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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1 (토)

이슈 [연재] 아시아경제 '과학을읽다'

코로나19 경고했다 살해·폭행당하는 과학자들[과학을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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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대중매체에 노출된 과학자들. 사진출처=네이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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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전세계적으로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확산) 와중에 언론에 노출된 보건 의료 등 관련 전문가들이 익명의 대중들로부터 온라인은 물론 현실에서도 공격을 받는 일이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5일 과학 전문 저널 사이언스는 최근 코로나19 관련 논문을 쓴 적이 있는 510명의 과학자들을 상대로 설문 조사를 실시한 결과 이중 38%가 최소한 1회의 모독 또는 살해 위협 등을 폭력을 당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고 보도했다. 위협 수단은 소셜미디어, 이메일 또는 전화, 직접 대면 등 다양했다. 종류 별로는(이하 중복 응답) 개인적 모욕이 118명으로 가장 많았고, 전문 능력에 대한 공격 95명, 부정ㆍ부패 혐의 제기 74명, 많은 사람들의 과도한 연락 72명, 죽거나 다치기를 바란다는 말을 들은 이가 32명 등이었다. 살해 협박 또는 물리적 폭력 위협 14명, 집 또는 회사 앞에서의 시위 10명 등의 사례도 있었다. 그러나 대응은 약했다. 피해를 당한 과학자들 중 소속 연구기관ㆍ학교 등에서 법적인 도움을 받았다고 답한 사람은 7%에 불과했다. 기술적(8%), 안전 보장(5%), 정신 건강 상담(6%) 등을 지원받은 사람도 극히 일부였다.

실제 독일 에라스무스대 의학센터에서 근무하는 바이러스 학자 매리언 쿠프만 박사는 지난해 가족과 함께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박물관을 방문했다가 그녀가 코로나19 전문가라는 것을 알아 챈 성난 군중들에게 곤경을 당했다. 쿠프만 박사는 "군중들이 소리 지르고 두드리는 바람에 보안 요원이 문을 잠갔다"고 호소했다. 쿠프만 박사는 2020년 이후 지속적으로 "팬데믹은 사기",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인위적으로 만들어졌다", "코로나19 백신은 위험하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로부터 심지어 살해 등 수많은 위협을 당했다. 요즘은 경찰의 호위 없이는 대중들 앞에 나서지 않게 됐다. 그는 "혼자서 거리에 나갈 수가 없게 됐다"면서 "가족들도 나와 함께 거리를 걷는 것이 편하지 않게 됐고, 여행을 떠나는 것에 대해서도 걱정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다른 사례도 많다. 영국 정부의 수석 의료 고문인 크리스 위티는 런던 공원에서 두 명의 남자에 의해 위협을 당한 적이 있다. 질병생태학자 피터 다작도 탄저균과 닮은 흰색 가루가 담겨져 있는 봉투를 전달받기도 했다. 벨기에의 한 바이러스학자는 전직 군인으로부터 위협 편지를 받은 후 가족의 안전을 위해 이사를 가기도 했다.

이와 관련 스위스 제네바 소재 비영리기구 '인시큐리티 인사이트'는 최근 517건의 코로나19 관련 물리적 폭력 사례를 보고한 적이 있다. 10명의 의료 인력이 살해 당했으며, 24건의 납치, 89건의 상해도 발생했다. '아메리칸 저널 오브 퍼블릭 헬스'에는 이달 초 미국의 지역 보건 당국 중 57%에서 괴롭힘 사건이 발생했으며, 이로 인해 80명의 공무원들이 사표를 냈다는 연구 결과가 게재되기도 했다.

특히 신문ㆍ방송 등 미디어에 출연해 코로나19에 대해 언급한 후 피해를 당하는 경우가 많았다. 국제 학술지 '네이처'는 지난해 10월 대중매체에서 코로나19와 관련해 논평한 과학자들 321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15%가 살해 위협을 당했다고 답하는 등 대다수가 심각한 신변 위협을 느끼고 있었다는 연구 결과를 실었다. 응답자의 81%가 개인적 공격이나 괴롭힘을 당한 경험이 있으며, 70%는 최소 1회 이상의 물리적 위협이나 정서적 스트레스 등의 부정적 영향을 받았다고 답했다.

이에 대해 케빈 맥콘웨이 영국 오픈대 교수는 "(대중에 노출된 과학자들에 대한 폭력은)과학자들이 그들의 연구 결과를 공개하는 것을 꺼리게 만들며, 이는 과학과 공공의 이익에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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