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 고신용자 금리 인상
신용점수 900점대 1~2등급 대상
대출이자 1%포인트 넘게 올려
기존 대출자는 연장 때 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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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심나영 기자] 서울에서 대기업에 다니는 이영재씨(가명,45)는 카카오뱅크 마이너스 통장 사용을 연장하려고 신청했다가 깜짝 놀랐다. 1년전만 해도 한도 5000만원에 금리가 연 3.18%였는데, 지난주 휴대폰에 새로 찍힌 금리는 5.11%였다. 그는 "1년 사이 연봉도 오르고 다른 곳에서 대출을 추가로 받은 것도 아닌데다 신용점수 970점까지 그대로인데, 신용대출 금리가 2%포인트나 올랐다"며 "이 돈 빌려서 굴렸다간 이자도 못낼 것 같아서 마통을 해지했다"고 말했다. 같은 회사에 다니는 김미나씨(가명,38)도 "카뱅에서 1억짜리 마통을 개설했다가 지난 1월 연장할 때 금리가 2.9%에서 4.9%로 올랐다고 통보를 받았다"며 "문의를 해봐도 ‘내부 정책상 조정됐다’는 답변만 돌아왔다"고 전했다.
신용점수 900점대도 신용대출 금리 4.06%
고신용자들도 신용대출을 받을 때 연 4~5%에 달하는 이자를 부담해야하는 고금리 시대가 열렸다. 인터넷은행 뿐 아니라 시중은행들도 금리를 일제히 올렸다. 29일 은행연합회가 공시하는 17개 은행의 2월 고신용자 신용대출 금리(신규취급액 기준)는 평균 4.06%였다. 1년전 3.06%에 비해 1%포인트 올랐다. 은행마다 등급을 매기는 기준은 다르지만 통상 NICE와 KCB에서 매기는 신용점수 900점 전후 고객들을 고신용자인 1~2등급으로 분류된다.
5대은행만 놓고 보면 우리은행(4.08%)과 신한은행(4.00%)이 가장 높은 편이고 KB국민은행(3.81%), NH농협은행(3.75%), 하나은행(3.52%)가 뒤를 이었다. 지난해 1월 5대 은행의 평균금리가 2.6% 였던 것과 비교하면 상승폭이 1%포인트를 훌쩍 넘었다.
인터넷은행들만 살펴보면 1~2등급 적용금리를 1월엔 케이뱅크 4.50%, 토스뱅크 4.19%까지 올렸다가 2월엔 각각 3.93%, 3.94%로 소폭 조정한 상황이다. 카카오뱅크는 작년 11월부터 고신용자들에겐 신규대출을 중단해 따로 공시하지 않았다. 다만 기존에 신용대출을 받았던 1~2등급 대출자들이 연장을 신청할 때 금리를 올리는 것으로 보인다.
돈 빌릴 엄두 안나 고객도 비상…가계대출 잔액 줄어 은행도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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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다 보니 직장인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올린 것만 보면 작년 1월부터 지금까지 총 세 번, 0.75%포인트 정도 올렸는데 은행들 대출금리는 두 배 이상 뛰었다. 요즘엔 월급 받으면 대출부터 갚는 중", "주식과 코인의 불확실성이 워낙 커서 투자가 꺼려지기도 하지만 금리가 너무 올라서 돈 빌릴 엄두도 안 난다"는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은행들도 금리 상승이 마냥 반갑지만은 않다. 올해 들어 3개월 연속 5대 은행 가계대출 잔액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대출이 늘어나야 은행들도 주요 수익 기반인 예대마진을 얻을 수 있다. 지금처럼 고금리 탓에 대출이 뒷걸음질치는 상황이 계속되면 이익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시중은행들이 최근 신용대출과 마이너스 통장 한도를 1억~2억원까지 일제히 늘리고 있는 것도 신용대출 증가 목표치에 실적이 한참 못 미쳐서 나온 비상책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이미 젊은층들의 신용대출 수요는 작년에 거의 소진된데다 금리가 워낙 올라 작년 같은 대출붐이 일어나긴 힘들 것"이라며 "무엇보다 부동산 정책과 주택시장이 얼마나 활성화 될지에 따라 은행 대출 실적이 결정될 것으로 보여, 요즘 은행들은 부동산 정책만 쳐다보고 있다"고 말했다.
심나영 기자 sn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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