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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8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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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팝스타는 스위스칼" 세계 명품이 BTS·블핑에 빠진 이유 [K팝 세계화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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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팝 스타는 ‘스위스 군용 칼(Swiss Army Knife)’입니다.”

중국의 럭셔리 전문 미디어 ‘징 데일리’를 창업한 에이버리 부커는 한국 대중음악(K-pop)을 이끄는 젊은 스타들을 이렇게 표현했다. 하나의 몸체에 수많은 연장이 들어있는 다용도 칼처럼 만능 엔터테이너라는 얘기다. K팝 스타들은 노래·춤·작곡·영화·TV쇼·모델 등 다방면에서 활약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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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인기를 얻고있는 한국 걸그룹 '블랙핑크'. [사진 인스타그램 공식계정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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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루할 틈 없이 다채로우면서도 하나하나가 매력적인 얼굴들. 마침내 콧대 높기로 유명한 럭셔리 브랜드들도 K팝 스타들을 앞다퉈 자신들의 얼굴, 즉 ‘글로벌 앰배서더((Ambassador·홍보대사)’로 삼고 있다.

명품의 앰배서더는 단순히 상품을 많이 팔기 위한 홍보 모델이 아니다. 브랜드의 역사와 정체성을 지키면서 그 위에 현대적인 감성을 입히는 역할을 한다. 불과 5년 전만해도 한국인 중 명품의 글로벌 앰배서더는 그룹 ‘빅뱅’의 지드래곤 정도였다. 하지만 2022년 현재 명품들의 글로벌 앰배서더로 활동 중인 한국 가수들은 크게 늘어났다. 업계에서 ‘서양 할리우드 스타에서 한국 대중 스타로’란 말이 나올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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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샤넬’의 지드래곤(빅뱅)과 제니(블랙핑크) ▶‘루이비통’의 BTS(방탄소년단) ▶‘프라다’의 찬열(엑소) ▶‘디올’의 지수(블랙핑크) ▶‘구찌’의 카이(엑소) ▶‘생로랑’과 ‘티파니앤코’의 로제(블랙핑크) ▶‘셀린느’와 ‘불가리’의 리사(블랙핑크) ▶‘지방시’의 에스파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이 세계 고급문화의 정점이라 할 수 있는 명품들의 패션쇼 ‘가장 앞줄(Front Row)’에 앉게 된 이유는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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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블랙핑크의 로제가 지난해 9월 뉴욕에서 열린 '멧 갈라'에서 생로랑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안토니 바카렐로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생로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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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파워’, 현실로 이어지다



어느 시대의 거대한 조류가 있다면 K팝 스타들은 그 물결을 가장 영리하게 탄 선수들이다. 디지털 컨설팅업체 케피오스(Kepios)에 따르면 지난 1월 기준으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이용자는 46억2000만명으로 세계 인구의 58.4%에 달한다.

스마트폰과 인터넷 사용은 일상이 됐고, 세계 각지의 사람들은 인스타그램·유튜브·페이스북·트위터·틱톡 등으로 실시간 거의 모든 분야를 공유한다. 특히 디지털에 익숙한 1020 Z세대의 부상과 비대면 활동을 가속화한 팬데믹 시기가 맞물리면서 SNS 계정의 ‘팔로어수’, 게시물의 ‘조회수’는 인기와 영향력을 나타내는 지표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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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소셜미디어 분석 선두업체 '넷베이스 퀴드'가 발표한 3월 'NEW MUSIC' 관련 '가장 많이 언급된 뮤지션' 10명 명단. 한국 K팝 스타가 1.2.4.6위를 차지했다. 10위 'SB19'도 한국과 필리핀이 합작한 아이돌 보이그룹이다. [사진 넷베이스 퀴드 트위터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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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팝 스타들은 디지털 세상을 장악했다. 최근 미국의 소셜미디어 분석업체 넷베이스퀴드가 지난 3월 ‘SNS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아티스트 톱10’을 발표했는데, 1~2위인 BTS의 진과 뷔를 포함해 10명 중 4명이 K팝 스타였다.

BTS의 인스타그램 공식 계정 팔로어는 6일 기준 약 6190만명으로 세계 음악그룹 중 1위다. BTS는 10·20대 사이에서 큰 인기인 틱톡과 트위터에서도 음악그룹 최다 팔로어를 보유했다. 걸그룹 블랙핑크 멤버들은 리사(약 7600만명)을 필두로 제니·지수·로제 모두 한국 인구수(약 5182만명)를 훌쩍 넘어선 6000만명 안팎의 팔로어를 거느리고 있다.



“비즈니스 효과 최고”



스위스의 럭셔리 보석·시계 브랜드 ‘피아제’의 매튜 푸정 아시아퍼시픽 지사장은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K팝 스타들은 아시아뿐 아니라 전 세계가 주목하는 대상”이라며 “SNS는 물론 넷플릭스 같은 글로벌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등을 통해 음악·예능·드라마 등 세계 문화 전반에 걸쳐 뚜렷한 영향력을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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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여름 루이비통이 글로벌 엠버서더 BTS와 2021 FW 온라인 패션쇼를 개최한다고 SNS에 소개한 모습.[사진 루이비통 트위터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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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지난해 루이비통이 BTS를 글로벌 앰배서더로 발탁했다는 소식을 인스타그램에 올리자 해당 게시물은 몇 시간 만에 50만 조회수를 돌파했다. 빅데이터 분석업체 런치메트릭스에 따르면 BTS가 등장한 루이비통의 2021년 가을·겨울 남성 패션쇼 게시물은 미디어 영향력면에서 43만6000달러(약 5억3400만원)를 창출했다.

최정상급 럭셔리 브랜드의 한국 사장은 “명품들이 K팝 스타들을 찾는 이유는 명백하다. ‘비즈니스’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라며 “명품 시장의 양대 축인 북미와 중국에서 영향력이 엄청난 만큼 세계 톱 5대 브랜드 전부가 K팝 스타들을 탐내고 있다고 보면 된다”고 단언했다.



그들이 입으면 “글래머러스(매력적)!”



디지털 파워와 경제적 효과를 뒷받침하는 건 K팝 스타들의 콘텐트 경쟁력이다. 멋지고 아름답고 매력적이라는 얘기다.

“요즘 패션은 너무 판타지가 부족해요. 청바지나 운동복처럼 편한 차림도 좋지만 패션에는 꿈과 환상, 저절로 감탄이 나오는 매력(glamorous)이 있어야 하는데 말이에요.”

드라마 ‘섹스앤더시티’와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최근 넷플릭스 드라마 ‘에밀리, 파리에 가다’ 등에서 의상을 담당한 스타일리스트 패트리샤 필드는 최근 지인에게 안타까움을 털어놨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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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HBO의 인기드라마 '섹스앤더시티'의 한 장면. [사진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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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의 눈에 K팝 스타들은 바로 이런 ‘패션 본연의 매력’이 있다고 평가받는다.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저렇게 되고 싶다’는 동경을 일으킨다는 얘기다. 말 그대로 ‘아이돌’이다.

프랑스 문화기업으로 럭셔리 브랜드들과 수시로 교류하며 협업하는 ‘애술린’의 한영아 한국대표는 “K팝 스타들은 날씬한 몸매와 작은 얼굴, 패션 센스로 사진 잘 받기(포토제닉)로 유명하다. 외모 면에서도 어떤 서양 스타들에도 뒤지지 않는다”며 “자칫 늘어질 수 있는 길거리 패션(스트리트 패션)까지도 스타일리시하게 소화해 낸다”고 평가했다.



‘명품 인간’ 이미지에 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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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에밀리, 파리에 가다' 시즌2에서 주인공 에밀리의 친구 민디가 BTS의 '다이너마이트'를 부르는 장면. [사진 유튜브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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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로운 건 K팝 스타들의 이미지가 최근 Z세대들의 지향점과 닿아있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게 ‘나’를 소중히 여기며 세상의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내려는 밝은 에너지다. 일례로 K팝 스타들의 음악과 가사는 선정적이고 욕설까지 섞인 경우가 많은 외국 젊은 가수들에 비해 도덕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BTS만 봐도 ‘내가 거울을 들여다볼 때…난 슈퍼스타처럼 빛나니까’ ‘난 오늘밤 별들 속에 있으니…인생은 꿀처럼 달콤해. 그래 한번 가볼까’ 등 밝고 희망적인 가사가 많다.

젊은 세대가 선호하는 ‘젠더리스(Genderless·중성적)’의 가치 역시 K팝 스타들만큼 자연스럽게 드러내는 유명인이 드물다는 평가다. 젠더리스 패션은 남녀 성별에 따른 고정관념에 매이지 않고 취향에 맞게 자신을 드러내는 게 특징이다.

재러드 왓슨 뉴욕대 스턴 비즈니스스쿨 조교수는 “소비자들은 K팝 스타들을 수준 높은 개성과 품격을 지닌 개인으로 여기는데, 이 점이 명품들이 전하고 싶어하는 메시지”라고 분석했다.



한복·비녀·갓…‘전통문화’도 뜬다



패션업계에선 K팝 스타들의 영향력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파리·뉴욕·런던 등 트렌드의 중심지에서 한국의 대중문화를 넘어 ‘전통문화’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게 의미심장한 근거다. 일례로 지난해 연말 뉴욕 타임스퀘어 브로드웨이 전광판엔 걸그룹 ‘브레이브걸스’의 한복 디지털 패션쇼 영상이 걸려 큰 호응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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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킹덤'의 한 장면. 이 작품을 통해 한복과 갓 등 전통의복의 아름다움이 세계에 널리 알려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사진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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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셸 오바마와 이방카 트럼프 등 미국 최상류층의 스타일리스트로 유명한 디자이너 캐롤리나 헤레라의 경우 한국 비녀와 갓, 명주 등의 열렬한 팬이고, 뉴욕 포시즌스 등 최고급 호텔의 셰프들 사이에선 김치와 장류, 사찰음식 등이 인기 요리로 떠올랐다.

한영아 대표는 “K팝 스타들은 빌보드 1위를 하는 순간부터 이미 ‘글로벌 스탠다드’에 올라섰다”고 말했다. 그는 “세계적 명품과 디자이너들이 어떤 나라의 ‘전통’에서 영감을 받는다는 건 앞으로 그 나라의 문화가 세계 시장에 깊이 뿌리를 내릴 수 있다는 것”이라며 “지금은 전성기 직전이고 K팝 스타를 중심으로 K컬처의 영향력은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소아 기자 ls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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