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가계대출 총량 증가율 목표를 세우고 이를 위해 시중은행 등을 밀착 관리·통제해왔던 금융당국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공약에 맞춰 대출 규제를 완화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앞으로는 가계대출과 관련해 직접 개입하지 않고 은행들의 자율 관리를 유도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로써 올해 증가율 목표치를 4~5%로 제시했던 가계대출 총량 규제는 사실상 유명무실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2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금감원은 지난 25일 '2022년 금융감독 업무 설명회'를 열고 '가계대출의 안정적 관리' 등을 주요 내용으로 올해 은행 감독·검사 방향을 소개했다. 금감원은 설명회에서 올해 은행의 자율적인 가계대출 관리체계 마련을 유도하는 등 가계대출 규제 체계를 선진화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가계대출이 폭증하는 가운데 금융당국이 총량 관리 목표에 따라 각 금융사를 주간 단위로 밀착 관리한 것과는 달라진 방식이다.
금감원은 특히 "거시경제 상황 등을 고려해 지역별·주택가격별 차등화된 대출 규제의 합리적 정비 방안을 추진한다"고 예고했다. 윤 당선인의 대출 규제 완화 공약에 맞춰 규제 기조를 조정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면서도 금감원은 상환능력 위주 여신심사를 정착시키겠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상환능력 위주 여신심사의 핵심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에 따른 대출 한도 제한이다. 다만 DSR 규제 조정 방안에 대해서는 따로 언급하지 않았다. 윤 당선인의 주택담보대출비율(LTV) 규제 완화 공약 효과가 전 계층에 두루 나타나려면 개인별 DSR 규제 완화가 따라야 한다. 이 때문에 DSR 규제 조정 가능성에 금융권과 소비자들이 주목하고 있다.
지난해 금융당국의 강력한 가계대출 억제 방침에 따라 대출 창구를 틀어막았던 시중은행들이 이제 반대로 빗장을 빠르게 풀고 있다. 주요 시중은행에서 '잔금일 이내, 전세금 증액분만' 등의 전세자금대출 규제가 최근 사라진 데 이어 5000만원으로 떨어졌던 마이너스 통장 한도와 1억~1억5000만원에 묶여 있던 직장인 신용대출 한도도 속속 작년 규제 이전 수준으로 복귀하고 있다. 지난해 당국의 '구두 지도' 등에 따라 도입된 각종 대출 규제 가운데 '연봉 이내 신용대출' 정도만 남는 셈이다.
[김혜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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