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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8 (월)

'신의 직장' 은행문 박차고 카뱅·케뱅·토뱅 가는 MZ 은행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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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양성희 기자] [편집자주] 국내에 인터넷전문은행이 설립된 지 꼭 5년이다. '기대반 우려반'으로 출범했지만 성공적으로 안착했다는 평가다. 우려가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았지만 인터넷은행의 등장으로 금융 일상의 시공간 제약이 사라지고, 금융산업의 비대면화가 가속화하고 있다. 다섯 살이 된 인터넷은행의 혁신 시도가 바꾸고 있는 금융시장의 변화상을 들여다본다

[MT리포트-인터넷전문은행 5년, 금융을 바꾸다]

머니투데이

카카오뱅크 임직원수 추이/그래픽=이지혜 디자인기자




"카카오뱅크 경력 합격자 연락 왔나요?"

인터넷전문은행이 대규모 채용 문을 열 때마다 은행원들이 모인 앱(애플리케이션)이 들썩인다. 문의글 작성자는 모두 내로라하는 대형 시중은행 직원이다. MZ세대(1980년대 초반~2000년대 초반 출생) 은행원은 '신의 직장'으로 통했던 대형은행을 스스로 나와 인터넷전문은행으로 '대이동' 중이다.

6일 머니투데이가 대형은행에서 카카오뱅크, 케이뱅크, 토스뱅크 3곳의 인터넷전문은행으로 이직한 은행원 5명을 인터뷰한 내용을 종합하면 이들은 사내 분위기, 조직문화, 업무방식 등 면에서 만족감을 드러냈다. 연봉, 복지 면에서도 후회 없는 선택이라고 했다.

실제 지난해 은행원 연봉을 보면 카카오뱅크가 은행권 최고 수준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 카뱅 임직원 평균보수는 1억5300만원으로 고연봉 은행으로 손꼽히는 한국씨티은행(1억2000만원), KB국민은행(1억1000만원)을 앞질렀다.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 영향이 더해진 결과다.

특히 개발자 등 디지털 인력의 연봉 만족도가 높았다. 지난해 카뱅으로 이직한 개발자 A씨는 "시중은행에서는 연공서열에 따라 호봉의 한계를 넘어서기에 한계가 있었는데 현 직장에서는 연차, 경력에 상관 없이 올해의 성과, 수행한 프로젝트 자체로 평가받기 때문에 연봉 만족도가 훨씬 높다"고 말했다.

이직을 결심한 이유로는 경직된 분위기, 안정을 추구하는 문화 등을 들었다. 2018년 카뱅으로 적을 옮긴 B씨는 "안정적이어서 새로운 도전이 어려웠다"며 "누군가가 장점으로 말하는 '안정'이 나를 떠나게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은행 선배들, 팀장, 부장이 '은행이 몇 년 안에 카뱅 혁신을 금방 따라잡을 것'이라며 만류했지만 그 '몇 년'은 아직 도래하지 않은 것 같다"고 했다.

시중은행에서 토스뱅크로 이직한 C씨는 "출시하는 상품, 서비스가 은행마다 비슷해서 뭘 내놓아도 후발주자라고 느낄 때가 많았다"며 "지금은 완전히 새로운 상품과 서비스를 만들고 있어 갈증이 해소됐다"고 했다.

조직문화, 분위기 면에서도 기존 은행과 인터넷전문은행 사이 큰 차이를 보였다. 기존 은행도 보수적인 문화를 벗어나 유연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복장과 호칭을 자율화하는 등 애쓰고 있지만 단번에 바뀌기 어려워서다. 인터넷전문은행에서는 반바지 차림의 직원을 마주하는 일이 예사다. 카뱅은 서로를 영어 이름으로 부르고 케이뱅크과 토스뱅크는 '님'으로 호칭한다.

지난해 카뱅에 경력으로 입사한 D씨는 "자유로운 복장으로 출근하라기에 고심해서 셔츠와 면바지, 단화를 샀는데 출근 첫날 만난 청바지, 운동화, 모자 차림의 직원들을 보고 괜한 쇼핑을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호칭과 관련해서는 "감히 '팀장님'의 이름을 부를 수 없어 한동안 호칭을 하지 못하고 머뭇거리며 대화를 시작하곤 했다"고 했다.

이직 후 업무 면에서도 만족감을 표했다. 지난해 케이뱅크로 이직한 E씨는 "과거에는 일을 하면서도 조직생활이 먼저였는데 지금은 업무 그 자체가 가장 중요해졌다"며 "그러다보니 업무가 훨씬 효율적으로 진행된다"고 말했다.

인터넷전문은행은 출범 후 지금까지 대규모 경력직 채용을 통해 시중은행 인력을 끌어들였다. 특히 카카오뱅크는 거듭된 세 자리 수 공개채용으로 몸집을 불렸다. 2017년 7월 출범 당시 300명에 불과했던 직원은 지난달 말 기준 1172명으로 4배 가까이 늘었다. 은행권 관계자는 "기존 은행은 점포 수와 함께 인력도 줄이는 반면, 인터넷전문은행은 새로운 서비스가 많은 만큼 인력이 계속해서 필요한 상황"이라고 했다.

양성희 기자 ya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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