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이탈리아 대사, 검찰에 고발장 제출…현지 정치권은 언론사에 연대 표시
세르게이 라조프 주이탈리아 러시아 대사 |
(로마=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이탈리아 언론이 우크라이나 침공을 강행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암살 시나리오를 거론하자 러시아 측이 발끈하며 법적 소송을 제기했다.
일간 '라 스탐파'는 지난 22일(현지시간)자 지면에 푸틴 대통령이 전쟁 종식을 바라는 측근에 의해 암살당하는 상황을 가정해 전쟁 및 세계정세에 미칠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을 분석했다.
'푸틴을 죽이는 게 전쟁을 끝내는 유일한 탈출구라면'이라는 제목의 이 기사는 "군사적 개입이 배제되고 외교적 해결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에서 전쟁 종식을 위해 유일하게 남는 이론은 러시아 '차르'가 측근 손에 살해되는 것"이라는 문장으로 시작된다.
기사를 쓴 도메니코 퀴리코 기자는 국제정치·전쟁 분야에서 30년의 경력을 지닌 저명한 저널리스트로 알려져 있다.
이 기사는 가정적이지만 푸틴 대통령의 암살을 직접적으로 거론했다는 점에서 현지에서 적지 않은 논란을 불렀다.
당장 러시아 외교당국은 "범죄를 선동하는" 용납하기 어려운 보도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세르게이 라조프 주이탈리아 대사는 이날 해당 언론사에 대한 고발장을 로마지방검찰청에 제출한 사실을 공개하며 "해당 기사는 윤리적·도덕적으로 문제가 될 뿐 아니라 저널리즘 원칙에도 어긋난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이탈리아 형법은 범죄를 선동하거나 옹호하는 행위에 대한 책임을 묻는다며 수사기관이 관련 법에 따라 객관적으로 조사해줄 것이라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라조프 대사는 "지난 8년간 이탈리아에 주재하며 양국 관계 발전을 위해 힘써왔는데 유감스럽게도 이제 모든 게 바뀌었다"며 강한 유감을 표명하기도 했다.
다만, 언론사를 대상으로 한 러시아 측의 법적 대응이 현지 정치권을 중심으로 더 거센 역풍을 불러들일 조짐도 보인다.
중도 좌파 성향의 민주당을 이끄는 엔리코 레타 당수는 '라 스탐파'에 대한 연대와 지지를 표명했고, 루이지 디 마이오 외무장관도 "이탈리아에서 언론 자유는 침범할 수 없는 영역"이라며 러시아의 대응을 비판했다.
기사를 작성한 퀴리코 기자도 "러시아 대사에겐 더 좋은 번역기가 필요한 듯하다. 나는 푸틴을 암살하는 게 부도덕한 일이라고 쓴 것"이라고 맞받았다.
lu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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