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연내 2~3차례 금리인상 예고
변동금리 대출 차주 이자상환 부담↑
시중은행들, 고정금리로 대환대출 늘려
중도상환수수료·금융정책 살펴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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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수도권 외곽에 거주하는 30대 남성 A씨는 최근 금리 인상과 관련한 기사를 읽을 때마다 고민이 깊어진다. 지난해 주택 매매를 위해 한 시중은행으로부터 변동금리(2.6%, 원리금균등상환, 30년 만기)로 약 2억3000만원을 대출받았는데, 지난해엔 이자율이 3%대 중반으로 뛰며 매달 상환할 원리금만 100만원을 넘어서다. A씨는 현 시점에서 금리차이가 1%포인트 이상인 고정금리 상품으로 ‘갈아타기’ 하는 것이 자신에게 유리한지, 불리한지를 따져보고 있다.
#2. 서울에서 8년째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30대 여성 A씨 역시 최근 만기가 다가온 정기예금 1억원을 어떻게 운용할 할 지가 고민이다. 금리 인상기인 만큼 다시 정기예금을 할 생각을 하고 있지만 올해에만 기준금리를 2~3차례 인상된다는 소식이 들려오면서 통장을 일찍 개설할 수록 손해보는 것이 아닌가 하는 판단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상태다.
본격적인 금리 인상기가 도래하면서 기존 저금리 시대에 유지해 왔던 대출, 예·적금 등의 ‘갈아타기’를 고민하고 있는 금융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미국이 단 번에 기준금리를 50bp(1bp=0.01%) 상향하는 이른바 ‘빅스텝’ 카드를 만지작 거리고 있고, 한국은행도 연내 2~3차례의 기준금리 인상을 예고하고 있는 만큼 차주들은 자신의 상황에 따라 고정금리로의 갈아타기를, 예금주들은 더 나은 이율을 제공하는 예·적금 상품으로의 갈아타기를 검토하고 있다.
이자폭탄 터질라…불안한 변동금리 차주들 "갈아탈까?"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이날 기준 주택담보대출 고정금리(혼합형)는 3.90~6.26%로 집계됐다. 같은날 4대 시중은행의 주담대 변동금리 수준(코픽스 신규취급액 기준, 3.40~5.28%)과 비교하면 상단은 0.98%포인트, 하단은 0.5%포인트 가량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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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금리 차이에도 고정금리로의 갈아타기(대환대출)을 고민하는 차주들이 늘고 있는 것은 한국을 포함한 세계 각국의 금리 인상 움직임이 본격화 되고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에 따른 완화적 통화기조,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인플레이션이 확대되면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다음달 한 번에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올리는 빅스텝을 준비하고 있고, 이에 따라 한국은행도 연내 2~3차례의 추가 기준금리 인상을 예고하고 있는 상황이어서다.
기준금리가 오르면 기존 변동금리로 대출을 받은 차주들로선 이자 상환 부담이 커지게 된다. 변동금리 대출은 일반적으로 기준금리에 가산금리를 더한 후 우대금리를 제하고 산출되는데, 6~12개월 주기로 기준 금리(코픽스)가 새로 적용되는 구조다. 금융채를 기준으로 하는 고정금리 대출은 시장금리 인상의 영향이 비교적 빠르게 반영된다는 점을 고려 할 때, 상황에 따라선 이른 시점에 고정금리로 갈아타는 것이 이자부담을 줄일 수 있다.
중도상환수수료·금리 정책 주목해야…'마통' 활용도 방법
시중은행들도 대환대출의 빗장을 풀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최근 타행에서 받은 주담대를 자사 상품으로 비대면 방식으로 대환하는 ‘대환 조건부 대출’을 약 6개월 만에 재개했다. 하나은행도 ‘하나원큐 아파트론’ 등 비대면 대출 상품의 대환대출을 다시 시작했다. 그렇다면 갈아타기 기본적으로 따져봐야 할 지점은 뭘까.
우선 대환대출 시 발생할 수 있는 중도상환수수료를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일반적으로 대출 실행 후 3년이 지나지 않은 시점에 해약하면 최대 1.2% 수준의 중도상환수수료가 부과되는데 이같은 수수료 규모가 대환대출에 따른 이익보다 크다면 굳이 갈아타기 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대환대출시 원하는 금액이 100% 승인될 수 있을 지 ‘한도’ 문제도 고려해 봐야 한다. 최근 3년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등 부동산 담보대출과 관련한 각종 규제가 강화된 까닭이다.
오경석 신한은행 신한PWM태평로센터 PB팀장은 "세계 각국이 인플레이션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하고 있고, 금융기관들은 이런 변동성을 선반영해 최근 6개월 이내 변동금리와 고정금리(5년 이상)의 차이가 0.7%포인트 정도 벌어져 있는 상황"이라며 "단기적으로 상환계획이 있다면 부담이 되더라도 대환 이후 새로 발생하는 비용 등을 감안해 현재 상황(변동금리)를 유지하는 게 나을 수 있으며, 장기간 상환계획이 없다면 대환을 고려하는 게 유리하다"고 전했다.
검토 결과 장기간 상환계획에 없어 갈아타기를 결정했다면 새 정부의 금융정책 향방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오 팀장은 "현 상황은 미국을 중심으로 한 기준금리 인상에 대한 변동 폭을 가늠하기 쉽지 않은 상황으로, 이에 대한 불안감이 변동-고정금리 간 격차에 반영돼 있다"면서 "즉시 대환을 실행하는 것 보단 새 정부 출범 이후 한국은행의 금리 방향성이 나와 변동성이 다소 안정화 됐을 때 대환을 실행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밝혔다.
1년 이내에 상환이 예정돼 대환이 필요하지 않다고 판단되는 대출의 경우, 갈아타기 대신 ‘마이너스 통장’을 활용하는 것도 한 방안이 될 수 있다. 여·수신 금리차를 감안했을 때 예·적금으로 1년간 자금을 모아 대출을 상환하는 것보다 마이너스 통장을 통해 유동적으로 대출을 관리하는 게 더 유리 할 수 있단 설명이다. 오 팀장은 "금리가 조금 더 높더라도 1년 이내 상환이 예정된 자산에 대해선 마이너스 통장 등을 활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다"면서 "(마이너스 통장을 활용하면) 급여 등 자금이 유입됐을 때 유동성 부채가 줄어 들게 되면 잠시라도 부채가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라고 조언했다.
한편 갈아타기에 해당되지는 않으나 신용상황이 개선된 차주라면 ‘금리인하요구권’도 고려해 볼 수 있는 선택지다. 금리인하요구권은 취업, 승진, 재산 증가, 신용평가점수 상승 등 대출 등을 이용하는 소비자의 신용상태가 개선 된 경우 금융회사에 금리인하를 요구할 수 있는 권리다. 단, 수용률은 30%를 밑돈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단기적으로 대출 상환 계획이 있고, 소득·직급·신용점수가 상향조정된 차주라면 이를 적극 활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전했다.
금리 인상기가 시작되면서 은행들도 안정적인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고금리 수신 상품을 쏟아내고 있다. 고객들은 자신에 상황에 맞는 상품을 신중히 선택할 필요가 있다. 특히 예·적금의 경우 현 상황에서는 단기 상품이 유리하다. 저금리 시대가 저물면서 전방위적으로 금리 인상이 확실시되는 만큼 상대적으로 낮은 현재 금리에 목돈이 묶이는 것을 조금이라도 더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목돈을 섣불리 예치하면 더 좋은 상품에 가입할 기회를 놓칠 수 있다"며 "각종 금리 우대조건과 기회비용을 고려해 세심하게 선택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
이민우 기자 letzw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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