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2.21 (토)

"피 마른다, 마진 없이 그냥 판다"…밀가루값 폭등 어떻길래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피 말리는 정도를 넘어섰어요. 마진 없이 그냥 파는 거죠.”

서울 서대문구 홍제역 인근에서 7년째 분식집을 운영해 온 사장 김모(49)씨가 한 말이다. 그는 “밀가루 값이 계속 올라 힘들다. 지난해 같은 시기와 비교해 보면 튀김가루 가격이 30% 이상은 오른 것 같다. 튀김 1개를 700원에 팔고 있는데 남는 게 없다”고 했다.

김씨는 “도저히 버티기 어려워 지난 1월 떡볶이 가격을 500원 올리면서도 고민을 엄청 했다. 가스, 전기요금에 이어 최근 식용유 가격도 1.8ℓ에 3만 원대에서 5만 원대로 올랐다”며 “손님이 떨어질까 봐 오르는 재룟값만큼 가격을 올리기도 어렵다”고 했다.

중앙일보

27일 오후 서울 은평구에 위치한 한 빵집. 수십개 종류의 빵이 진열대에 놓여있다. 함민정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치솟는 밀가루·식자재 가격에 상인들 울상



밀가루를 포함한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서 자영업자들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서울 은평구에서 빵집을 운영하는 오모(57)씨는 “너무 힘들다. 밀가루뿐 아니라 설탕, 버터 가격 다 올랐다. 최근 물가가 3번 정도 올랐는데 4월부터 또 오른다고 하더라. 갈수록 서민들만 힘들고 대기업도 아니다 보니 가격을 올릴 수가 없는 실정”이라고 했다.

밀가루 가격 상승은 지난해부터 이어지고 있다. 코로나로 해상운송이 원활하지 않은 영향 등이 겹쳐 세계 곡물 가격이 급등하면서다. 지난달 수입 밀의 t당 가격은 369달러로, 1년 전보다 37.3% 올랐고, 2년 전보다는 46.6%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밀가루 가격 상승률은 지난해 12월 전년 동기 대비 8.8%에서 올 1월에는 12.1%, 지난달 13.6%로 뛰었다. 우리나라는 곡물 중 밀의 자급률은 0.8%에 불과해 99%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여파로 인해 밀가루 등 곡물값이 더 오를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온다. 주요 곡물 수출국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전 세계 밀과 보리 수출량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사태로 곡물 생산과 유통이 어려워지며 가뜩이나 오른 곡물 가격에 자영업자들의 부담이 더욱 가중될 거란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중앙일보

27일 오후 서울 은평구에 위치한 한 빵집 앞에 붙은 공지글. 재료가격이 올라 5000원 이상 구매할 경우에만 카드를 사용할 수 있다고 안내하고 있다. 함민정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중앙일보

27일 오후 서울 은평구의 한 만두 가게 앞에 붙은 가격표. 최근 1개 700원이었던 만두의 가격을 100원씩 올렸다고 한다. 이에 따라 가격표를 3500원에서 4000원으로 수정했다고 한다. 함민정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사재기 움직임에…영세업자 “엄두 안 나”



향후 밀가루 가격이 더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자 일부 자영업자들 사이에선 ‘밀가루 사재기’ 움직임이 일었다. 상인들이 활동하는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밀가루를 미리 사다 놓을 계획”이라거나 “가격 오르기 전에 사둬야 한다”는 등의 글이 올라온 것이다.

하지만, 일부 소상공인은 이마저도 어렵다는 목소리가 높다. 서울 은평구 연신내 인근에서 만두를 판매하는 김모(여·60대)씨는 “밀가루를 산다 해도 둘 자리가 없어 사재기할 엄두가 안 난다”며 “700원짜리 만두를 최근 800원으로 올렸지만, 이윤이 남는 건 없다. 앞으로 밀가루 가격이 더 오른다고 하니 착잡하다”고 했다.

일부 상인들 사이에선 “체념했다”는 반응까지 나온다. 은평구 연서시장에서 전집을 운영하는 한 상인은 “밀가룻값이 이미 올랐는데 또 오른다고 하니 방법이 없다. 코로나로 가뜩이나 힘든데 더 힘들어졌다”고 했다. 인근의 한 제과점 사장은 “어떻게 할 수가 없다. 영세업체는 대형 브랜드 업체와 달리 원재료 가격이 오르면 휘청하는데, 정부가 물가를 안정시켜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함민정 기자 ham.minjung@joongang.co.kr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넌 뉴스를 찾아봐? 난 뉴스가 찾아와!

ⓒ중앙일보(https://www.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