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인터넷전문은행 5년, 금융을 바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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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전문은행 출범 5년 만에 국내 '리테일 뱅킹'(소매금융·가계대출) 시장의 모바일화와 비대면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인터넷은행 3곳이 개인신용대출 중심에서 주택담보대출과 개인사업자 대출까지 영역을 급속히 확장하면서 금융판이 바뀌고 있다. 인터넷은행의 공격적인 가격(금리)·서비스 혁신 경쟁이 금융 소비자 편의성과 편익 개선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반면 고신용자에 집중하는 등 기존 은행을 답습하고 있고 인터넷은행 접근이 어려운 고령층 등 디지털 소외계층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6일 은행권에 따르면, 카카오뱅크의 대출(여신) 잔액은 출범 첫 해인 2017년 말 4조6218억원에서 지난해 말 25조8614억원으로 4년 만에 5.6배 불었다. 2017년 4월3일 출범한 국내 첫 인터넷은행 케이뱅크의 대출 자산도 같은 기간 8200억원에서 7조900억원으로 8.6배 커졌다. 출범 후 은산분리 규제에 따른 케이뱅크의 증자 지연과 지난해 금융당국의 강도높은 가계대출 규제로 인터넷은행 영업 환경이 여의치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의미 있는 성장세다.
올해 들어서도 인터넷은행의 성장성이 도드라진다. 카카오뱅크, 케이뱅크, 토스뱅크의 지난 1분기 가계대출 합산 잔액은 36조1439억원으로 전년 말(33조4829억원)보다 7.9% 늘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어진 대출 규제와 대출금리 상승에 1~3월 5대 시중은행(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은행) 가계대출 잔액이 약 6조원 줄어든 것과 또렷이 대비된다. 특히 지난해 10월 출범 직후 9일 만에 대출 영업을 중단했던 토스뱅크 여신은 지난해말 5315억원에서 지난 3월 말 2조3688억원으로 3개월 만에 4.5배 성장했다.
인터넷은행의 약진은 비대면·모바일 플랫폼의 편의성과 상대적으로 싸고 후한 수수료·금리, 서비스 혁신 덕에 젊은 세대 중심의 이용 고객이 빠르게 유입되고 있어서다. 카카오뱅크 앱 가입자는 1827만명, 케이뱅크는 750만명에 달한다. 토스뱅크도 235만명의 가입자를 확보했고, 토스 앱 MAU(월간활성이용자)는 약 1400만으로 성장했다.
대출 포트폴리오도 신용대출과 전월세대출에 이어 주담대, 가계대출 성격의 기업대출인 개인사업자(자영업자) 대출까지 확대되고 있다. 리테일 분야에서 인터넷은행이 몰고 온 모바일·비대면화가 가속화하고 있는 셈이다. 지난 2월 챗봇 대화형 인터페이스를 적용한 모바일 주담대를 선보인 카카오뱅크는 약 한 달만에 1000억원 넘게 팔았다. 전날부턴 대출 대상을 KB 부동산 시세 9억 원 이상으로 확대해 대출 한도를 6억3000만원에서 10억원으로 올렸다.
토스뱅크도 지난 2월 인터넷은행 최초의 개인사업자 대상 '사장님 대출'을 출시해 한 달 반인 지난달 말 대출 잔액 2000억원을 돌파했다. 케이뱅크는 오는 18일 개인사업자 대출을 출시하고 카카오뱅크도 올 하반기 소호(SOHO) 대출을 선보인다.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 산업이 투자업무(IB)와 대기업 중심의 대형 시중은행과 모바일 리테일 중심의 인터넷은행으로 재편되는 변화를 예상해 볼 수 있다"고 했다.
인터넷은행의 혁신이 몰고 온 가격·서비스 경쟁 활성화는 금융소비자 편익 증대로도 나타나고 있다. 인터넷은행 관계자는 "오프라인 점포 비용과 인건비가 적어 대출금리를 상대적으로 낮게 책정하거나 예금금리를 높게 가져갈 여력이 있다"며 "각종 수수료 감면과 중도상환료 면제, 금리인하요구권 확대로 소비자 편의와 편익이 동시에 개선되고 있다"고 자평했다.
과제도 없지 않다. 인터넷은행 3사 모두 지난해 설립 취지인 중저신용자 대출(중금리 대출) 비중 목표에 미달했다. 중금리 대출 확대로 고신용자 대출이 줄면서 자산 건전성 부담도 안고 있다. 인터넷은행들은 중금리 대출 확대 필요성엔 공감하면서도 목표 비율을 설정하기보단 '공급액' 기준 목표로 정책 전환이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오상헌 기자 bborira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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