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항공산업에 큰 타격"…보잉도 제재로 90여대 계약 무산될 판
에어버스 A320 항공기 |
(서울=연합뉴스) 이의진 기자 = 유럽 항공기 제조업체 에어버스가 추후 이뤄지는 대(對)러 제재 품목에서도 러시아산 티타늄을 계속 제외해줄 것을 유럽연합(EU)에 요청했다고 로이터, 블룸버그 통신이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기욤 포리 에어버스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연례 주주총회에서 제재 범위를 티타늄까지 넓히는 것은 적절한 조치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는 "러시아의 전체 수출액 중 티타늄은 비중이 작아 해당 제재는 러시아에 의미 있는 타격을 주지 못하지만 유럽 전체 항공 산업은 큰 피해를 볼 것"이라고 말했다.
EU는 러시아산 철강, 석탄 등의 수입을 제한했지만 아직 티타늄까지 제재 대상에 넣지는 않았다.
티타늄은 무게는 가볍지만 강도가 뛰어나 항공기 동체나 터빈의 날개, 인공위성의 주요 소재로 쓰이는 전략 물자다. 러시아가 주요 산지로, 에어버스는 티타늄 구매량의 절반가량을 러시아 회사 VSMPO-아비스마에 의존하고 있다.
경쟁사인 미국의 보잉은 과거 티타늄 구매량의 3분의 1을 러시아에 의존했지만 지금은 러시아산의 구매를 중단한 상태다.
보잉은 지난달 7일 "본사에 티타늄 재고가 있고 다양한 공급원을 통해 항공기 제조에 충분한 물량을 확보하고 있다"면서 VSMPO-아비스마에서 공급하는 티타늄을 구매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보잉은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침공 사태를 계기로 그간 티타늄 공급망을 다변화하는 데 노력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보잉 역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이에 따른 제재 여파를 완전히 피해가진 못하는 모양새다.
AP통신과 미 CNN방송에 따르면 이번 전쟁으로 보잉이 수주받은 기체 90여대의 계약이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보잉 737 맥스 여객기 |
이날 보잉은 지난달 141대를 수주잔고 목록에서 빼 계약 이행이 불투명한 상태로 두는 장부상 항목 분류를 조정했다고 밝혔다. 이 141대는 계약 자체가 취소된 것은 아니지만, 각종 사유로 납품을 완료하기 어렵게 됐다는 설명이다.
보잉은 이 중 90대 이상은 737 맥스 기종이며, 이들 기체의 조정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관련된 '지정학적 문제'로 이뤄진 것이라고 말했다.
보잉은 어떤 고객이 이에 해당하는지는 밝히지 않았지만 이 중 러시아 항공사의 주문량도 상당 부분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보잉은 이미 러시아 저가 항공사 유테이르가 주문했던 항공기 34대를 인도하지 못했다고 AP는 전했다.
CNN은 이런 직접 주문 외에도 다수 러시아 항공사가 중간 임대업체를 통해 보잉에 기체를 주문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보잉 대변인은 임대업체를 통한 주문이지만 실제로는 러시아 항공사가 사용하는 기체들도 이번에 함께 조정됐다고 밝혔다. 이런 항공기 임대업체들 역시 대부분 EU 역내에 거점을 둬 제재를 따라야 하는 처지다.
pual0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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