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국방 2+2 회담도 열려…인도, 대러 제재 동참 압박 의도 평가
美印, 중국 견제엔 '한뜻'…美, 印의 러 에너지·무기 수입엔 '불만'
인도 총리와 화상 정상회담하는 바이든 |
(워싱턴·뉴델리=연합뉴스) 류지복 김영현 특파원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11일(현지시간) 화상으로 정상회담을 했다. 회담장엔 방미 중인 인도의 외교 장관과 국방장관이 바이든 옆에 앉았다.
이와 별개로 양국 외교장관, 국방장관 간 개별 회담과 함께 외교·국방 장관이 모두 참석하는 2+2회담도 워싱턴DC에서 개최됐다.
미국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를 향해 각종 제재 등 고강도 대응에 나서는 것과 달리 인도가 중립적인 태도 속에 서방과 결이 다른 행보를 보이는 와중에 일련의 밀도 높은 회담이 열린 것이다.
미국과 인도는 호주, 일본이 포함된 '쿼드'(Quad) 회원국으로 활동하며 중국 견제에서 보폭을 같이 한다.
하지만 인도는 미국이 중단한 러시아 원유와 가스를 여전히 수입하고, 러시아산 무기 구입을 계속해 미국이 제재를 검토할 정도로 러시아 문제에서는 뚜렷한 입장차를 드러내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한 시간가량 진행된 회담에서 러시아산 에너지와 다른 물품의 수입을 늘리는 것이 인도의 이익에 맞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이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인도가 미국에서 수입하는 에너지가 러시아산보다 훨씬 더 많다면서 미국이 인도의 에너지 수입 다변화를 도울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러시아산 에너지 수입을 줄이거나 중단하는 게 좋다는 말을 에둘러 표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인도는 지난해 러시아에서 1천600만 배럴의 원유를 수입했는데, 올해 들어 지난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두 달도 못 돼 1천300만 배럴을 구입했다는 게 로이터통신의 보도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양국 간 안보 파트너십을 강조하면서 러시아가 일으킨 전쟁을 어떻게 관리할지를 인도와 긴밀히 협의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인도 총리와 화상으로 회담하는 바이든 대통령 |
모디 총리는 이런 기류를 의식한 듯 우크라이나 부차에서 무고한 민간인이 살해됐다는 최근 뉴스가 매우 우려스럽다며 "우리는 즉각 이를 규탄하고 독립적 조사를 요구했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에 인도적 지원을 했다는 점도 언급했다.
모디 총리는 러시아 측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직접 회담할 것을 제안했다고도 밝혔다.
인도는 지난달 초 유엔 총회에서 러시아를 규탄하는 결의안에 기권한 데 이어 지난 8일 부차 민간인 학살 의혹과 관련해 러시아의 유엔 인권이사회 이사국 자격을 정지하는 결의안에도 기권했고, 서방의 대러시아 제재에도 동참하지 않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최근 쿼드 회원국 중 인도만이 러시아 대응에서 "다소 흔들리고 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인도는 그간 러시아와 교류를 이어가는 자국 정책에 대해 국익에 따른 결정이라고 주장해왔다. 인도는 러시아산 무기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은 편이라 쉽사리 러시아를 외면할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인도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서는 제재보다는 즉각적인 폭력 중단 및 대화와 외교로의 복귀가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해왔다.
다만 미 고위당국자는 언론 브리핑에서 회담이 적대적이지 않았다면서 양측의 균열 내지 마찰 시각을 경계하고, 바이든 대통령이 모디 총리에게 구체적인 요구를 하진 않았다고 전했다.
이 당국자는 이어 회담이 솔직하고 생산적이며 훈훈한 분위기였다며 "인도는 스스로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백악관은 회담 후 낸 성명에서 두 정상이 인도·태평양과 이를 넘어선 지역에서 모든 나라의 주권과 영토 보전을 존중하겠다는 공동 약속을 강조했다고 밝혔다.
인도 총리와 화상 정상회담 하는 바이든 |
인도 측은 대미 관계의 미묘한 상황을 고려한 듯 회담 후 별도 브리핑 없이 총리실에서 원론적인 내용만 담은 간단한 성명만 냈다.
총리실은 "두 정상은 코로나19, 글로벌 경제 회복, 기후 변화 대응, 우크라이나 상황, 남아시아와 인도·태평양 지역의 최근 국면 등 여러 이슈에 대해 견해를 교환했다"고 밝혔다.
이어 두 정상은 양국의 포괄적인 글로벌 전략 파트너십 강화는 두 나라는 물론 세계 평화와 번영, 안정에 큰 이익이 될 것이라는 점에 동의했다고 덧붙였다.
총리실은 하지만 성명에 원유·무기 수입 등 러시아에 대한 언급이나 중국 견제와 관련한 암시는 담지 않았다.
로이터는 이날 정상회담에 대해 "미국이 러시아 대응을 강화하는 가운데 열렸다"고 평가했고, AP통신은 "미국이 대러시아 강경 노선을 압박하는 와중에 두 정상이 회담했다"고 말했다.
jbryoo@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연합뉴스 앱 지금 바로 다운받기~
▶네이버 연합뉴스 채널 구독하기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