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얘기 오갈까
‘의제 없다’지만 尹측 “결실” 계속 강조
소상공인 손실보상·北 미사일 등 논의
尹, 文과 지속 충돌땐 국정 난맥 우려
文, 정권 인수인계 방해 모양새 부담
총장임명날처럼… 文·尹, 오늘도 웃을까 문재인 대통령이 2019년 7월 25일 청와대 본관 충무실에서 윤석열 신임 검찰총장에게 임명장을 준 뒤 환담을 하러 인왕실로 이동하고 있다. 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28일 청와대에서 회동한다. 지난 9일 대통령 선거가 끝난지 19일 만이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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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문재인 대통령이 임기 말 인사권 행사,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 문제 등을 놓고 극한 대치한 끝에 28일 만나기로 했다. 두 사람은 상견례성 만찬이 불쾌한 분위기로 흐르지 않도록 주제를 조율하면서도 양측의 이해가 달린 민감한 현안에 대해서는 물밑 조율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27일 청와대와 윤 당선인 측에 따르면 양측은 “의제 없이 만나 허심탄회하게 대화하자”는 취지로 28일 만찬 회동을 약속했다. 정해진 의제 없이 자유롭게 대화를 나누겠다고 밝혔지만, 정국 현안이 간단치 않은 만큼 최근 문제가 된 각종 현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것으로 전망된다.
윤 당선인과 문 대통령 모두 이번 회동을 통해 협력과 통합의 메시지를 내는 게 필요한 상황이다. 윤 당선인으로선 정권 이양기에 ‘물러나는 권력’과 지속적으로 충돌할 경우 임기 초 국정 운영 동력 확보가 어려워질 수 있다. 대치 상황에선 국회 172석을 차지한 더불어민주당의 협력을 얻기가 더욱 힘들어진다. 문 대통령으로서도 인수인계를 제대로 해주지 않고 방해하는 모양새로 떠나가는 게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이 27일 춘추관에서 브리핑을 통해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은 28일 오후 6시 청와대 상춘재에서 만찬을 겸해 만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KTV화면 캡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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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혜 당선인 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현직 대통령과 당선인의 만남이 의미가 있으려면 유의미한 결실이 있어야 한다는 점에선 늘 일관된 기조였다”며 “그런 점에서 결론을 도출하기 위해 두 분이 자연스럽게 국가적 현안과 과제를 이야기할 기회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선 두 사람이 회동 직후 코로나19 소실보상 관련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과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로 촉발된 한반도 안보위기 상황을 언급하며 협력 메시지를 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윤 당선인은 대선 후보 시절 코로나 피해 보상을 위한 50조원 규모의 2차 추경을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반면 현 정부는 문 대통령 임기 안에는 2차 추경안을 국회에 제출하지 않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회동을 통해 양측이 시기를 조율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지난 25일 서훈 국가안보실장을 윤 당선인의 통의동 집무실로 보내 북한 ICBM 발사 관련 동향 및 정부 대응조치, 향후 전망 등을 당선인에게 브리핑하도록 했다. 28일 만찬 회동에선 문 대통령이 직접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에 대한 정보를 전달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대통령만이 수집 가능한 북한 관련 1급 정보들을 공유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특히 문 대통령은 2018년 4·27 남북정상회담 당시 김 위원장과 판문점 도보다리에서 30분간 단독회담을 가지는 등 김 위원장을 여러 차례 직접 대면한 만큼 관련 내용을 전달할 가능성도 있다.
최근 양측의 전면 충돌 원인으로 거론된 감사위원 인선 문제 등 인사권 행사 여부는 28일 회동의 주요 의제로 부각되진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감사원은 지난 25일 인수위 업무보고에서 “현 시점에서 제청권을 행사하는 것이 적절한지 의문”이라며 문 대통령의 임기 말 인사에 제동을 걸었다. 감사원의 ‘반기’로 인사권 문제의 첨예한 지점은 일단락 지어진 셈이다. 다만 정치적으로 민감한 선관위원 인선 문제 등이 남아 있고, 윤 당선인 측이 임기 말 ‘공공기관 알박기 인사’에 대해 문제의식을 갖고 있는 만큼 이에 대한 거론이 이뤄질 수는 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6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창업허브 컨퍼런스홀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워크숍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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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 문제는 윤 당선인이 당면한 과제다. 윤 당선인은 기존 청와대로는 들어가지 않겠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국무회의 의결이 필요한 예비비 집행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임시 집무실’ 기간이 이어질 수 있다. 문 대통령의 진전된 입장이 필요한 상황이다. 하지만 정치권에선 문 대통령이 집무실 이전 자체를 반대한 게 아니라, 취임식(5월10일) 전까지 이전하겠다는 윤 당선인 측의 촉박한 계획에만 반대 의사를 내비친 만큼 문 대통령이 기존 입장을 바꾸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두 사람의 회동에선 당장 예비비 승인 같은 전격 타결보다는 취임식 전까지 국방부와 합참 등의 이전계획을 물밑에서 계획·조율하는 데 양측이 공감대를 형성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윤 당선인 측의 청와대 이전 태스크포스(TF)는 최근 설계업체와 함께 국방부 청사 건물 실측을 진행하며 공간 구성 등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6일 두 사람의 회동이 불발되기 전 윤 당선인이 국민 통합 차원에서 거론했던 이명박(MB) 전 대통령 사면도 회동 의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현미 기자 engin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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