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0.06 (일)

이슈 김정은 위원장과 정치 현황

모라토리엄 파기 공식화한 북한…김정은의 업적 부각도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경향신문]

경향신문

북한이 전날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지도 아래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 시험발사를 단행했다고 25일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북한이 24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지도 아래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 시험발사에 성공했다고 25일 발표했다. 김 위원장이 4년 간 지켜온 모라토리엄(핵실험·ICBM 발사 유예) 파기가 공식화됐다. 김 위원장은 “미 제국주의와의 장기적 대결을 철저히 준비하라”고 지시했다. 북한은 앞으로 군 정찰위성,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 국방력 발전 5대 과업을 내세운 고강도 도발을 이어갈 전망이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화성-17형 시험발사 사실을 공개하면서 “이번 시험발사를 통하여 무기체계의 모든 정수들이 설계상 요구에 정확히 도달되였으며 전시 환경 조건에서의 신속한 운용 믿음성을 과학기술적으로, 실천적으로 담보할 수 있다는 것이 명백히 증명되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발사 직후 “첨단 국방과학기술의 집합체인 신형ICBM 개발 성공은 주체적 힘으로 성장하고 개척되어온 우리의 자립적 국방 공업의 위력에 대한 일대 과시로 된다”고 말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은 보도했다.

■군 정찰위성과 ICBM 카드 동시에

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지난 23일 ICBM 발사 친필 명령서를 하달했고, 24일 시험발사 현장을 방문해 화성-17형 시험발사 전 과정을 지도했다. 김 위원장은 “누구든 우리 국가의 안전을 침해하려 든다면 반드시 처절한 대가를 치르게 된다는 것을 똑똑히 알게 만들어야 한다”며 “우리 국가 방위력은 어떠한 군사적 위협 공갈에도 끄떡 없는 막강한 군사 기술력을 갖추고 미 제국주의와의 장기적 대결을 철저히 준비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새로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전략무기 출현은 전세계에 우리 전략 무력의 위력을 다시 한번 똑똑히 인식시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본토 타격’ 같이 미국을 자극하는 표현은 생략됐고, ‘주변국들의 안전을 고려한 고각발사’라고 설명했다.

경향신문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당초 북한이 내달 15일 김일성 주석 생일(태양절) 110주년을 계기로 군 정찰위성을 명분으로 한 장거리 로켓을 발사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군 정찰위성이 아닌 ICBM 카드를 먼저 꺼냈고, 발사 시기도 예상보다 빨랐다.

북한은 현 국제정세가 자신들의 군사적 목표를 추진할 절호의 시기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우크라이나 사태를 계기로 첨예해진 미·러 간 대결구도, 미·중 갈등의 장기화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를 통한 대응이 사실상 어렵기 때문이다. 미국 등의 요구로 북한의 ICBM 발사 대응을 위한 유엔 안보리 공개회의가 25일(현지시간) 오후 3시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다. 미국과 대립하고 있는 중국과 러시아가 추가 대북 제재에 찬성할 가능성은 낮다.

북한의 이번 발사는 4월로 예정된 한·미 군사훈련 실시, 한·미간 북핵 공조가 강화되는 분위기 속에서 자신들의 전략적 위상을 인식시키려는 의도도 보인다. 새 정부가 대북정책을 수립하기 전 정책적 공백을 틈타 핵무력 강화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미·중 갈등에 이어 미·러 대립 상황, 한국의 보수 정부 등장 등 변화된 환경 속에서 (한반도) 시계를 2017년으로 돌려 한·미를 압박하고 핵협상의 새판짜기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정은의 직접 ‘지도’ 내세워 업적 부각

올해는 김정은 위원장의 집권 10년차이자 태양절 110주년을 앞두고 있어 체제 결속을 극대화하려는 목적도 있어 보인다. 이날 북한 매체들은 김 위원장이 발사 전 과정을 직접 지도했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부각했다. 통신은 김 위원장이 신형 ICBM 개발사업을 “최중대시하시고 매일과 같이 세심한 지도와 방향을 주셨다”면서 “화성포-17형 무기체계를 주체적 힘의 응결체로, 자력갱생의 창조물로, 공화국 전략무력의 핵심타격 수단으로, 믿음직한 핵전쟁 억제수단으로 완성시켜오시였다”고 강조했다.

2017년 11월 ICBM ‘화성-15형’ 발사 당시에는 “공화국 정부의 위임에 따라 김정은 동지가 지도하는”이라고 표현했지만 이번에는 김 위원장의 “세심한 지도”를 부각시켰다. 조선중앙TV가 공개한 영상에서도 김 위원장이 발사 현장에서 시계를 보고, 기술자들과 대화를 나누는 장면을 비중있게 편집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화성-15형 당시에는 ICBM의 위력과 성공 의미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번에는 김정은 위원장의 구상과 지도 아래 모든 것이 이뤄진 것으로 업적 과시에 집중했다”고 분석했다.

김정은 위원장이 스스로 선언했던 모라토리엄을 파기하면서 고강도 도발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SLBM, 군 정찰위성, 고체연료엔진 ICBM 발사 및 개발은 예정된 수순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이에 라 당분간 강 대 강 구도는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특히 태양절 110주년과 한·미연합훈련 등이 겹치는 4월에 긴장이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를 강력히 규탄하면서 외교적 해결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차덕철 통일부 부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이번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는 한반도와 지역, 그리고 국제사회에 심각한 위협을 야기하는 행위”라고 규탄하고, 북한을 향해 “대화와 협상의 테이블로 나와 외교적 해결의 길로 조속히 복귀할 것을 엄중하게 촉구한다”고 말했다.

박은경 기자 yama@kyunghyang.com

▶ [뉴스레터]좋은 식습관을 만드는 맛있는 정보
▶ ‘눈에 띄는 경제’와 함께 경제 상식을 레벨 업 해보세요!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