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권 행사 두고 정면충돌한 양 측
16일 회동 불발 이후 사사건건 대립
감사원, 인수위 보고서 尹 손들어줘
신·구 권력 충돌에 국민적 피로감도
‘역대 최장’ 대선 후 19일 만에 만나
공석이 된 감사원의 감사위원 임명 제청을 놓고 신경전을 벌이던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8일 조건 없이 회동하겠다고 27일 밝힌 가운데 논란이 된 서울 종로구 감사원 앞을 시민들이 걸어가고 있다. 하상윤 기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28일 청와대에서 처음으로 만나는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지난 16일 회동이 무산된 이래 ‘전례 없는 신·구 권력 충돌’이란 수식어가 붙을 정도로 사사건건 대립해왔다. 특히 공석이 된 감사원 감사위원 2명의 인사권 행사를 두고 양측의 이견이 좁혀지지 않으며 갈등이 극한으로 치닫는 듯했다. 이번 회동 성사의 배경에는 지난 25일 감사원이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사실상 윤 당선인의 손을 들어준 일이 결정적이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선 직후만 하더라도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의 회동은 조만간 이뤄질 것으로 보였다. 문 대통령은 윤 당선인의 당선이 확정된 10일 전화를 걸어 축하 인사를 건넸고, 같은 날 유영민 대통령 비서실장과 이철희 정무수석이 축하 난을 전달하기 위해 윤 당선인을 예방한 자리에선 이 수석과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이 ‘핫라인’으로 지목돼 회동 일정 조율이 급물살을 탔다. 양측은 16일 오찬 회동 일정을 공지했으나 불과 4시간여를 앞두고 회동 연기 사실을 알렸다.
김은혜 대통령 당선인 대변인이 27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기자회견장에서 28일로 예정된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회동과 관련해 브리핑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현직 대통령과 당선인의 회동이 예고까지 된 상황에서 불발된 건 초유의 일이다. 양측은 회동이 무산된 이유에 대한 별다른 설명을 내놓진 않았지만, 언론 보도 등을 통해 윤곽이 차츰 드러났다. 양측은 회동 무산 이후 윤 당선인의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 구상과 한국은행 총재·감사원 감사위원·중앙선거관리위원회 상임위원 등의 인사권 행사 문제 등을 놓고 정면충돌했다. 그중에서도 특히 감사위원 인선 문제를 둘러싼 양측의 대립이 첨예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는 윤 당선인 측에 감사위원 1명씩을 추천하자고 제안했다고 한다. 그러나 당선인 측은 감사위원회 구성 등을 이유로 ‘비토권’을 요구했다. 당선인 측이 거부하는 인사는 임명하지 않겠다고 약속해달라는 것이다. 윤 당선인 측은 청와대가 감사위원 1명을 인선할 경우 전체 위원 7명 중 ‘친문’(親 문 대통령) 성향 위원이 4명이 된다고 지적했다. 청와대가 비토권 요구를 받아들이기 어렵단 입장을 고수하면서 “임기 만료 전이라도 인사권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라고 맞섰다. 양측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자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의 회동 논의도 공전했다.
여기에 문 대통령이 윤 당선인의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 관련 예비비 상정 요구에 대해 ‘안보’를 내세워 사실상 거부 의사를 밝히자 분위기가 한층 험악해졌다. 지난 23일엔 문 대통령이 발표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 인선의 사전협의 여부를 두고 양측이 진실공방을 벌이기도 했다. 그러는 사이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은 서로를 직격하는 듯한 발언을 각각 내놓으며 신경전을 벌였다. 일각에서는 회동이 아예 이루어지지 못할 것이란 관측까지 제기됐다.
2019년 7월25일 문재인 대통령이 당시 신임 검찰총장이던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간담회장으로 향하는 모습. 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감사원이 지난 25일 인수위 업무보고에서 “정치적 중립성과 관련된 논란이나 의심이 있을 수 있는 상황에서 (감사위원) 제청권을 행사하는 것이 적절한지 의문”이라며 문 대통령에게 ‘반기’를 들면서 핵심 쟁점이었던 감사위원 인선 문제가 변곡점을 맞았다. 문 대통령이 윤 당선인과 협의 없이 위원 제청을 요구해도 이에 응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감사원의 이런 입장에 문 대통령과 청와대가 어쩔 수 없이 한발 물러서게 되면서 회동 성사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정치권에선 회동이 늦어지는데 따른 국민적 피로감과 이로 인한 양측의 정치적 부담감, 최근 북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를 비롯한 엄중한 안보 상황 등이 더 이상 회동을 늦출 수 없다는 여론을 조성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이 같은 요인들로 결국 회동이 성사돼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은 역대 최장기간 기록인 대선 후 19일 만에 처음 얼굴을 맞대게 됐다.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