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30 (토)

이슈 텔레그램 n번방 사건

文표창 받은 평검사 "차라리 수사할수 있는 경찰서 보내달라"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중앙일보

4월 11일 문재인 대통령.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소위를 소집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강행 수순을 밟는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n번방 수사’ 공로 표창을 받은 현직 검사가 “차라리 수사 할 수 있는 경찰로 보내달라”라는 호소문을 썼다. 다른 검사는 검수완박을 밀어붙이는 여권을 두고 “나라를 판 이완용과 무슨 차이냐”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평검사 “법조인 文, 조항 하나만 읽어봐도 위헌 한눈에 알 것”



18일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차호동(사법연수원 38기) 대구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 검사는 이날 오후 검찰 내부망(e프로스)에 문재인 대통령님, 윤석열 당선인님께 간청드립니다. 제목의 글을 올렸다.

차 검사는 2021년 초 문 대통령으로부터 “텔레그램 n번방 수사 등 여성아동범죄 엄단에 기여했다”라는 이유로 표창을 받은 전력이 있다. 이에 대해 차 검사는 “수사관님과 모텔방에서 한 달간 숙식을 하며 디지털 성범죄를 밝혀내던 순간을 대통령님께서 인정해주신 것 같아 벅차오른 순간이었다”라고 회고했다.

그러나 검수완박이 강행 처리되면 차 검사는 경찰 수사를 보완하거나 직접 수사를 할 수 없게 된다. 기소권만 남는다. 차 검사는 이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에게 “저는 도저히 검사실에 앉아서, 눈 막고 귀 닫고 누군가를 기소할지 말지 결정할 자신이 없습니다”라며 “차라리 수사를 할 수 없는 저를 경찰서로 보내주십시오”라고 요청했다.

그는 “미력하나마 그간 십수년간 쌓은 제 수사경험을 토대로 경찰관님들과 함께 때로는 쓴소리도 하고 때로는 도움을 드리면서 수사가 잘 이루어질 수 있도록 진력을 다하고 또한 그 모든 상황을 기록하고 후세에 전하는 일을 맡겠습니다”라고 덧붙였다.

차 검사는 또 “부정부패 범죄 수사는 단 하루의 공백도 있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라며 “특검이든, 중수청이든 한국형 FBI든 조직과 예산을 만드는 데 몇 년 걸리는 동안 증발해버릴 범죄를 눈뜨고 지켜볼 수가 없습니다. 그 어디든 좋으니 공터에 텐트라도 쳐 놓고 저를 불러주십시오”라고 말했다.

변호사 자격증이 있는 문재인 대통령에게 드리는 말도 나왔다. 차 검사는 “대통령님, 검수완박 법안의 다른 모든 내용을 차치하고서라도, 그저 법조인의 한 사람으로서 형사소송법 제217조가 어떻게 개정되어 있는지 한 번만 읽어봐주시기를 간청드립니다”라고 요구했다.

민주당 검수완박 개정안의 형소법 217조 2항을 보면 “사법경찰관은 압수한 물건을 계속 압수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는 지체 없이 압수수색 영장을 법관에게 청구하여야 한다”라고 규정돼 있다. 이는 헌법 12조3항과 16조에서 보장하는 검찰의 영창 청구권을 침해한다는 게 차 검사의 지적이다. 그는 “규정 자체로 헌법 위반이고, 이번 법안이 얼마나 고민 없이 아무런 검토도 없이 급조되었는지를 한 눈에 알 수 있습니다”라고 썼다.



다른 검사 “이완용 나라 팔아 먹은 것과 무슨 차이 있나”



이날 또 장진영(연수원 36기) 수원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 부부장검사는 박범계 법무부 장관을 향해 검수완박 찬성하겠습니다. 장관님 제목의 글을 썼다. 제목과 달리 실질적으로는 검수완박을 반대하는 내용이다. 여권이 한 달(31일) 안에 졸속으로 검수완박 법안을 처리하려는 것 만큼 31개의 질문에 박 장관이 제대로 된 답을 해주면 찬성하겠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장 부부장은 “이번 검수완박 입법은 6대 중대 범죄 수사 증발로 권력자들의 범죄는 활개치고, 검사의 보완수사권까지 박탈하여 민생 범죄 대처와 국민들의 인권 보호를 더욱 후퇴시켰습니다”라며 “사익을 위해 일본에 나라를 팔아 국민들을 힘들게 하였던 이완용과 (여권은) 무슨 차이가 있냐는 의견도 있는데 어찌 생각하시는지요”라고 물었다.

김민중 기자 kim.minjoong1@joongang.co.kr, 정유진 기자 jung.yoojin@joongang.co.kr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넌 뉴스를 찾아봐? 난 뉴스가 찾아와!

ⓒ중앙일보(https://www.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