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서진 러시아군 탱크가 25일 우크라이나 키이우 인근 지역에 버려져 있다. 키이우/EPA 연합뉴스 |
지난해 세계의 군사비가 처음으로 2조달러(2497조원)을 돌파하는 등 7년 연속 증가세를 유지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침략한 러시아는 지난해 군사비를 2.9% 늘리는 등 3년 연속 증액했다.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SIPRI)는 25일(현지시각) 지난해 세계 각국의 군사비 지출과 관련한 보고서를 내어 이렇게 밝혔다.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세계 각국의 군사비는 한 해 전보다 평균 0.7% 늘어 역대 최고치인 2조1130억달러(2661조원)에 달했다. 이는 2015년 이후 7년 연속 증가한 것으로, 세계 각국이 코로나19로 어려운 상황에서도 군사비 지출을 늘려왔음을 보여준다.
군비 지출은 늘었지만, 지난해 경기 회복에 따라 군사비가 전세계 총생산(지디피·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3%에서 2.2%로 줄어들었다. 반면 각국 정부 재정에서 차지하는 군사비 비중은 5.9%로 변함이 없었다.
지난 2월 우크라이나를 침략한 러시아는 지난해 군사비를 2.9% 늘어난 659억 달러 (82조3천억원)를 지출했다. 군사비가 3년 연속 늘어난 것으로, 러시아 국내총생산(지디피)의 4.1%를 차지했다. 러시아 군사비 규모는 2014년 크림반도 강제병합 이후 경제제재와 저유가의 영향으로 줄었다가 2019년 이후 국제유가 회복 등에 힘입어 반등했다.
우크라이나는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점령 이후 군사비 지출을 72%나 올리며 국방력 강화에 힘을 쏟았다. 그럼에도 지난해 군사비는 59억달러(7조3천억원)으로, 현재 맞싸우고 있는 러시아에는 10분의 1에도 못 미쳤다.
가장 많은 군사비를 쓴 나라는 변함없이 미국이었다. 미국의 지난해 군사비는 8010억달러(999조7천억원)로 전 해보다 1.4% 줄어들었으나, 전세계 군사비의 38%를 차지했다. 미국은 2012년 이후 지난해까지 무기 획득 예산을 6.4% 줄이고 연구개발 예산을 24% 늘렸다. 스톡홀름 연구소의 알렉산드라 마크스테이너는 “미국이 차세대 군사기술 개발에 더 많이 투자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중국은 4.7% 증가한 2930억달러(365조7천억원)를 군사비로 사용해 2위에 올랐다. 인도(766억달러·95조5천억원), 영국(684억달러·85조3천억원), 러시아(659억달러·82조3천억원)가 3~5위로 뒤를 이었다. 또 프랑스(566억달러·70조6천억원), 독일(560억달러·69조8천억원), 사우디아라비아(556억달러·69조3천억원), 일본(541억달러·67조4천억원)이 6~9위였다.
한국은 502억달러(62조6천억원)로 10위로 기록됐다. 원화로 환산하면 한국 정부가 발표한 지난해 국방예산 52조8401억원보다 많은데, 이는 최근 달러 강세의 영향으로 원화 표시 액수가 늘어났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아시아·태평양지역은 군비 지출이 가장 많이 늘어난 지역으로 꼽혔다. 중국은 지난해까지 27년 연속 군사비 지출 규모를 늘려 군비 확장을 주도했다. 일본은 지난해 예산안에서 군사비를 70억 달러(8조7천억원) 추가해 1972년 이래 최고치인 7.3% 증가율을 기록했고, 오스트레일리아도 군사비를 318억달러(39조6천억원)로 4.0% 늘렸다. 한국의 군사비도 4.7%(한국정부 발표 원화표시로는 5.4%) 늘어났다.
박병수 선임기자 su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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