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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러시아, 우크라이나 침공

침공 지지한 러시아정교회 수장, 세계 종교계서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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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키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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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전쟁은) 육체적인 것이 아니라 형이상학적(성스러운) 투쟁에 들어섰다.”

“우리는 범죄자들을 하나님의 손에 맡겨 그들이 하나님의 심판과 자비를 받도록 해주는 것이다.”

러시아정교회 키릴(76·사진) 총대주교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적극 지지해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러시아정교회는 기독교·천주교에 이은 기독교 3대 분파인 동방정교회의 가장 큰 교파다. 국민 대다수가 정교회 신자인 러시아에서 총대주교는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한다. 대통령 전용기를 사용하고 군대 사열을 받는 등 국가원수급 예우를 받는다.

키릴 총대주교는 지난달 9일 “러시아는 안보를 지키기 위해 우크라이나에 무력을 행사할 권리가 있다”며 “서방은 한민족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를 이간질해 우크라이나인을 살해하도록 선동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번 달 부활절엔 “(푸틴은) 러시아 국민에게 고상하고 책임감 있는 봉사를 하고 있다”라거나 “군 복무는 이웃을 향한 적극적인 복음주의 사랑”이라고도 했다. 이를 두고 워싱턴포스트는 “우크라이나와 민간인을 향한 푸틴의 공격을 정당화하는 레토릭(수사학)”이라고 했다.

세계 종교계는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바르톨로뮤 콘스탄티노플 총대주교는 “정교회 전체의 위신을 깎아 먹고 있다”고 비판했고, 전 세계 정교회 성직자 320여명도 탄원서를 통해 키릴을 ‘이단’으로 간주하면서 “도덕적 범죄를 저질렀다”며 교회 법정에 회부해달라고 요청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오는 6월 예정된 키릴과의 레바논 회담을 취소했고, 인권단체들은 국제형사재판소(ICC)에 전쟁범죄 선동 혐의로 기소해달라고 촉구했다.

키릴 총대주교는 자산 등 사생활 논란도 적지 않았다. 지난 2019년 러시아 독립언론 ‘노바야 가제타’는 그의 자산을 40억~80억 달러(약 5조~10조원)로 추산했고 러시아 탐사 전문매체 ‘프로엑트’는 2020년 키릴 총대주교가 친척과 함께 러시아에 287만 달러 상당의 부동산 9채를 소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3만 달러짜리 명품 시계도 입방아에 올랐다. 키릴 총대주교는 2012년 “시계를 가진 건 맞지만 착용한 적은 없다”고 했지만, 시계를 착용한 사진이 공개되자 이미지 조작으로 시계를 삭제하기도 했다. 포브스는 2009년 소련 국가문서를 인용해 키릴 총대주교가 소련국가보안위원회(KGB) 요원이었다고 보도했다.

추인영 기자 chu.i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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