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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길에 보는 뉴스 요약, 스브스레터 이브닝입니다.
"답답해서 한번 더 말씀드립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이런 말로 윤석열 당선인과 회동이 공전되는 상황에 대해 얘기를 꺼냈는데요, "다른 이들의 말을 듣지 마시고.."라면서 윤핵관(윤 당선인 측의 핵심 관계자)'을 우회적으로 겨냥했네요. 당선인 측은 여기에 또 발끈했고요. 신·구 권력이 정면 충돌하면서 '문·윤 회동'은 더 멀어지고 있네요. 3월 9일 대선이 끝나고 보름지났는데 말이죠.
문 대통령 "답답해서…당선인이 판단해야"
어제(23일) 한국은행 총재 지명과 관련해 진실공방이 벌어지면서 신·구 권력이 더 멀어지는 분위기죠. 문재인 대통령은 회동 일정 조율과 관련해 "답답해서 한 번 더 말씀드린다"면서 "(윤 당선인은) 다른 이들의 말을 듣지 말고 당선인께서 직접 판단해주시기 바란다"는 말을 했네요. 회동 일정을 못잡는 이유로 '윤석열 당선인 측 다른 이들의 말'을 지목한 건데요, '윤핵관'(윤 당선인 측 핵심관계자)을 겨냥한 메시지로 분석할 수 있죠.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전한 문 대통령의 발언을 보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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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오늘 오전 참모회의에서 대통령과 당선인 간의 회동에 관해 다음과 같이 말씀했습니다."답답해서 한번 더 말씀드립니다. 나는 곧 물러날 대통령이고, 윤 당선인은 곧 새 대통령이 되실 분입니다. 두 사람이 만나 인사하고 덕담 나누고 혹시 참고될 만한 말을 주고받는데 무슨 협상이 필요합니까? 무슨 회담을 하는 것이 아닙니다. 대통령 당선인이 대통령을 예방하는데 협상과 조건이 필요했다는 말을 들어보지 못했습니다. 다른 이들의 말을 듣지 마시고 당선인께서 직접 판단해 주시기 바랍니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의 발언을 추가로 소개했는데요, 문 대통령은 "대통령과 당선인의 회동은 당선인께서도 아주 스스로 기분이 좋으신 일이고, 또 대통령과 당선인께서 그냥 만나셔서 환한 얼굴로 손을 잡는 모습만 보셔도 국민 스스로 입가에 미소가 돌아야 하는 일이다"라는 말도 했다고 전했죠.
"다른 이 말 듣지 마시고…" 윤핵관 우회 겨냥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의 회동을 위한 실무협의는 '이철희 정무수석- 장제원 비서실장' 채널에서 이뤄지고 있는데요. 문 대통령은 협의 채널과 별개로 윤 당선인의 측근들이 내놓는 메시지 탓에 회동이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볼 수 있죠. 당선인보다는 '윤핵관'들이 이명박 전 대통령의 사면이나 인사권 문제를 들고나와 그만큼 회동을 어렵게 하고 있다는 거죠. 청와대 관계자도 "이철희 정무수석이나 장제원 비서실장 협상 라인 외에도 서로 많은 분들이 여기저기에서 관련한 말씀을 많이 하신 것을 염두에 두신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문 대통령 발언의 배경을 설명했고요.
청와대 관계자는 인사권이 청와대에 있다는 점을 다시 한 번 분명히 했는데요, "분명한 것은 인사는 대통령의 임기까지 대통령의 몫입니다. 또 당선인께서도 대통령이 되셔서 임기 말까지 차기 대통령으로서의 인사 권한을 임기까지 행사하시면 되는 일입니다. 아마 기자 여러분께서도 찾아보시면 아시겠지만 대통령 권한대행께서도 마지막까지 인사를 하시는 것은 그만큼 임기 안에 주어진 법적 권한이기도 하지만 그것을 반드시 해야 하는 법적 의무이기도 한 것입니다"고 했거든요. 여기서 권한대행은 황교안 권한대행을 의미하고요.
신·구 권력, 진실 공방에 감정싸움까지
문 대통령이 "당선인께서 직접 판단해 주시기 바랍니다"는 말을 꺼낸 직접적인 배경은 새 한국은행 총재 인선 과정에서 신·구 권력이 진실공방을 벌이며 충돌하는 모습을 보인 것과 관련이 있겠죠. 청와대 측은 "당선인 측의 의견을 들어 내정자를 발표했다"고 밝혔지만, 당선인 측은 "청와대와 협의하거나 추천한 바가 없다"고 180도 다른 입장을 내놓으면서 어제(23일) 하루 종일 대립하는 장면이 노출됐으니까요.
사실 한국은행 총재 인선에 대해 신·구 권력이 애초부터 첨예하게 대립한 건 아니죠. 인선 발표를 할 때만해도 크게 충돌하지 않을 듯했고요. 청와대는 "윤석열 당선인 측의 의견을 들었다"고 강조하는 등 관계를 풀기 위해 청와대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점을 부각했죠. 일종의 화해 제스처라는 거죠. 하지만 당선인 측에서는 대변인실이 "한은 총재 인사와 관련해 청와대와 협의하거나 추천한 바 없다"며 반박하더니 장제원 비서실장이 "발표하기 한 10분 전에 전화가 와서 발표하겠다고 해서 (제가) '아니 무슨 소리냐'며 웃었다. 일방적으로 발표하려고 해서 '마음대로 하라'고 했다"고 추가로 반박하면서 갈등이 증폭됐죠.
그동안의 협의 과정을 서로 공개하면서 진실공방을 벌이다가 끝내 감정싸움으로 번졌는데요, 청와대 측은 "(장 실장이) 자꾸 거짓말하면 청와대도 다 공개하겠다"며 불쾌감을 드러냈고 윤 당선인 측은 "뭘 공개할지 모르겠지만, 공개하라고 하라"고 맞받으며 감정의 골이 깊어진 거죠.
이철희 정무수석 등 청와대 관계자들의 보고를 받는 문 대통령으로서는 윤 당선인을 둘러싼 이른바 '윤핵관'이 진실 공방 국면을 만들었다고 판단하고 이들을 우회적으로 저격한 것으로 보이네요.
당선인 측 "대통령 언급, 대단히 유감"
문 대통령의 오늘(24일) 발언에 대해 당선인 측이 다시 반발하며 확전 양상을 보이고 있는데요,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을 통해 '인사권 관련해 당선인의 뜻이 존중되는 건 상식' '저희는 차기 대통령이 결정되면 인사를 하지 않겠다'는 표현으로 강한 유감의 뜻을 나타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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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당선인의 판단에 마치 문제가 있고, 참모들이 당선인의 판단을 흐리는 것처럼 언급하신 것은 대단히 유감스럽습니다.
아울러 정부 인수인계가 원활치 않은 상황에서, 더구나 코로나19와 경제위기 대응이 긴요한 때에, 두 분의 만남을 '덕담 나누는 자리'정도로 평가하는 것에 대해서도 쉽게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 지금 임명하려는 인사는 퇴임을 앞둔 대통령이 아닌, 새 대통령과 호흡을 맞춰 일할 분들입니다.
당선인의 뜻이 존중되는 것이 상식입니다.
저희는 차기 대통령이 결정되면 인사를 하지 않겠습니다.
김 대변인은 "대선이 끝나고 나면 가급적 인사를 동결하고, 새로운 정부가 새로운 인사들과 함께 새로운 국정을 시작할 수 있도록 협력하는 것이 그간의 관행이자 순리"라는 말도 덧붙였네요.
감사위원이 뭐기에…
윤 당선인 측이 반발하는 배경에는 감사원 감사위원 인선 문제가 거론되죠. 청와대의 한국은행 총재 인선 발표가 감사위원 인선에서 유리한 입장에 서기 위한 포석이고, 총재 인선을 수용하면 정작 중요한 감사위원 인사 문제에서 밀릴 수 있다는 거죠.
현재 감사원 감사위원 7명 중 2명이 공석인데요, 청와대는 각각 한 명씩 지명하자는 입장으로 알려져 있죠. 윤 당선인 측은 현재 감사위원 5명 가운데 3명은 현 정부에 우호적인 성향의 인사로 보고 있는데요, 한 명만 더 문 대통령 측 인사가 임명되면 4명으로 과반을 차지하죠. 그렇게 되면 현 정부에 대한 감사가 제대로 이뤄지기 어렵고, 청와대가 그걸 노리고 이른바 '알박기' 인사를 하려 한다는 게 당선인 측의 반발 논리죠.
청와대는 대통령 임기 내에 공석인 고위직을 임명하는 것은 법률상 권한으로 보장된 일이고, 오히려 이 두 자리를 윤 당선인 측에서 인선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야말로 납득하기 어렵다는 입장이고요.
대선 보름 지나도 '문·윤 회동' 안갯속
신·구 권력 충돌이 감정싸움으로까지 번지면서 양측이 '마이웨이'하고 있는데요, 그럴수록 '현직 대통령-당선인' 회동 가능성은 희박해질 수밖에 없죠. 윤 당선인 측이 다음 주에는 지역 일정을 짜고 있는데요, 지역 일정이 시작되면 회동 조율이 더 힘들어질 수도 있죠.
민주화 이후 현직 대통령과 당선인이 회동하지 않은 사례는 없고요, 가장 늦어도 18일 만에 회동했죠. 노태우 전 대통령이 김영삼 당선인을 만난 게 14대 대선 18일 만이었으니까요. 이후에 진보와 보수 정부가 바뀌어도 대선 후 9일을 넘기지 않았죠. 이번 대선이 끝난 뒤 보름이 지났는데요, 그동안 갈등이 커지며 정면 충돌하면서 선거 과정에서 갈라진 민심이 더욱 갈라지는 양상이네요.
오늘의 한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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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전 대통령이 대구 달성군 사저에 도착해 대국민 담화문을 밝히던 중 경호원들이 박 전 대통령을 에워싸는 모습이에요. 갑자기 소주병이 날아들었기 때문이죠. 소주병을 던진 남성은 현장에서 붙잡혔는데요, 경찰에서 "인민혁명당 사건 피해자"라고 주장했다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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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김민표 D콘텐츠 제작위원(minpyo@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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