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블화 법정화폐 사용, 러시아 커리큘럼으로 교육 계획"
다음 달 주민투표 거쳐 '헤르손 인민공화국' 세울 가능성
지난달 4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남부 자포리자주 멜리토폴에서 주민들에게 구호물자를 나눠주는 러시아군 [러시아 국방부 제공. 타스=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
(서울=연합뉴스) 차병섭 기자 =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 후 장악한 남부 지역에서 친러 정치인을 세우고 반대파를 탄압하는 등 지배력을 굳히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미국 매체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러시아는 2014년 강제병합한 우크라이나 크림반도를 거점으로 공격해 들어가 우크라이나 남부에서 헤르손과 자포리자 등 상당한 점령지를 확보한 상태다.
WSJ에 따르면 러시아군은 지난달 남부 멜리토폴의 이반 페도로우 시장 집무실에 난입해 그를 연행, 구금했고, 우크라이나 정부에 의해 해산된 친러 정당 관련자 가운데 부역자를 물색해 시장 대행을 맡겼다.
멜리토폴의 공공기관 건물에는 현재 러시아 국기가 게양돼 있고, 러시아군이 도로를 순찰하고 사람들을 검문 검색한다. 검문은 신분증은 물론 휴대전화를 들여다볼 정도라는 게 현지 주민 설명이다.
러시아는 멜리토폴에서 러시아 루블화를 법정화폐로 쓰고 학교에서는 러시아 커리큘럼에 따라 가르치도록 할 방침이다.
포로 교환을 통해 우크라이나 관할 지역으로 돌아온 페도로우 시장은 멜리토폴이 광케이블로 러시아 인터넷과 연결됐고, 러시아 휴대전화 송신탑도 새로 설치됐다고 설명했다.
러시아 영향권 아래 있는 크림 자치공화국 정부 수장 세르게이 악쇼노프는 우크라이나 남부 점령지에서 교사들이 러시아 기준에 따라 교육하도록 '재인증 캠프'를 거치도록 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17일 "(러시아가 점령지에서) 고문실을 만들고 있다"면서 주요 지역사회 인사들이 납치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어 러시아가 점령지역에서 우크라이나 화폐를 루블화로 대체하려 한다면서 러시아 금융시스템 전체에 대한 서방 제재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지난달 20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헤르손에서 우크라이나 국기를 들고 러시아군에 항의하는 시위대 [로이터=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
다만, 러시아는 현재 우크라이나 남부 점령 지역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와 관련해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고, 그런 만큼 지역에 따라 점령군의 접근법도 다르다고 WSJ는 설명했다.
예컨대 헤르손의 이호르 콜리하예우 시장은 점령 후에도 우크라이나 법에 따라 시정을 처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인구 30만 규모인 헤르손에서는 침공 직후 지도자들이 도주하면서 러시아군이 별다른 전투 없이 입성했다.
헤르손에서는 여전히 우크라이나 국기가 걸려있고, 러시아군의 해산에도 불구하고 친우크라이나 집회가 정기적으로 열리는 것으로 전해진다.
헤르손에서는 러시아 당국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를 모두 파괴하려는 서방의 계략을 막기 위해) 인민에 반하는 우크라이나 정권을 해산하는 작전에 돌입하는 것 외에 다른 선택지가 없다"고 주장하는 선전물이 유포됐다.
우크라이나 측은 러시아가 다음 달 주민투표를 통해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과 루한스크인민공화국(LPR)처럼 러시아 영향권 하에 있는 '헤르손인민공화국'을 세울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
bsc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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