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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7 (일)

이슈 러시아, 우크라이나 침공

"9일간 끔찍한 경험"…러군에게 고문당한 프랑스언론 통역사 [러, 우크라 침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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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23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영토방위대 병사가 러시아군의 공격이 집중된 북부 지토미르에서 파괴된 가옥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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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를 취재하는 프랑스 언론사의 통역사가 러시아군에 붙잡혀 고문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23일(현지시간) 국경없는기자회(RSF)에 따르면 프랑스 언론사의 현지 코디네이터 겸 통역사로 일하고 있는 니키타(32·가명)씨는 지난 5일 러시아군에 붙잡혀 9일 동안 고문을 당했다.

우크라이나에서 IT 회사에 다니던 니키타씨는 지난 2013년부터 프랑스 언론사 코디네이터 활동을 부업으로 해 오다 전쟁으로 회사가 문을 닫자 라디오 프랑스 전담 코디네이터 일을 시작했다.

당시 우크라이나 중부에서 라디오 프랑스 기자들과 함께 있던 니키타씨는 지난 5일 가족들이 피신한 지역에 폭격이 거세지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가족들의 안부를 확인하고 오겠다며 취재 차량을 빌려 이동하는 길이었다.

그때 매복해 있던 러시아 정찰대가 기관총을 난사했다. 니키타씨가 운전한 차는 총에 맞고 가로수를 들이받았다. 6명의 군인은 그를 우크라이나 정찰병으로 의심해 폭행하기 시작했다.

자동차 앞에 취재진을 의미하는 '프레스'(Press)가 적혀 있었고 니키타씨는 자신이 민간인이라고 여러 차례 밝혔지만 소용없었다. 결국 그는 자동소총 개머리판으로 여기저기를 맞아 치아가 깨지고 피를 토했다.

니키타씨는 결혼반지와 신발을 빼앗긴 채 숲속 야영지에서 나무에 묶였다. 군인들이 휘두르는 개머리판과 쇠막대기에 맞아 의식을 잃었다가 되찾기를 여러 번 반복했다.

전기 충격기로 고문도 당했다. 군인들은 그에게 스파이가 아니냐고 물으면서 오른쪽 다리에 5∼10초간 전기 충격을 여러 차례 가했다.

니키타씨는 군인들의 협박으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지지한다는 편지를 쓰고 서명하고 난 후에야 지하실로 옮겨졌다. 군인들은 지난 13일 니키타씨를 차를 타고 1시간 정도 떨어져 있는 숲에 풀어줬다. 내리자마자 달려간 그는 지나가는 민간인의 차를 얻어 탈 수 있었다.

RSF는 지난 17∼18일 우크라이나 르비우(리비프)에 개소한 언론자유센터에서 니키타씨의 이 같은 증언을 확보했다. RSF는 목격자 진술과 병원 진료 기록 등을 모아 국제형사재판소(ICC)에 제출할 계획이다.

RSF 측은 "니키타씨의 증언은 러시아군이 언론인을 상대로 저지른 전쟁범죄가 어느 정도인지를 보여준다"며 "용감한 니키타씨의 증언을 ICC에 제출하는 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도리"라고 밝혔다.

[최아영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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