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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이슈 러시아, 우크라이나 침공

[우크라 침공] 감시사회 된 러시아…학생이 교사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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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자기정화, 진짜 애국자 가리자" 선언 뒤 급변

"해충 청소할 때" 국수주의 정파 제보사이트까지 개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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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반전 시위
[모스크바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박의래 기자 =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에서는 과거 소련 시절처럼 자발적 감시와 이웃 고발이 판치는 사회가 되고 있다고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러시아 사할린에서 영어 교사로 일하는 마리나 두브로바(57)는 8학년 학생들에게 러시아어와 우크라이나어로 '전쟁 없는 세계'에 대해 노래하는 유튜브 동영상을 보여줬다.

수업이 끝난 후 한 무리의 학생들이 찾아와 그에게 "우크라이나는 우리와 별개의 독립국이인가요"라고 물었고 또 다른 학생은 "더는 아니에요"라고 쏘아붙였다.

며칠 후 그의 학교로 경찰이 찾아왔고 두브로바는 법정에 서야 했다. 법정에서 판사는 두브로바가 공개적으로 러시아군의 신뢰도를 떨어뜨렸다며 50만원 정도 벌금을 부과했다. 학교도 도덕적 이유를 들며 그를 해고했다.

두브로바는 러시아 내 전쟁 찬성 분위기를 전하며 "모두 광기에 빠진 것 같다"고 NYT에 말했다.

두브로바 사건이 아주 광범위하게 일어나는 현상은 아니지만, 이 사건은 러시아 사회에서 편집증과 극단적 갈등의 상황이 나타나는 것을 보여준다고 NYT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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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국영 채널1 TV의 저녁 뉴스 생방송 도중 진행자 뒤로 불쑥 나타나 반전 메시지를 들어보이는 마리아 오브샤니코바.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것은 러시아 정부가 우크라이나와의 전쟁 이후 과거 소련식 공포 정책을 강화해서다. 구소련에서는 동료 시민을 신고하지 않기로 선택한 사람은 스스로 의심해봐야 한다는 논리를 펼쳤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3월 우크라이나 전쟁을 '전쟁'이나 '공격', '침공'으로 칭하는 것을 불법으로 여기고 러시아군에 반하는 공개 성명을 내도 최고 징역 15년에 처하는 법안에 서명했다. 그는 이것이 가혹하지만 러시아에 대한 서방의 '정보 전쟁'을 고려하면 필요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푸틴 대통령은 또 3월 16일 연설을 통해 러시아 사회에 '자기 정화'가 필요하다며 "진정한 애국자를 쓰레기, 배신자 사이에서 구별해내야 한다"고 말했다.

러시아 인권감시단체 'OVD-인포'에 따르면 러시아 검찰은 이미 400명이 넘는 사람을 상대로 이 법을 적용했으며 이 중에는 별표 8개가 적힌 종이를 들고 있던 남자도 포함됐다. 러시아어로 '전쟁 금지'는 여덟 글자다.

알렉산드라 바예바 OVD-인포 법무실장은 사람들이 동료 시민을 신고하는 빈도가 급격히 늘어나는 것이 보인다며 "탄압은 당국자들의 손에 의해서만 생기는 것이 아니라 일반 시민들의 손에서도 이뤄진다"고 말했다.

실제로 모스크바 서부의 한 쇼핑몰 컴퓨터 수리점에서는 전시된 모니터에 '전쟁 금지'라는 문자가 나오자 지나가던 행인이 이를 신고했고, 가게 주인 마라트 그라체프는 경찰에 체포됐다.

칼리닌그라드 서부지역의 한 지방 정부는 지역 주민들에게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선동하는 이들의 전화번호와 이메일 주소를 신고하라는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러시아의 한 국수주의 정당은 엘리트 계층에서 '해충'을 제보하라는 웹사이트를 개설하기도 했다.

이 사이트를 운영하는 드미트리 쿠즈네초프 의원은 "청소가 시작될 것이라 확신한다"며 "전쟁이 어느 정도 지나가면 그 과정이 속도를 낼 것이라 예상된다"고 말했다.

역사학자 니키타 페트로프는 "사람들에게 다시 공포가 스며들고 있다"며 "이 공포 때문에 사람들이 서로를 고발한다"고 러시아의 현실을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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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 수도 사라예보에서 열린 반전 시위.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laecor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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