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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르포] 동·서 '분단'된 상하이…오미크론이 '경제수도' 흔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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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겪는 두려움"…격리 전야 슈퍼마켓서 채소 놓고 싸움까지

만리장성식 방역 넘어선 오미크론…중국식 '제로 코로나' 시험대

연합뉴스

황푸강 사이로 분단된 중국의 '경제수도' 상하이
(상하이=연합뉴스) 차대운 특파원 = 28일 오전 중국 상하이 황푸강변의 와이탄(外灘)에서 산책하는 시민들.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이날부터 황푸강을 기준으로 동쪽과 서쪽 지역을 각각 4일씩 돌아가며 순환 봉쇄한다. 2022.3.28 cha@yna.co.kr (끝)


(상하이=연합뉴스) 차대운 특파원 = "코로나 시대에도 상하이는 안전했잖아요. 코로나로 실제 두려움을 느끼는 건 이번이 처음 같아요."

중국의 '경제수도'로 불리는 인구 2천500만명의 상하이가 '순환식 봉쇄'를 시작한 28일 아침, 도심 황푸강변의 랜드마크인 와이탄(外灘)에서 홀로 이른 산책을 하던 톈칭 씨는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이렇게 말했다.

황푸강은 상하이를 남북으로 가로질러 도시를 동쪽의 '푸둥'(浦東)과 서쪽의 '푸시'(浦西)로 나눈다.

두 지역은 원래 여러 개의 지하 터널과 다리로 이어져 자유롭게 오갈 수 있다. 그러나 푸둥 지역이 이날 새벽 5시부터 먼저 나흘간의 봉쇄에 들어가면서 푸시 지역에서 푸둥 지역으로 진입은 막혔다.

강 너머 멀리 '중국의 월스트리트'인 푸둥 루자쭈이 금융가 일대가 보였지만 인적이 전혀 없이 적막함이 감돌았다. 그래서인지 황토 빛깔의 황푸강을 오르내리는 화물선들의 거친 디젤 엔진 소리가 이날 따라 더욱 크게 울려 퍼지는 것 같았다.

◇ '미래의 정밀 방역'에서 '과거의 낡은 정답'으로 돌아가다

연합뉴스

코로나19 검사받기 위해 줄 선 상하이 시민들
(상하이=연합뉴스) 차대운 특파원 = 28일 오전 중국 상하이 창닝구의 한 병원 앞에서 시민들이 코로나19 검사를 받기 위해 줄을 서 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공공장소와 직장에서 코로나19 음성 결과 증명서를 요구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2022.3.28 cha@yna.co.kr (끝)


'정밀 방역'이라는 이름으로 방역과 경제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아보려던 상하이가 오미크론 변이의 폭발적 확산 앞에서 두 손을 들고 일단 도시 전면 봉쇄라는 '낡은 정답'으로 후퇴했다.

상하이는 28일부터 4월 5일까지 8일간 도시를 절반씩 나눠 멈춰 세운다. 먼저 푸둥이 이날부터 첫 4일간 봉쇄에 들어갔고, 푸시 지역이 나머지 4일간 봉쇄된다.

핵심 공공 서비스와 필수 업종을 제외한 전 주민들은 원칙적으로 집 안에만 머무른 채 단지별로 진행되는 코로나19 검사를 받아야 한다. 봉쇄 기간 버스·지하철·택시 운행도 하지 않는다.

시 당국이 그간 도시 봉쇄를 하지 않겠다고 누차 공언했기에 전날 밤 10시가 넘어 나온 갑작스러운 도시 봉쇄 발표는 특히 푸둥 일대에서 큰 혼란을 초래했다.

놀란 시민들이 식품과 생필품을 사려고 인근 슈퍼마켓으로 몰려들었다.

웨이보 등 소셜 미디어에는 텅텅 빈 슈퍼마켓 매대 사진이 잔뜩 올라왔다. 심지어 채소를 서로 가져가겠다고 시비가 붙은 두 사람이 주먹다짐하는 모습을 담은 영상도 인터넷에서 화제가 됐는데 한 누리꾼은 "21세기의 상하이에서 벌어진 일이라고 믿지 못하겠다"고 한탄했다.

시 정부의 일관성 없는 정책을 비판하는 이들도 있었다.

한 누리꾼은 "시 정부의 이번 조처는 너무 문제가 많아 공황이 만연했다"며 "절반 도시 봉쇄, 정밀 방역, 2일 봉쇄 후 해제 등으로 정책이 계속 춤을 춰 엉망진창"이라고 말했다.

짧게 고생하는 게 낫겠다면서 봉쇄를 받아들이는 이들도 있었다.

공유 차량 기사인 천씨는 "지금도 이틀에 한 번씩 검사를 받아야 일을 할 수 있어 어려움이 많다"며 "다른 도시들처럼 봉쇄하면 코로나 전파를 막는 효과는 확실히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절반 순환 형식을 취하기는 했지만 상하이의 이번 봉쇄는 코로나19 이후 지금껏 중국에서 가장 큰 규모의 도시 봉쇄다.

시 전역을 작은 격자 모양으로 잘게 나눠 감염자가 많은 '중점 지역'을 중심으로 최소한의 봉쇄를 하는 새 방역 모델을 시험하던 상하이가 결국 경제적 피해를 감수하고 전체 도시 봉쇄를 택한 것은 상하이가 어느새 중국 전체에서 코로나19 감염이 가장 심각한 지역이 됐기 때문이다.

상하이의 하루 신규 감염자 수는 지난 24일 1천명을 넘어서더니 27일에는 3천500명으로 폭증했다. 27일 중국 전체 감염자의 절반 이상이 상하이에서 나왔다.

3월에만 상하이에서 누적 감염자가 1만6천명을 넘어서면서 중국 최고 수준을 자랑하는 상하이의 의료 자원도 큰 압박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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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전 병원으로 변한 컨벤션센터
(상하이=연합뉴스) 차대운 특파원 = 중국 상하이 푸둥신구의 세계엑스포컨벤션센터. 이곳은 코로나19 무증상 감염자와 경증 환자를 받기 위한 임시 병원으로 쓰이고 있다. 2022.3.28 cha@yna.co.kr (끝)


푸둥 지역 봉쇄 직전인 전날 오후 찾아간 세계엑스포컨벤션센터. 상하이를 대표하는 도심의 컨벤션 공간은 이미 대형 야전 병원으로 변해 있었다.

펜스로 둘러싸인 컨벤션센터를 지키고 있는 공안과 경비원들은 사람들이 진·출입을 엄격하게 통제하고 있었다. 저 멀리 '구급차 입구'라는 글씨가 쓰인 곳 주변에서 흰 방역복을 입은 사람들이 부지런히 움직이는 모습을 보지 못했다면 이곳이 임시로 차려진 야전 병원이라는 사실을 모를 뻔했다.

소셜미디어에는 내부에 있는 사람들이 올린 영상들이 간혹 올라왔다. 이곳 내부에는 이미 6천개의 침대가 조밀하게 깔렸고 지난 25일부터 상하이 전역에서 무증상 감염자와 경증 환자들이 이송되고 있다고 한다.

상하이시 위생위 우징레이 주임은 최근 브리핑에서 "세계엑스포컨벤션, 민항구 체육관 등 8개의 병원급 임시 집중 격리 치료 공간을 가동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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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상 촘촘히 설치된 싱하이의 코로나19 임시 병원
(상하이=연합뉴스) 차대운 특파원 = 중국 상하이 푸둥신구의 세계엑스포컨벤션센터 내부. 2022.3.28 [더우인 동영상 캡처] cha@yna.co.kr (끝)



◇ '스텔스' 오미크론에 눈덩이처럼 커지는 '제로 코로나' 비용

중국 안팎에서는 '방역 모범'으로 불리던 상하이가 당면한 위기로 단 한 명의 지역사회 감염자도 용납하지 않는 중국식 제로 코로나 정책이 중대 전환점에 서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달 본격화한 상하이의 코로나19 확산은 입국자 격리 호텔에서 일하는 근무자가 감염된 데서 시작된 것으로 조사됐다. 높은 전염력을 가진 오미크론 변이가 중국의 만리장성식 방역을 넘어서 중국으로 퍼진 것이다.

최근 홍콩에서 인접한 광둥성 선전으로 코로나19가 퍼지는 등 오미크론 변이가 중국의 기존 코로나19 방역 방벽을 무력화하는 사례가 잦아지면서 상하이를 포함한 중국 전역에서 코로나19 확산세가 심각해지고 있다.

이달에만 중국 전역에서 6만명 넘는 코로나19 누적 감염자가 발생했다. 코로나19가 퍼진 지역은 31개 성급 행정구역 중 28개로 사실상 전 중국이 오미크론 변이와 전쟁을 치르고 있는 셈이다.

하루 수천명 감염자는 세계 대부분 국가와 비교하면 아직 매우 적은 수준이라고 볼 수 있지만 강력한 사회 통제를 바탕으로 제로 코로나 원칙을 고수해온 중국에서는 '우한 사태' 이후로 경험하지 못한 규모다.

문제는 감염자와 밀접 접촉자를 조기에 발견해 격리하는 중국식 방역 모델이 은밀한 전파력이 강한 오미크론 변이에는 잘 통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중국 당국도 고심이 깊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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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를 상징하는 랜드마크인 동방명주탑과 오성홍기
(상하이=연합뉴스) 차대운 특파원 = 28일 중국 상하이의 랜드마크인 동방명주탑 앞에 중국 국기인 오성홍기가 걸려 있다. 2022.3.28 cha@yna.co.kr (끝)


2020년 우한 사태 이후 도시 봉쇄를 통해 국지적 코로나19 확산을 성공적으로 저지할 수 있었지만 오미크론 유입을 계기로 전국적인 코로나19 대유행 상황에 처음 맞닥뜨리게 되면서 도시 봉쇄를 통한 제로 코로나 실현을 위해 치러야 할 경제적 대가가 천문학적으로 커졌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은 올해 시진핑 국가주석의 '대관식'이 될 가을 20차 당대회를 앞두고 부동산 침체 지속, 우크라이나 전쟁 등 안팎의 어려운 여건 속에서 5.5%가량의 경제성장률을 달성해 민심을 안정시켜야 할 필요성이 절실한 상황이다.

시 주석은 지난 17일 "방역과 경제 발전을 종합적으로 추진, 가장 적은 대가를 치르고 가장 큰 방역 효과를 얻을 수 있도록 노력함으로써 전염병이 경제사회 발전에 끼치는 영향을 최대한 줄여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비록 도루묵이 되었지만 중국 지도부가 자국 내 일각의 비판 속에서도 상하이의 '열린 방역' 실험을 최근까지 '방관'했던 것은 풍부한 경제력과 효율적인 행정 능력을 갖춘 상하이에서 코로나19를 저지하는 새로운 길을 모색해볼 수밖에 없다는 고심이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비록 상하이가 다급한 불을 끄려고 순환식 봉쇄를 택했지만 일각에서는 결국에는 중국도 장기적으로 세계 여러 나라처럼 백신과 치료제 보급을 바탕으로 치명률을 낮추는 쪽으로 몸을 돌릴 것이라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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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리된 상하이의 한 아파트 단지
(상하이=연합뉴스) 차대운 특파원 = 27일 오후 중국 상하이의 창닝구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코로나19 감염자가 발견돼 단지 전체가 격리되어 있다. cha@yna.co.kr (끝)


상하이의 한 금융사 대표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중국이 지금은 제로 코로나 정책을 펴고는 있지만 오미크론 변이 감염에 따른 치명률 등을 계산해보고 향후 추정치에 따라 새 결론을 내릴 수도 있다"며 "길면 하반기, 짧으면 2분기쯤이면 새로운 논리를 내놓으면서 위드 코로나로 전환을 시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c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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