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유럽 신설 검토…영·벨기에는 '탈원전 유턴' 움직임
2019년 헝가리의 원자력 발전소 |
(서울=연합뉴스) 이의진 기자 =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유럽에서 러시아산 천연가스, 원유에 의존하지 않으려는 대안으로 원자력이 주목받는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특히 러시아에 에너지 의존도가 높지만 원전은 많지 않은 일부 동유럽 국가는 원전 신설에 관심을 드러내고 있다.
라트비아 국방부는 지난달 8일 러시아에 의존하지 않는 에너지원 확보차 에스토니아에 공동으로 원전을 새로 짓자는 제안을 내놨다.
아직 원전이 없는 폴란드의 안제이 두다 대통령도 지난달 26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회담에서 "미국 기업들과 백악관의 지원 아래 원전 사업을 곧 시작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전력의 3분의 1을 원자력으로 생산하는 슬로베니아도 최근 탈석탄을 추진하면서 그만큼 원전으로 메우는 방향으로 기울고 있다고 WP는 전했다.
토마즈 자가르 슬로베니아 원자력학회 회장은 "전쟁 전 탈석탄 분량으로 재생에너지 외 천연가스와 원자력 중 하나를 골라야 하는 상황이었다"면서 "이번 전쟁이 원전 쪽으로 힘을 실어줬다"고 말했다.
이달 초까지 폴란드, 체코, 루마니아 등 10여개 유럽 국가에서 19개 업체와 업무협약(MOU)을 체결한 미 원전 회사 웨스팅하우스의 데이비드 더럼 수석부회장은 "이들은 탈탄소 정책, 에너지 자립·국가 안보 측면에서 이런 선택을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부 서유럽 국가는 아예 추진하던 탈원전 정책을 되돌리기도 했다.
영국과 벨기에는 각각 단계적으로 원전을 축소, 폐쇄할 계획이었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후에는 원전 비중을 늘리거나 가동 수명을 늘리기로 했다.
이들을 제재 표적으로 삼은 러시아가 천연가스, 석유의 주요 공급지인 만큼 에너지 자립을 꾀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움직임에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원전 건설에는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들기에 단기에 러시아산 가스, 석유 의존도를 줄이는 일이 어렵다는 분석에서다.
영국 워릭 대학의 에너지 정책 연구자 캐롤라인 쿠젬코는 "러시아산 천연가스 비중을 줄이려는 유럽연합(EU)이 20년 안에는 핵에너지로 이를 대체할 수 있겠다"면서도 "그러나 단기적으로는 천연가스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또, 원자력 발전용 핵연료의 주요 공급국이 러시아라는 점도 걸림돌이다.
러시아는 전 세계 원자력 발전소용 농축 우라늄의 약 40%를 생산한다.
실제로 슬로바키아와 헝가리는 침공 이후에도 러시아에서 핵연료를 계속 들여오고 있다.
지난달 초 우크라이나 자포리자 원전 단지가 러시아군 공격을 받는 장면 |
pual0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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