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대통령 내외, 오는 5월9일 청와대 떠나
"편의 봐줄 수 있는 것 아니냐" 쓴소리도
문재인 대통령 부부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취임식 전날인 오는 5월9일 청와대를 떠날 방침이다. /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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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임주형 기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다음달 10일 자신의 취임식 날에 맞춰 청와대를 전면 개방하기로 하면서, 문재인 대통령 내외는 전날 청와대를 비워주게 됐다. 사저가 지방에 있는 문 대통령 부부는 취임식까지 서울 모처에서 하루를 보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에서는 이런 상황을 초래한 원인이 윤 당선인에 있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전임 대통령에 대한 예우가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18일 오후 CBS 라디오 '한판 승부'에 출연한 자리에서 문 대통령이 청와대를 떠나는 시기에 대해 "물러나는 대통령한테 하룻밤 정도는 편의를 봐줄 수 있는 게 아닌가"라며 "5월11일 0시면 왜 안 되는 건가"라고 지적했다.
이어 "왜 그렇게 5월10일, 상징적인 효과에 집착하는지 모르겠다. 자꾸 상징 효과에 너무 과도하게 집착하니 법사님한테 날짜 받아 온 게 아닌가 이런 생각도 들고, 이런 얘기까지 나온다"라며 "이런 것을 믿지는 않지만, 워낙 이해가 안 되고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전임자에 대해 너무 가혹한 처사라는 비판도 나왔다.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7일 페이스북에 쓴 글에서 "윤 당선인의 잔인함이 느껴진다. 노무현 대통령께서도 이명박 당선인의 조치로 취임식 아침에 환송을 받으며 취임식장으로 떠난 바가 있다"라며 "그게 상식적인 인간으로서의 최소한의 도리"라고 질타했다.
이어 "정치가 사람을 이토록 잔인하게 만든 것인지, 본래 잔인한 사람의 본모습이 이제서야 드러난 것인지 알 길이 없다"라고 덧붙였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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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은 서면브리핑에서 문 대통령이 오는 5월9일 청와대를 비우고 떠난다고 밝혔다. 박 대변인에 따르면, 문 대통령 내외는 다음날인 10일 윤 당선인의 취임식에 참석한 뒤 경남 양산 사저로 이동할 방침이다. 문 대통령 부부는 취임식 당일과 전날 사이 1일 동안 호텔 등 서울 모처에서 시간을 보내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윤 당선인 측은 취임식이 열리는 오는 5월10일 0시에 맞춰 청와대를 전면 개방하겠다고 공언해 온 바 있다. 문 대통령 내외는 이 일정을 고려해 전날 미리 청와대를 비우려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윤 당선인 측은 문 대통령이 청와대를 떠나는 시기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와 협의할 사항이 아니라고 밝혔다.
배현진 대통령 당선인 대변인은 18일 브리핑에서 "5월9일 자정을 법적 시한으로 해서 대통령께서 나가는 것은 청와대에서 협의할 일"이라며 "인수위와 상의할 일은 아니다. 그런 사항들을 (청와대 측이) 확인해준 게 아닌가 한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역대 대통령 중 취임식 전날 청와대를 떠난 사례는 김영삼·김대중·이명박 전 대통령이다. 다만 이들은 서울에 사저가 있었다.
반면 서울에서 멀리 떨어진 김해 봉하마을에 사저가 있었던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은 후임 대통령 취임식 당일 아침에 청와대를 비울 수 있었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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