스라엘 정부는 두 국가가 러시아를 겨냥해 프로그램을 사용하려는 것이라 보고 NSO그룹에 이들과 거래 허가를 내주지 않았다는 것이다.
우크라이나의 경우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강제로 합병한 2014년 이후 이스라엘에서 러시아의 위협에 대적할 군사 장비 구매를 추진했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페가수스를 포함해 전면 수출 금지에 가까울 정도로 무장을 내주지 않았다고 한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가 접경 지대에 병력을 증강하던 지난해 8월 한 번 더 페가수스 구매 요청을 거절당했다고 NYT는 전했다.
페가수스 구매 프로젝트에 정통한 우크라이나 고위 관리는 페가수스가 러시아 군사 작전을 감시하고 외교 전략을 파악하기 위해 필요했지만 이스라엘이 거절해 자국 정보당국이 낙담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는 이스라엘이 페가수스를 통한 인권 침해 위험보다는 러시아와 관계에 중점을 두고 내린 결정이라고 봤다고 이 관리는 덧붙였다.
에스토니아는 2018년 협상 끝에 이스라엘의 허가를 받아냈지만 이듬해 결정이 번복됐다.
러시아 국방부의 고위 관리가 이스라엘과 접촉해 에스토니아의 의도가 대(對)러 작전용이라고 알려왔고, 이에 이스라엘 정부 내 논쟁이 벌어진 끝에 페가수스 수출을 막았다고 NYT는 설명했다.
러시아와 좋은 관계를 유지해온 이스라엘은 그동안 미국과 영국 주도의 대러시아 제재 동참에 미온적이었다.
이스라엘은 헬멧과 방탄조끼 등 방어용 군수품을 지원해달라는 우크라이나의 요청도 거절했다.
그러자 주이스라엘 우크라이나 대사가 헬멧을 쓴 채 기자회견을 열어 울분을 토하기도 하는 등 우크라이나는 냉담한 태도를 보이는 이스라엘을 강도 높게 비판해왔다.
NYT는 지난 10여년간 이스라엘이 전략적 판단에 따라 국가별로 페가수스 거래 승인을 다르게 내줬다며 이를 주요 외교적 수단으로 활용해왔다고 지적했다.
특히 아랍에미리트(UAE) 등과 외교관계 정상화를 위한 평화협약(일명 아브라함 협약)을 체결하기 위한 비밀 협상 중 이를 활용했다고 NYT는 전했다.
이어 이스라엘이 거래 허가를 내줬던 사우디아라비아, UAE, 인도, 헝가리, 멕시코 등지에서 페가수스가 인권 운동가와 언론인, 정적을 감시하고 탄압하는 데 사용됐다고 비판했다.
관련 질의에 이스라엘 국방부는 성명을 내고 "수출 통제와 관련된 정책은 안보와 전략적 사안을 따져 결정된다"면서 범죄 예방·대태러 등 목적으로 사용한다고 판단될 때만 페가수스 수출이 허가된다고 답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 등 전 세계 16개 언론사는 지난해 7월 탐사 보도를 통해 페가수스가 수출된 각국에서 언론인·인권 운동가·정부 관계자 등을 대상으로 한 정보 습득에 불법 사용됐다는 사실을 폭로해 논란이 불거졌다.
[그래픽] 각국 정부 충격적 해킹 피해 |
pual0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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