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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6 (일)

이슈 [연재] 아시아경제 '과학을읽다'

영상회의는 시간 낭비? …뇌의 '창의력 회로' 차단된다[과학을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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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컬럼비아대 연구팀

아시아경제

영상회의. 자료사진. 기사와 관련이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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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코로나19로 원격 근무가 늘어나면서 영상 회의를 통해 업무를 진행하는 일이 많아졌다. 그러나 영상 회의를 하면 참석자들이 집중을 잘 못하고 특히 창의적 아이디어를 내기가 힘들어 한다. 과학자들이 이같은 현상의 이유에 대해 대규모 연구를 통해 원인을 밝혀냈다. 영상 회의 참석자들이 물리적 한계로 심리적 동조나 집중이 불가능하고, 아이디어를 고민하는 대신 화면에만 쳐다 보고 있게 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미국 컬럼비아대 연구팀은 지난 27일 이같은 내용이 담긴 논문을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게재했다. 코로나19로 인한 봉쇄가 지난 2년여간 지속되면서 미국은 물론 전세계의 많은 노동자들이 무기한 재택 근무를 하게 됐다. 이 과정에서 영상 회의도 일상화됐다. 노동자들은 환호했다. 지난해 한 조사에서 미국 노동자들의 75%가 최소 1주일에 하루 정도는 재택 근무했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또 40%는 하루 종일 직장에 출근해 동료들과 함께 일하는 직장이라면 그만 두고 싶을 것이라고 했다.

이에 영상 회의 등 원격 근무는 세계적인 대세가 됐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JP모건, 아마존 등 미국의 거대 회사들도 직원들의 근무 정책을 유연화해 재택 근무를 활성화시켰다. 최근 한 연구에서는 미국 근로자들이 코로나19 팬데믹이 끝나더라도 일하는 날짜의 20% 정도는 재택 근무를 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반면 업무의 비효율성이나 근무 기강 해이 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특히 영상 회의를 할 경우 대면 회의보다 집중도가 현저히 떨어 지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모으지 못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에 연구팀은 중동과 동남아시아, 유럽 등 5개국에서 참가자 602명을 대상으로 원격 근무 활성화 및 영상 회의 실시가 업무 능률 및 혁신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했다. 그 결과 연구팀은 비록 영상 회의를 통해 참가자들이 같은 정보를 주고받도록 하더라도 대면회의와 다른 물리적ㆍ심리적 환경에 직면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영상 회의로는 상대방을 오직 화면으로만 접한다는 한계 때문에 심리 상태를 알아채거나 공감하기가 어렵다. 반면 대면 회의는 같은 물리적 공간에서 서로를 인식하면서 감정적·심리적 동조가 가능하고 이해가 빠르다.

연구팀은 "공간적ㆍ물리적 제약으로 인해 영상회의 참가자들은 오직 화면에만 집중하게 되며 주변 참가자ㆍ시각물 등 다른 것에는 신경을 쓸 수가 없게 된다"면서 "특히 이처럼 좁혀진 주의력은 두뇌에서 아이디어 생성의 바탕이 되는 연관 프로세스를 제한한다"고 지적했다. 다만 영상 회의가 아주 쓸모 없는 것은 아니다. 이미 도출된 아이디어들을 선택할 때에는 대면회의와 똑같은 효율을 갖는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 결과는 영상 회의 기술을 이용한 가상 소통은 창의적 아이디어 생산이 줄어든다는 명백한 비용이 수반된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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