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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0 (금)

이슈 19대 대통령, 문재인

문 대통령 5년 매달린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에 ‘사망 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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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10일 연합뉴스 및 세계 7대 통신사와 합동으로 진행한 서면 인터뷰에서 “대한민국 대통령으로 (2018년 9월 19일) 사상 최초로 평양 능라도 경기장에 모인 15만 명의 평양 시민 앞에서 연설한 것은 남북관계에서 최고의 장면이었다고 평가하고 싶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24일 2018년 4월 선언한 핵실험·미사일 시험발사 모라토리엄(유예)을 3년11개월 만에 파기하고 기어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손을 댔다. 임기 말까지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되살리려 노력한 문 대통령에게 보란 듯이 ‘레드 라인’을 넘어선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직접 긴급 국가안보회의를 주재했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이 회의에서 “이번 발사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국제사회에 약속한 ICBM 발사 유예를 스스로 파기한 것으로서, 한반도와 지역 그리고 국제사회에 심각한 위협을 야기하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명백히 위반한 것”이라고 강조하며 강력히 규탄했다. 문 대통령이 직접 북한을 ‘강력 규탄’한 것은 2017년 11월 화성-15형 시험발사 이후 처음이다.

그간 북한의 숱한 미사일 도발도 “대화가 더 긴요해졌다는 신호”로 해석했던 문재인 정부가 이런 입장을 낼 수밖에 없었던 것은 이번 ICBM 발사가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에 대한 사실상의 ‘사망 선고’이어서다. 남북대화는 단절됐고 북한의 핵무력 증강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마지막 희망의 끈으로 평가됐던 모라토리엄마저 붕괴했기 때문이다.

중앙일보

북한 신형 ICBM 도발(화성-17형 추정).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누구보다 ‘평화 대통령’으로서의 업적 달성에 큰 중요성을 뒀던 문 대통령의 임기 초와 말이 모두 북한의 ICBM 도발로 얼룩진 건 뼈아픈 대목이다. 문 대통령 취임 직후인 2017년 5월 14일 북한은 중거리 탄도미사일인 화성-12형을 발사했고, 같은 해 7월엔 두 차례에 걸쳐 ICBM인 화성-14형을 발사했다. 11월엔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ICBM인 화성-15형을 발사하며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켰다.

문 대통령은 그럼에도 이를 남북대화에 기반한 한반도 평화 정착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원동력으로 삼으며, 평화프로세스를 밀고 나갔다. 핵무력 완성을 선언한 북한은 2018년 2월 평창 겨울올림픽을 계기로 대화에 나서며 이에 호응했고, 이후 남북 및 북·미 간 연쇄 정상회담이 열리며 평화 국면이 정착되는 듯했다.

특히 김 위원장이 2018년 4월 직접 약속한 핵·미사일 모라토리엄은 문 대통령의 평화 업적 중에서도 핵심이었다. 2019년 2월 북·미 정상회담이 ‘하노이 노 딜’로 결렬되며 대화가 교착 국면에 접어들고, 북한이 올해 들어 소나기 미사일 도발에 나설 때도 문 정부는 북한이 모라토리엄만은 지켜온 것을 희망의 신호로 읽었다.

문 대통령은 2018년 9월 당시 연설에서 “김 위원장과 나는 북과 남, 8000만 겨레의 손을 굳게 잡고 새로운 조국을 만들어 나갈 것이다. 우리 함께 새로운 미래로 나아가자”고 연설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이 이날 ICBM을 발사하며 문 대통령이 공들였던 ‘평화의 2018년’을 지워버린 것이나 다름없게 됐다.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는 ‘어게인 2017년’, 즉 원점으로 회귀했고, 오히려 북한에 핵·미사일을 개발할 시간만 벌어줬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정진우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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