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4 (일)

이슈 세계 속 한류

K팝서 진화한 日아이돌 "온 가족이 BTS팬, 내 꿈 밀어줬다" [K팝 세계화 리포트]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중앙일보

프로듀서 101 일본판 시즌 1을 통해 결성된 JO1 츠루보 시온 [사진 라포네 엔터테인먼트]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K팝 산업 최신 전략은 ‘현지화 아이돌’이다. 한국 기획사가 제작하되, 멤버와 핵심 활동 지역을 한국 밖에 두는 형태다. JYP엔터테인먼트와 소니 뮤직과 합작한 9인조 걸그룹 니쥬(NiziU), CJ ENM이 요시모토흥업과 손잡고 제작한 11인조 보이그룹 JO1, INI 등이 대표적이다. 전원 일본인 멤버로 구성돼 일본에서 활동하지만, 기획과 제작, 트레이닝, 유통에 모두 K팝 재원과 밸류체인(가치사슬)이 동원된다. 한국인 멤버를 주축으로 다국적 멤버를 더하는 3세대 아이돌 모델에서 한 단계 더 진화했다는 의미에서 이들을 ‘4세대 아이돌’로 분류하기도 한다.

중앙일보

I프로듀서 101 일본판 시즌2를 통해 결성된 NI 타지마 쇼고 [사진 라포네엔터테인먼트]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렇게 한일 합작 형태로 데뷔해 활동 중인 아이돌은 어떤 정체성을 갖고 있을까.중앙일보가 JO1 메인 래퍼 겸 리드 댄서 츠루보 시온(22)과 INI의 메인 래퍼 겸 리드 댄서 타지마 쇼고(24)를 줌으로 만나 물었다. Mnet 오디션프로그램 ‘프로듀서 101(이하 프듀)’의 일본판 시즌 1을 통해 2020년 3월 데뷔한 JO1은 발매 싱글 5장이 모두 오리콘과 빌보드JP 1위에 올랐고 모든 앨범의 첫 주 판매가 20만장 이상을 기록했다. 발매앨범은 지난해 총 120만장이 팔렸다. 일본에서 인기 의 척도가 되는 유료 팬클럽 회원도 15만명에 달한다. 역시 프듀 시즌 2를 거쳐 지난해 11월 3일 데뷔한 INI는 첫 싱글이 50만장 이상 팔리는 기염을 토하면서 ‘실력파 신예’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유창한 한국어, 온 가족이 K팝 팬



이들이 K팝에 관심을 둔 이유는 어찌 보면 단순하다. 이들 청소년기에 일본에서 가장 유행한 장르이기 때문이다. 츠루보의 경우 “온 가족이 방탄소년단(BTS) 팬이고 특히 어머니가 K팝 아이돌을 좋아해 내가 데뷔하는 것을 굉장히 밀어주셨다”고 말했다. 츠루보는 “J팝이 하 고 싶지 않았던 것이 아니라 당시 내 관심사가 K팝이었다”며 “고등학교 1학년 때 듣기 시작했는데 당시에도 대유행이었다”고 말했다.

타지마 역시 “어머니가 90년대부터 K팝을 들어왔고, 핑클 팬”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난 중학생 때 엑소 영향을 받아 만약 가수로 데뷔한다면 K팝 퀄리티의 음악, 댄스 등 K팝 형태로 음악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강했다“고 말했다.

중앙일보

4세대 아이돌 JO1. CJ ENM과 일본 예능 기획사가 요시모토 흥업이 합작한 라포네 엔터테인먼트 소속 11인조 보이 그룹이다. 멤버 전원 일본인이며 K팝 특징을 살린 음악과 안무를 선보인다. [사진 라포네엔터테인먼트]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타지마는 한국 큐브에서 2년간 연습생 생활을 했다. 앞서 쟈니스 주니어로 활동한 경력이 있지만, 대학 진학을 앞두고 중단했다. 그는 “대학에 가서도 재미로 댄스를 계속 했는데 친척이 한국 여행 중 내 동영상을 기획사 오디션에 응모해 주면서 한국에 가게 됐다”고 설명했다. 츠루보도 한국 FNC에서 연습생 시절(10개월)을 거쳤다. 츠루보는 고등학교 시절 오사카 거리에서 FNC 재팬 직원에 캐스팅돼 한국으로 건너간 사례다. 둘 다 한국어에 유창하다.



엑소, BTS 보고 데뷔 꿈



이들은 K팝의 특징으로 가수를 만드는 연습 시스템을 언급했다. 타지마는 “한국에선 연습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연습실이 갖춰져 있고 각 분야(노래ㆍ랩ㆍ댄스) 선생님이 있어서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고도 말했다.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일본 기획사는 자율 연습이 보다 일반적이다.

츠루보는 “일본 아이돌과 한국 아이돌이 추구하는 느낌이나 분위기, 춤이 완전히 다르다”며 “한국은 정돈된 동작을 멤버 간 잘 맞추는 ‘칼군무’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일본은 좀 더 개성을 드러내는 것을 선호한다”고 설명했다. 타지마는 “일본에서 ‘K팝’ 하면 다 아이돌인 줄 알지만, 한국에서 지내보니 다른 장르의 한국 음악도 많다는 걸 알게 됐다”며 “한국에서 연습생활을 하면서 랩이 정말 멋있다는 점을 느껴 나도 언젠가는 직접 랩을 쓰겠다는 결심을 하게 됐다”고 했다.

둘 다 한국 연습생 생활이 바로 데뷔로 이어지진 않았다. 타지마는 “한국 소속사를 나온 시점이 이미 스무 살을 넘긴 때라 방황했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최종 데뷔조에 들지 못해 소속사에서 나와 호텔에 살며 오디션을 보러 다니곤 했다. 타지마는 “당시 일본에서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는데 바로 귀국할 수 없어 장례식에 가지 못했다. 다음에 또 이런 일이 있으면 괴롭겠다고 고민하던 차에 프듀 일본판이 만들어진다는 소식을 들었고, 일본에서 활동이 가능하겠다는 생각에 돌아왔다”고 말했다.

중앙일보

지난해 말 데뷔한 11인조 보이 그룹 INI. 일본판 프로듀서 101 시즌 1이 배출한 JO1의 성공에 힘입어 제작된 시즌2를 통해 데뷔했다. 이 그룹 역시 전원 일본인으로 결성됐다. [사진 라포네엔터테인먼트]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츠루보도 “(음악을 한다면) 한국으로 건너가 데뷔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한국으로 갔고, 프듀 재팬이 개최되기 전에는 일본으로 돌아갈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둘 다 K팝, 혹은 ‘K팝 풍’의 음악을 자국에서 할 수 있다는 점에 매력을 느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두 그룹의 팬덤은 15~29세에 집중돼 있다. 한류 콘텐트에 관심이 많은 이들의 부모 세대도 함께 주목한다. JO1과 INI 소속사인 라포네 엔터테인먼트 장혁진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지금은 드라마로 처음 한류를 접했던 세대의 자녀가 성장해 K팝에 관심을 갖게 되는 시점”이라며 “함께 팬이 돼 콘서트에 같이 왔다는 모녀도 많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경향은 ‘2세대’, ‘모녀 2세대’로 풀 수 있어 현재 일본 내 중요한 마케팅 키워드”라고 덧붙였다.

중앙일보

2020년 12월 일본 도쿄 시부야에 있는 시부야109 외벽에 JYP 걸그룹 니쥬(NiziU)의 대형 사진이 걸려있다. 멤버 모두 일본인으로 박진영 JYP 대표가 직접 뽑았다. 윤설영 특파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J팝 변화 신호탄



K팝 성공에 대한 일본 음악 업계의 반응은 양면적이다.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일본 미디어는 ‘K팝’이라는 단어를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BTS의 성공을 소개할 때 아티스트 고유한 매력에 대해선 관심이 많지만, K팝이라는 점을 특별히 부각하진 않는다. 그보단 K팝 아이돌 그룹 내 일본인 멤버에 대한 관심이 집중된다. 트와이스 일본인 멤버 사나·미나·모모, 에스파 지젤 등이 대표적이다.

중앙일보

JO1, INI의 특징. 이들의 매니지먼트를 위한 한일 합작 기획사가 따로 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한일 양국 사이엔 늘 어느 정도의 긴장이 있어 JO1, INI와 같은 그룹은 신경 쓸게 많다. 타지마와 츠루보도 한국과 일본 비교 질문에 특히 조심스러워했다. ‘하는 음악이 K팝인지 아니면 J팝인지’를 묻자 타지마는 “ K팝 J팝 어느 한쪽이라기보다는 양쪽의 좋은 부분이 어우러져서 우리가 생겨난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여러 장르를 조합해서 곡을 만드는 점이 재밌고 하고 싶은 퍼포먼스와 음악을 하고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츠루보는 “조금 부끄러운데, JO1의 음악 장르는 JO1”이라고 말했다.

최근엔 일본 대중 음악계에서도 일본 밖으로 진출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난다. 일본의 가장 큰 아이돌 기획사인 쟈니즈는 최근 쟈니즈 주니어의 7인조 아이돌 그룹 트래비스 재팬 전원을 미국으로 유학 보낸다고 발표했다. 미국 다음으로 큰 음악 시장을 갖고 있어 해외 개척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던 일본 음악 산업에서 눈에 띄는 변화다. K팝이 일본과 세계에서 이루고 있는 성과가 어떤 식으로든 자극이 됐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장혁진 COO는 “일본에서만 잘 되면 굉장히 성공할 기회가 있어 기획사는 그동안 글로벌 성공을 위한 노력을 전혀 하지 않았다”며 “그런데 최근엔 큰 사무소(기획사) 중심으로 글로벌 진출을 모색하는 움직임이 보인다”고 말했다.

전영선기자azul@joongang.co.kr양현주기자yang.hyunjoo@joongang.co.kr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넌 뉴스를 찾아봐? 난 뉴스가 찾아와!

ⓒ중앙일보(https://www.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