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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이슈 김정은 위원장과 정치 현황

5년간 김정은 비위 맞추고 평화 구걸한 대가가 '괴물 ICBM'인가? [핫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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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24일 신형 대륙간탄도사미일(ICBM) '화성-17형' 시험 발사에 성공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지시에 따라 '핵과 ICBM 추가 실험을 멈추겠다'고 약속한 모라토리엄 선언을 4년 만에 파기하고 미국이 정한 레드라인까지 넘어 선 것이다.

김정은은 도발 후 "ICBM 개발 성공"을 선언하며 "미 제국주의와 장기적 대결을 철저히 준비하라"고 지시해 7차 핵실험 등 추가도발도 예고했다.

위장된 '평화쇼'를 끝내고 군사적 긴장을 끌어올려 '강대강' 대결 국면으로 나서겠다는 속셈이다.

실제로 최근 풍계리 핵실험장과 영변 핵단지 재건 동향 등으로 미뤄볼 때 북한은 다음달 핵 실험을 재개할 가능성이 크다.

4월에는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 추대 10주년, 김일성 생일 110주년, 인민군 창건 90주년 등 굵직한 기념일이 잇따라 예정돼 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는 북한 도발에 맞서 25일 오후(현지시간) 제재 강화 논의에 착수했다.

북한이 대형 무력도발을 감행하는 것은 조 바이든 미국 정권에서 미북 대화가 재개되지 않은데 대한 불만을 드러내고, 대한민국 정권 교체기를 맞아 안보 불안을 조장하려는 노림수가 강하다.

또 작년말 집권 10년을 맞은 김정은이 극심한 경제난에 따른 내부 동요와 반발을 잠재우고 증강된 핵-미사일 능력을 자신의 최대 치적으로 과시하려는 속셈도 깔려 있다.

이같은 북한 도발은 오래 전부터 예고됐다.

북한은 올해에만 미사일을 12번 발사했고 정찰위성으로 위장한 ICBM 성능시험도 두차례나 했다.

올 1월 노동당 정치국회의에선 "선결적으로, 주동적으로 취하였던 신뢰구축 조치들을 전면 재고하고, 잠정중지하였던 모든 활동을 재가동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북한의 이번 도발은 문재인 정부가 집권 5년간 공 들여온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사망선고나 다름없다.

그동안 현 정권은 북한이 서해상에서 우리 공무원을 쏴 죽이고 수백억원의 국민 혈세가 들어간 남북개성연락사무소를 제 멋대로 폭파해도 항의조차 못하고 침묵했다.

국가 정상에게 '삶은 소대가리' 등 온갖 조롱과 야유를 퍼붓고 각종 신형 미사일을 쏴대도 '도발' 표현조차 못쓴 채 오히려 김정은의 심기만 살폈다.

김여정의 불호령에 대북전단금지법을 만드는가 하면, 키리졸브 독수리훈련 을지프리덤가디언 등 3대 연합훈련도 사실상 형해화했다.

대외적으로는 미국에 대북제재 완화를 요청하고 유엔의 탄도미사일 도발 규탄도 외면하는 등 김정은 비위를 맞추려 굴종적인 자세로 일관해 국민들 자존심마저 짓밟았다.

하지만 이번 ICBM 발사로 모든 것이 한순간에 물거품이 됐다.

현 정권으로선 지난 5년간 북한이 핵과 미사일을 개발하고 길을 닦을 수 있는 충분한 시간만 벌어준 꼴이다.

김정은 선의에 기대 평화를 구걸한 대가가 한미 양국 국민들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괴물 ICBM' 발사라니 기가 막히고 참담할 뿐이다.

문 대통령이 북한 도발에 대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결의 위반"이라고 규탄했지만 때늦은 외침에 불과하다.

더구나 임기를 50여일 남겨놓은 정권이 이제 와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집무실 용산 이전'에 대해 "국가 안보는 한순간도 빈틈이 없어야 한다"며 뜬금없이 '안보 공백'을 이유로 어깃장을 놓고 있으니 코웃음만 나온다.

문 정권은 이제라도 5년간의 평화 집착이 실패로 끝났다는 점을 솔직히 인정하고 남은 임기 중이라도 단호한 대응에 나서야 한다.

남북대화를 통한 평화정착이라는 막연한 환상에서 벗어나, 미국과 일본 등 국제사회와 긴밀히 공조해 강도높은 대북제재와 압박을 펼쳐야 한다.

무력도발이 오히려 북한에 고통과 피해만 가중시킬 뿐이라는 점을 분명히 깨닫게 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윤석열 당선인이 25일 페이스북에서 "북한이 도발로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엄중 경고한 것은 바람직하다.

우리의 군사안보태세도 재점검하고 강화해야 한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맞서려면 한미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를 재가동해 미국의 핵우산 제공 등을 이끌어내야 한다.

세계적인 전략 이론가인 영국의 마이클 하워드 경은 '전쟁과 평화의 연구'에서 "군사력의 사용을 포기한 자는 곧 자신의 운명이 군사력을 포기하지 않는 자의 손아귀 속에 들어가 있음을 알게 될 것"이라고 했다.

군사력은 국가 안보를 위한 최후의 궁극적인 보장 장치다.

북한의 추가 도발과 오판을 막으려면 한미 양국이 갖고 있는 군사력을 언제라도 쓸 수 있다는 강력한 의지를 적에게 보여줘야 한다.

'아무리 나쁜 평화라도 전쟁보다 낫다'는 현 정권의 논리는 지금과 같은 한반도의 군사긴장 고조와 엄중한 안보 현실에서 한낱 미몽에 불과할 뿐이다.

[박정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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