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신웅수 기자 =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 중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지난달 30일 먼저 가결된 검찰청법에 이어 형사소송법까지 통과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해 온 '검수완박'의 입법이 완료됐다. 이제 공은 청와대로 넘어간다. 문재인 대통령이 이날 오후 주재하는 국무회의에서 검수완박을 공포한다면 검찰의 직접 수사권은 대폭 축소돼 역사의 뒤안길로 접어들게 된다. 검찰은 검수완박 법안이 모두 국회를 통과하자 문 대통령을 향해 "재의요구권을 행사해 달라"고 재차 요청했다. 사진은 3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의 모습. 2022.5.3/뉴스1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검찰 수사권을 대폭 축소하는 내용을 담은 검찰청법,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야당과 검찰의 반발에도 결국 3일 국무회의에서 공포됐다. 공교롭게도 이날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측은 법무장관 수사지휘권 폐지, 검경 책임수사제 도입 등 검찰개혁안을 국정과제로 제시했지만, 이른바 '검수완박'이 현실화하면서 정권 출범도 하기 전 새 정부 개혁안이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
검찰 수사권 부패·경제 대폭 축소…직접 수사 개시 사건 공소제기 불가
━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처리한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검찰 직접 수사권 범위는 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부패·경제 등 6개 분야에서 부패·경제 2개 분야로 대폭 축소된다. 오는 6월 지방선거가 있다는 점을 감안해 선거범죄 수사권은 올해까지만 유지하고 내년부터 폐지된다.
경찰에서 송치받은 사건에 대한 수사권도 대폭 제한된다. 이날 통과된 형사소송법 개정안은 △검사가 경찰에 시정 조치를 요구했으나 이행되지 않았다고 판단될 경우 △고소인의 이의신청이 있는 사건 △불법체포·구금이 의심되는 사건 등에 대해서는 범죄 동일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검사가 보완수사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이러한 동일성 기준에 따르면 검찰은 피의자의 추가 범죄나 공범의 존재 가능성 등을 포착하더라도 수사를 진행할 수 없게 된다. 이를 두고 검찰은 "경찰의 부실수사 등이 문제가 돼 이의신청된 사건에 대한 여죄·공범수사 등 보완수사를 차단해서 실체적 진실 규명을 어렵게 한다"며 반발해 왔다.
또 검사가 직접 수사를 개시한 사건에 대해서는 공소를 제기할 수 없게 됐다. 검찰은 그동안 영장청구권자를 검사로 정한 헌법과 맞지 않을 뿐더러 수사·재판 실무 상으로도 현실성 없다는 입장을 펼쳐 왔다. 자본시장범죄나 방산비리처럼 전문지식을 필요로 하는 사건의 경우 수사검사가 재판에 참여하지 않으면 유죄 입증이 상당히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
새 정부 개혁안, '검찰 수사권'박탈시 무의미
━
(서울=뉴스1) 인수위사진기자단 =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집무실에서 캐서린 레이퍼 호주대사 접견에 앞서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2022.5.3/뉴스1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특히 검수완박 법률안은 차기 정부가 밝힌 검찰개혁안과 충돌한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이날 발표한 110대 국정과제에서 △법무장관의 수사지휘권 폐지 △검찰 독립예산 편성 △검·경 책임수사제 등을 국정과제로 제시했다.
이들 국정과제의 목적은 검찰 수사의 정치중립성을 확보하는 것으로 요약된다. 법무장관 수사지휘권 제도의 경우 추미애 전 법무장관 이후 정치적으로 오·남용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검찰 독립예산 편성도 중립성, 투명성 확보를 위한 방안으로 제시된 것이다. 윤 당선인이 제시한 안대로라면 검찰 예산편성권은 법무부가 아닌 대검찰청이 갖게 되고, 국회가 검찰의 예산집행을 직접 감시하게 된다. 특수활동비 등 검찰 예산 일부의 집행 내역과 용처가 불분명하다는 논란을 불식시키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경찰와 검찰이 각각 수사권을 갖고 각자 수사에 책임진다는 책임수사제도는 검·경이 서로 협력과 동시에 견제하도록 하자는 취지를 담고 있다.
법무장관 수사지휘권 폐지, 책임수사제 모두 검찰의 직접 수사권 행사를 전제로 한다. 검수완박 법안이 처리되면서 직접 수사권 폐지가 기정사실화돼 이같은 국정과제의 의미가 사라지게 된다.
특히 책임수사제의 경우, 검수완박으로 경찰 수사권이 일방적으로 비대해진 모양새라 검·경 협력과 견제라는 구상은 실현되기 힘들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오히려 경찰의 수사역량 등 문제를 두고 검·경이 대립하는 모양새다.
이창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수완박으로 새 정부 사법개혁은 휴지 조각이 됐다"라며 검찰이 수사를 못하게 되는데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도 소용없게 됐다"고 했다. 이 교수는 "독자적 예산편성 공약도 퇴색됐다"며 "수사를 해야 예산의 의미가 있는 것인데 앞으로 검사 업무 대부분은 '페이퍼워크(서류작업)'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반발하고 있다. 대검찰청은 이날 '검수완박 법안' 통과에 대한 입장문을 내고 "검수완박 법안의 내용과 절차상 위헌성, 선량한 국민들께 미칠 피해, 국민적 공감대 부재 등을 이유로 재의요구를 건의 드렸지만 국무회의에서 재의요구 없이 그대로 의결이 됐다"며 "국회는 물론 정부에서조차도 심도 깊은 토론과 숙의 과정을 외면했다"고 밝혔다.
대검은 "앞으로 헌법소송을 포함한 가능한 모든 법적 수단을 검토하는 등 적극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수도권의 한 검사는 "검수완박은 마치 의도한 것처럼 차기 정부의 공약에 어깃장을 놓는 모양새를 하고 있다"며 "법조계, 학계, 시민사회계의 우려에도 이런 법안이 제대로 된 여론수렴 절차도 없이 통과됐다는 사실이 안타까울 뿐"이라고 말했다.
김종훈 기자 ninachum24@mt.co.kr, 정경훈 기자 straight@mt.co.kr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