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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8 (월)

"대출 받은후 없던일로" 청약철회 20배 급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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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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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김 모씨는 지난해 말 주택 구입을 위해 주택담보대출과 함께 A 인터넷은행에서 연 4.6% 금리로 5000만원 규모 신용대출을 받았다. 하지만 김씨는 A 은행에서 대출을 받은 직후 B 시중은행에서 연 3% 후반대 금리로 신용대출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에 김씨는 A 은행에 대출 청약철회권을 사용해 대출을 취소한 뒤 B 은행에서 더 저렴한 금리로 대출을 받을 수 있었다.

지난해 3월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 시행과 함께 소비자들이 대출 또는 투자 상품에 가입한 뒤 철회할 수 있는 권리가 강화되면서 이를 활용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특히 대출 청약철회권은 금소법 시행 전과 비교해 실행 건수가 20배 가까이 늘었다. 금융위원회는 청약철회권을 악용하는 사례에 대한 점검을 진행하고 있다.

6일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에서 대출 청약을 철회한 건수는 1만4911건으로 전년 동월(747건) 대비 약 20배 늘어났다. 올해 1월 기준 대출 철회액은 1968억원으로 전년 동기(133억원) 대비 15배 가까이 증가했다.

대출 청약철회권은 금융소비자가 대출을 받은 날부터 14일 이내 중도상환수수료 없이 대출을 철회할 수 있는 권리다. 소비자는 빌린 기간만큼 이자만 내고 대출금 반환이 가능하다. 신용정보에도 영향을 주지 않는다. 다만 은행과 고객이 공동으로 부담하는 인지세 등은 철회 시 고객이 모두 부담해야 한다.

대출 청약철회권은 금소법 시행 이전에도 소비자가 이용할 수 있었지만, 법률로 보장되지 않았고 철회 가능 액수에도 제한이 있어 이용 건수가 많지 않았다. 하지만 금소법에서 소비자들의 권리를 명시하고, 금액에 관계없이 14일 이내 대출을 철회할 수 있게 되면서 이용자가 늘고 있다.

특히 대출 청약철회권 사용 건수는 지난해 말부터 급증한 것으로 파악됐다. 5대 시중은행의 청약철회권 신청 건수는 지난해 10월께 3000건대에서 12월 9300건으로 크게 늘어났다. 금융권에서는 지난해 말부터 고객이 금융사 방문 없이 완전히 비대면으로 청약 철회가 가능해진 것이 이용자 증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말부터 예금담보대출과 신용대출 등에 대한 청약 철회가 비대면으로 완전히 이뤄지도록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설명했다.

금융회사와 고객의 계약도 취소할 수 있도록 기간을 부여한 것이 소비자 보호에 일조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 의원은 "금융소비자들이 상품에 가입한 뒤 충분히 숙고할 수 있는 기간을 부여하고, 계약을 취소할 수 있는 권리를 법률로 명시한 것은 소비자 관점에서 당연한 권리"라고 말했다.

반면 금융소비자들의 청약철회권 남용은 금융상품 가격을 높이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공모주 청약 등 단기간에 거액의 자금이 필요한 고객은 대출 청약철회권을 활용해 투자를 하는 사례도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올해 1월 유독 다른 달에 비해 청약철회권 이용자가 많았던 것은 LG에너지솔루션 공모주 청약 일정도 영향을 준 것으로 추정된다.

투자자들은 은행에서 대출을 받은 뒤 증거금을 납입하고, 청약 일정이 종료된 뒤 청약철회권을 사용하면 대출 기록 없이 거액의 자금을 이용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금융당국도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현황 파악에 나서고 있다. 한편 금소법에 신설된 펀드 등 투자성 상품에 대한 철회도 늘어나고 있다. 5대 시중은행에서 올해 2월 투자성 상품을 철회한 건수는 175건, 철회 금액은 207억원에 달한다.

[김유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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