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재 시장 등 세계경제 영향 고려해 제재 대상 결정"
터키서 포착된 '러시아 재벌' 아브라모비치의 호화요트 |
(서울=연합뉴스) 김윤구 기자 = 러시아 최고 부자 20명 가운데 절반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서방의 제재를 받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 이들이 제재를 피한 배경에 시선이 쏠린다.
30일 블룸버그통신이 러시아 부호 상위 20명을 자체 분석한 결과 이 중 제재의 타격을 입은 이들의 재산 합계가 전쟁 전 기준으로 최소 2천억달러(약 242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 20명 중 영국은 10명을, 유럽연합(EU)은 9명을 각각 제재했다. 반면 미국이 제재한 부자는 4명에 그쳤다. 이 가운데 중복을 제외하면 10명이 서방의 제재를 받았다.
자산 상위 5명 가운데 블라디미르 포타닌 등 4명이 제재를 피했다. 러시아 최고 부자로 니켈·팔라듐 생산업체 노르니켈의 회장인 포타닌의 자산은 서방 제재 전 자료 기준으로 300억달러(약 36조3천억원)에 이른다.
최대 민간 가스업체 노바텍 최고경영자(CEO)인 레오니드 미켈손(러시아 부자 순위 2위)과 철강 재벌 블라디미르 리신(4위), 석유기업 루크오일의 바기트 알렉페로프 회장(5위)도 제재를 받지 않았다.
제재 대상자 가운데 최고 부자는 러시아 4대 철강업체 세베르스탈의 대주주인 알렉세이 모르다쇼프(3위)다. 그의 자산은 EU와 영국에 의해 동결됐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첼시 구단주였던 로만 아브라모비치 역시 EU와 영국의 제재 명단에 포함됐다. 아브라모비치의 자산은 제재 전 기준 164억달러(약 19조8천억원)로 10위다.
러시아 추가 제재 조치 숙의하는 EU 정상들 |
전문가들은 최고 부자 가운데 상당수가 제재 명단에서 빠진 것은 이들이 세계 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에너지·금속·비료 기업을 소유하고 있는 것과 부분적으로 관련 있다고 말했다.
제재 명단에서 제외된 러시아 부호의 다수는 서방에 원자재를 공급하는 주요 업체들의 지분을 많이 보유하고 있다.
미국은 2018년 러시아 억만장자 올레그 데리파스카를 제재했던 경험에서 교훈을 얻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중국 기업들을 제외하고 세계 최대 알루미늄기업인 루살인터내셔널을 창업한 데리파스카가 제재 대상에 오르자 세계 알루미늄 가격은 급등했다.
미국 재무부의 제재 부문 책임자였던 존 스미스는 "제재의 주목적은 우리보다 제재 대상에 더 큰 타격을 주는 것"이라면서 "천연가스를 놓고 보면 유럽은 여전히 러시아가 필요하다. 미국과 동맹국은 러시아의 어떤 제품이 미국과 제3국에 거의 필수적인지를 살펴 영향을 피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일부 올리가르히(러시아 신흥재벌)는 제재할 이유가 있고 다른 일부는 제재를 유보할 이유가 있다"며 "그들이 크렘린궁의 의사 결정과 가까워 보이지 않거나 아니면 당장 제재하기는 너무 어려울 수 있다"고 덧붙였다.
y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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