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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8 (목)

이슈 세계 속 한류

[시론] 한류 열풍 이을 다양한 한국어 교재 나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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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강승혜 연세대 교육대학원 교수


외국 청소년이 K팝을 따라 부르고, K드라마의 한국어 대사를 외우는 한류 열풍은 한국어 공부 열기로 이어진다. 이런 흐름을 가속하기 위해 교육부는 해외 초·중등학교에서 한국어를 정규과목으로 채택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한국어 교원을 파견하고 현지에서 교원을 양성하는 구축사업도 추진해왔다.

이런 노력은 결실을 보고 있다. ‘외국어로서 한국어’를 정규교과 또는 방과 후 수업으로 운영하는 해외 초·중등학교는 2017년 27개국 1423개교였는데 지난해에는 44개국 1820개교로 증가했다. 한국어를 배우는 초·중등학생은 2017년 12만 명에서 지난해 말 17만 명으로 약 5만 명이 늘었다.



제1, 2외국어 선택하는 국가 늘어

맞춤교재 개발해 ‘지한파’도 육성

지난해에만 캄보디아·헝가리·요르단 등 5개국이 한국어를 정규 과목에 올렸다. 베트남은 2020년에 한국어를 제2외국어로 채택했는데 다시 1년 만에 한국어를 제1외국어로 격상했다. 이외에도 러시아·인도·스리랑카 등이 한국어를 제2외국어로 선택했다. 이렇게 세계 각국에서 한국어 교육 수요가 증가하자 현지에서는 체계적인 한국어 교육에 대한 요구, 표준화된 한국어 교육과정 개발, 수업에 활용할 수 있는 교재 제작 및 보급을 요청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교육부는 ‘유럽공통참조기준’(CEFR)을 활용해 지난해 초 ‘해외 초중등학교 한국어 교육과정’을 개발했다. 이를 토대로 국제한국어재단과 손잡고 국제적 통용성을 확보한 한국어교재 집필에 들어갔다. 한국어 교재는 4년에 걸쳐 제작될 예정이다.

‘해외 초·중등 한국어 교육과정’에 따른 기본 교재, 학습을 지원하는 보조교재, 국가별 특성에 따라 현지화하거나 현지 교육과정을 반영한 맞춤형 교재가 큰 틀이다. 학생 수준에 따른 단계별 교재와 디지털 교재도 만든다. 올해 개발이 완료된 교재는 각국 수요 조사를 거쳐 현지 초·중등학교에 배송될 예정이다.

1985년 이후 줄곧 한국어 교육 현장에서 활동해온 필자는 이 책을 사용하게 될 현장의 학습자들을 생각하며 집필 작업에 참여하고 있다. 교재가 곧 해외 초·중등학교 수업에 활용될 것이라 생각하니 마음이 설렌다.

이번 해외 초·중등학교 한국어 교재 개발은 세 가지 점에서 의의가 있다. 첫째, 한국어 교육 전문가 140여 명이 교재 개발 및 검토에 참여했다는 점이다. 국내에서 한국어 교육에 몸담은 전문가들이 한마음으로 힘을 합쳐 교재를 개발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놀라운 일이다. 완성도 높은 교재가 나올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한다.

둘째, 한국어 교재를 활용하는 주체가 주로 해외 초·중등학생이라는 점을 고려해 그들의 눈높이에 맞춘 디지털 콘텐트, QR코드, 연령대에 맞는 삽화 등을 넣었다. 본 교재 외에 문화 보조교재와 BTS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한류 교재’를 개발했다. 한국어 학습 열망에 큰 몫을 한 한류 문화와 아이돌 스타가 함께하는 교육은 학습자의 흥미를 유발하고 학습 동기를 제공할 것이다.

셋째, 교재 집필 원리에 큰 변화가 생겼다. 어휘·문법 중심, 말하기·듣기·읽기·쓰기 등 기존 언어 기능 중심에서 벗어났다. ‘유럽공통참조기준’에서 의사소통 언어활동의 하위 영역인 수용·산출·상호작용·매개 등 실생활 구성으로 새로운 접근을 시도했다.

새로 개발된 해외 초·중등학교 한국어 교재는 해외 현지 학생들이 한국어를 체계적으로 학습해 한국어에 대한 흥미를 유지하고 성인이 된 뒤에도 한국어를 꾸준히 학습할 수 있는 튼튼한 토대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한국어 교육 수요가 있는 국가에서 한국어를 제2외국어로 채택할 가능성을 높이는 데도 일조할 것이다. 중장기적으로는 초·중등학교에서 한국어를 배운 현지 학생들이 한국의 대학으로 유학을 오게 되고, 더 나아가 ‘지한파’가 많이 늘어나길 기대한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강승혜 연세대 교육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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