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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韓콘텐츠업계가 자초한 구글갑질방지법 무용론 [아이티라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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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최근 방송통신위원회가 구글을 상대로 인앱결제 정책과 관련해 위법성 소지가 있다고 판단해 주목받고 있습니다. 방통위는 한국 콘텐츠 업체들이 "구글의 웹결제 아웃링크 사용 제한 정책에 대한 위법성 여부를 판단해달라"는 유권해석 요청을 접수하고 한국 업체들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구글이 안드로이드 앱장터에서 결제 아웃링크를 더 이상 허용하지 않겠다고 결정하자, 구글에 낼 수수료 부담을 염려한 국내 업체들이 들고일어난 것이지요. 그러나 방통위의 유리한 유권해석에도 불구하고 콘텐츠 업계는 불안한 표정입니다. 구글이 이에 불복해 소송을 내고 장기전에 돌입할 가능성 때문입니다. 콘텐츠 업계는 지난해 정부 내에서 '구글갑질방지법'(전기통신사업법) 개정 당시 공정거래위원회가 아닌 방통위를 지지했습니다. 공정거래법의 틀보다는 구글·애플이라는 앱마켓 사업자를 겨냥한 새 맞춤 규제를 선호한 것이지요.

그런데 구글갑질방지법을 상대로 구글과 애플이 소송전을 벌일 경우 방통위는 앞으로 1·2심을 거쳐 대법원까지 기나긴 3심 재판을 치러야 합니다. 수년의 소송 기간 동안 새로 만든 구글갑질방지법은 유명무실해질 수 있습니다.

만약 구글갑질방지법을 만들지 않고 공정위의 공정거래법 규제로 앱마켓 갑질에 대응했다면 어땠을까요. 최소한 소송전에서 한결 빠른 대응이 이뤄집니다. 공정위는 제재 결정(전원회의 심결) 자체가 법원 1심과 같은 효력을 갖기 때문입니다. 애플과 구글이 제재에 불복해 소송을 내면 사건은 바로 2심(서울고등법원)에서 처리되는 것이지요. 또 공정거래 사건은 다른 행정소송과 달리 공정거래 전담 재판부에서 처리됩니다.

세계적 테크 공룡과 소송 경험이 없는 방통위와 달리 공정위는 내로라하는 외국 기업과 사즉생의 소송 경험을 가지고 있습니다. 국민 세금이 들어가는 외국 기업과 소송전에서 공정위가 진짜 싸움닭인 것이지요.

그렇다면 한국 콘텐츠 업체들은 구글·애플 규제 기관으로 싸움닭인 공정위가 아닌 방통위를 선호했을까요. 공정위는 당시 골목상권 침해 논란으로 네이버·카카오 등 한국 업체도 엄중히 다스리는 부처라 규제 협력을 모색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판단됩니다.

[이재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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